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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하나님, 공감의 경제학 6 : 배고픔과 배아픔 2015-11-25 17:49:18
작성자 : 김태황   조회 947, 추천 131


* 이 글은 <공감의 경제학> 연재글 여섯번째로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www.worldview.or.kr)의 월간지 <월드뷰> 2015년 12월호 pp.38-41에 게재한 것을 옮겨 놓은 것인데, 본문 중 그래프 3개는 누락시키고 출처만 기입하였다.  

6. 배고픔과 배아픔

  배가 고파도 참기 힘들고 배가 아파도 고통스럽다. 배가 고파서 아플 때나 배가 아파서 먹을 수가 없을 때에는 고통이 갑절로 증폭된다. 경제성장으로 배고픔이 해소되더라도 상대적인 배아픔은 발병할 수도 있다. 양자가 필연적이지는 않더라도 종종 상반되는 양상을 나타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경제성장의 지향점은 결코 완전할 수 없으며, 모든 경제활동은 하나님 앞에서 재구성되어야 한다.
  197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사이먼 쿠즈네츠(S. Kuznets, 1901-1985)는 경제발전 초기 단계에서는 소득 불평등도가 심화되더라도 경제가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발전하면 경제성장과 더불어 소득 불평등도도 개선되는 것이 자명하다는 가설을 주장했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과거 70-80년 동안 세계경제 상황이 그의 주장을 실증적으로 뒷받침해 주었다(그림 참조). 그런데 1980년대부터 최근 30년간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을 따라서, 소득 분배율을 한 국가 내에서 소득 상위 1% 국민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산출하고 그 추이를 살펴보면, 영어권 국가들의 경우에는 1980년대부터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소득 분배율의 가파른 상승세를 고찰할 수 있다. 미국이 가장 두드러진다. 반면에 