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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칼럼> 착한 소비, 착한 수입, 공정무역 2015-09-01 19:09:06
작성자 : 김태황   조회 1,050, 추천 162


* 아래 글은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에서 월간지로 발간하는 <월드뷰(Worldview)> 2015년 9월호(pp.22-25)에 게재한 글의 全文이며,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홈페이지 www.worldview.or.kr <월드뷰>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www.worldview.or.kr/library/article/2247


착한 소비, 착한 수입, 공정무역

  경기 침체기에는 소비를 줄여야 하는가? 수입(import)을 줄이고 수출 증대에 매진해야 하는가? 정부는 광복절 70주년을 맞아 8월 14일을 특별 공휴일로 지정하면서 국내 소비 진작을 독려하였다. 가계부채가 약 1,100조원으로 GDP 규모의 75% 수준에 이르러 마치 폭탄의 뇌관처럼 우려되고 있는 시점에 정부가 가계 소비를 독려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해외에서 소비하는 대신 국내에서 소비하는 것이 착한(?) 일인가? 상품과 서비스를 수입하는 일은 국부의 유출이고 수출하는 일은 애국적인가?
  정부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개인의 소비지출과 기업의 투자지출을 권장하고 있고, 개인과 기업은 경기 침체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출을 줄여야만 하는 역설적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상반된 경제활동이 모두 가능한 이러한 상황에서는 어떤 선택이 유익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소비지출의 부메랑
  주류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개인은 소비의 만족도(효용)가 가장 높은 방식을 선택한다. 즉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현재 소비할 것인가 말 것인가, 소비한다면 얼마나 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해당 행위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느냐에 따라 달렸다. 단면적으로 보면 개인의 소비지출은 정부의 경기 활성화 정책과 상관없이 결정된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른 경제의 순환구조를 고려하면 결과는 기대치와 달라질 수 있다. 나의 소비는 다른 누군가의 소득이 되고 그의 소득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나의 소득으로 이어진다. 만일 경기 침체기에 나의 소득이 감소하여 소비를 줄인다면 다른 누군가의 소득도 줄어들고 다시 나의 소득도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소비자는 현재 소비의 만족도도 중요하지만 미래 나의 소득에 미칠 영향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일회성처럼 여겨지는 소비의 결과가 사실은 돌고 돌아 부메랑처럼 되돌아온다. 착한(!) 소비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속가능한 일용할 양식?
  우리는 본래 “일용할 양식”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광야의 인생인데 “일용할” 분량을 ‘효과적으로’ 조절하여 하루가 아니라 한 달, 일 년, 십 년을 살아가려고 하니 일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광야에서의 만나가 각 장막에서 개별적으로 주문한 배달 식품이 아니었듯이, 우리의 일용할 양식은 개인의 입맛이 아니라 공동체적 방식으로 공급되어야 한다. 여기서 “공동체적”이라는 표현에는 집단성뿐만 아니라 ‘지속가능성’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자기 혼자만의 유익을 추구한다면 무슨 일이든 아무렇게나 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기주의적 경제행위의 결과는 지속되기 어렵다. 나의 일용할 양식에는 자연자원이나 다른 누군가의 수고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나의 개인적 경제활동이라 하더라도 자신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자신 중심으로만 순환되지도 않는다. 설령 내가 경제적 대가를 지불하고 소비한다고 하더라도 공정한 관계가 아니라면 결과적으로 상대의 손실 또는 불이익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상대와의 경제적 관계는 지속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나의 일용할 양식을 어떻게 조달해야 하는지에 따라 하루하루가 이어질 수도 있고 단절될 수도 있다.

움츠러드는 소비지출
  청빈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근검절약은 청지기적 삶과 일치하고 소비지출의 확대는 기독교적 윤리와 어긋나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근검절약도 맹목적이라면 유익하지 않을 수 있고 소비지출도 낭비가 아니라면 유익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경제 전체로 보면 생산량(소득)이 증가하면 이에 상응하여 소비지출도 증가해야 다시 생산량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데 최근 경기 침체기의 분위기는 우리나라의 소비지출을 부가가치 생산 규모보다 더 큰 폭으로 움츠러들게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과 최종 소비지출 증가율의 차이가 작았으나 2009년 이후로는 소비지출의 증가율이 경제성장률(국내총생산의 증가율)에 못 미치며 격차도 상대적으로 커진 양상을 보인다. 2014년의 경우 경제성장률이 3.3%였지만 최종 소비지출은 2.0% 증가에 불과했다. 2010년부터 소비지출이 위축되고 있음을 나타낸다.(표 참조)

<경제성장률과 소비지출 증가율 추이>       단위(%)

         경제성장률       최종 소비지출의 실질 증가율
2005       3.9                            4.4
2006       5.2                            5.2
2007       5.5                            5.3
2008       2.8                            2.2
2009       0.7                            1.3
2010       6.5                            4.3
2011       3.7                            2.7
2012       2.3                            2.2
2013       2.9                            2.2
2014       3.3                            2.0
자료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착한 수입
  국제경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수출을 해서 돈을 벌려면 다른 나라의 상품이나 서비스도 수입을 해서 소비해야 한다. 국내에서 소비지출이 없는 나의 소득 증대를 지속시키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수출을 증대시키려면 국제무역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필요한 수입(import)도 증대시켜야 한다. 우리나라의 5대 수출 상품인 반도체, 일반기계, 자동차, 선박, 석유화학 제품들은 적어도 60% 이상의 원자재와 중간재를 수입하여 투입해야만 생산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상품 수입액의 85%는 원자재와 중간재 수입에 소요된다.
  물론 모든 수입 제품이 생산적이지는 않다. 모피, 명품 의류나 가방, 보석 등은 고가의 최종 소비재로 수입된다. 착한 수입(import)이 되려면 해외 공급자와 국내 수요자에게 유익해야 한다. 이를테면, 2006년에 개봉된 영화 <Blood Diamond>에서 생생하게 연출되었듯이, 1999년 내전 중인 시에라리온에서 피로 물들여 생산된 다이아몬드라면 유럽 소비자들이 아무리 아름다운 보석으로 즐겁게 소비할지라도 결코 착한 수입이 될 수는 없다. 또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중국산 농산물이 저렴하게 수입되면 국내 소비자들의 후생은 증대될 지라도 국내 농업이 대응하기 어렵게 되어 무너지게 된다면 이 또한 착한 수입이 될 수 없다. 그래서 실제로 한-중 FTA는 고추, 마늘, 배추 등 채소류와 사과와 배 등 과일류는 시장개방에서 제외하였다. 착한 수입이라 하더라도 수출 규모를 능가하여 적자를 누적시킨다면 지속가능하기 어렵다. 1990년대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남아 국가들의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어 외환위기를 유발시킨 사례를 되새겨볼 수 있다.
  올해 우리나라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는 524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해외에서 소득을 증대시킨 결과로 반가운 소식이지만 지난해 상반기에 대한 수출 감소율(-10.6%)보다 수입 감소율(-18.3%)이 더 컸던 결과이므로 흔히들 불황형 흑자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수입이 감소했다는 것은 상대 국가들의 수출 즉 소득의 감소를 의미하므로 장차 이는 다시 우리 수출의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당장은 외화 유입의 유익을 누릴 수 있을 지라도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경기 침체의 불이익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수출은 이익, 수입은 손실이라는 단순한 등식은 가능할 수는 있어도 반드시 유익한 것은 아니다.

왜 공정무역인가?
  초등학교 축구팀과 대학교 축구팀이 동일한 규칙으로 경기를 한다면 심판이 초등학교 축구팀에 유리한 판단을 내린다고 해서 불공정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오히려 경기규칙대로 융통성없이 판단하는 것을 불공정하다고 여기지 않겠는가!
  국제무역은 공급(생산)과 수요(소비)의 국제 거래이다. 무역 규칙과 절차가 공정해야 한다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그런데 무역의 결과로 편향적인 불균형을 가져오는 규칙과 절차가 지속된다면 과연 공정한 결과라고 동의할 수 있을까? 국제무역이론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비교우위”의 개념을 적용해 보자. 현재 커피나 바나나를 생산하는 A국가와 자동차를 생산하는 B국가가 있는데, A국가는 자동차 생산 기술이 부족하고, B국가는 커피나 바나나를 생산할 수도 있지만 자동차 생산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여 자동차 생산에 특화한다고 가정해 보자. 양국은 현재 상대적으로 효율적인 상품 생산에 특화하여 수출하고 다른 상품은 수입하는 것이 서로에게 유리하다. A국가는 B국가에 커피와 바나나를 수출하는 반면에 B국가로부터 자동차를 수입함으로써 스스로 자동차를 생산할 경우보다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러한 무역패턴이 지속될 경우 A국가의 커피나 바나나의 생산성 증가율보다 B국가의 자동차 생산성 증가율이 더 높으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B국가의 무역흑자가 증대되는 만큼 A국가의 무역적자는 심화될 것이다. 아무리 공정한 무역 절차와 규범이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마치 초등학생과 대학생의 구조적 차이처럼 A국과 B국의 산업구조의 차이는 당연한(!) 결과를 심화시킬 것이다. 그래서 공정한 과정과 절차도 중요하지만 결과의 공정성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공정무역의 취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커피나 바나나의 생산원가는 인상되어야 하고 자동차의 수출 판매가격은 더 인하되어야 결과의 공정성이 개선될 것인데, 자유무역 시장체제는 이러한 상황을 수용하기 어렵다. 가격 협상력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오히려 자동차 가격이 더욱 인상하고 커피나 바나나의 가격은 더욱 인하하는 역진적 현상이 나타난다.

착한 수입과 공정무역
  공정무역이 착한 소비와 착한 수입(import)과 연계되는 것은 생산과 소비의 지속가능한 선순환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중남미, 동남아시아, 아프리카에서 커피 또는 바나나를 생산하는 대부분의 농가들은 영세한 규모로 시장 정보에서 동떨어진 채 전통적인 생산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편이다. 중간 도매상은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적인 여건을 이용하여 일방적인 가격 협상을 부당하게 진행할 수 있었고, 농가들은 빈곤상태에 묶여져 왔다. 중간 도매상의 부당한 약탈적 행위를 빗대어 사람들은 그들을 코요테(coyote)라고 부르게 되었다.
  공정무역에 의해 수입된 커피와 바나나는 자유무역 체계에 의해 수입된 상품보다 비싸게 판매된다. 왜 그런가? 원산지 농가에서 상대적으로 비싸게 구매하기 때문이다. 농가의 소득을 높여 주어야만 삶의 질이 향상되고 경작 여건이 개선되고 양질의 생산물을 경작해 낼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농가가 지속가능한 일용할 양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농가들의 조합을 통해 중간 유통단계를 단축하고 대량 직접 거래를 늘여가는 동시에 최종 소비가격도 인상시킴으로써 농가의 소득을 현저하게 증대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착함과 공정을 넘어
  착한 일은 확산되어야 한다. 공정한 거래는 당연히 발전되어야 한다. 착하고 공정한 과정과 절차도 중요하지만 본질적인 관건은 참여주체들이 착하고 공정하도록 성숙되어가는 일이다.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유통하고 소비하는 주체는 사람이다. 선진국에도 사람이 있고 최빈 개발도상국에도 사람이 있다. 이들이 소비하는 방식과 내용은 각기 다르지만 그 결과는 글로벌화의 파라솔 아래 긴밀하게 상호 연계되어 있다. 한 사람의 성취와 상실이 국경을 넘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되돌아오기 때문에 착함과 공정은 자신을 위한 삶의 양식으로도 유익하다. 경제는 사람과 사람이 선순환을 이루어가는 과정이고 결과이다. 그러므로 경제가 지속되려면 사람과 사람의 공정한 관계가 지속되어야 한다. 공정무역 커피가 저렴하지 않은 가격으로 판매되더라도 우리가 이따금 소비해야 생산 농가의 아이들이 교육을 받고 우리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을 것이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이며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실행위원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명지대와 하와이 열방대학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크리스천최고경영자과정(C-LAMP)의 운영에 소명의식을 가지고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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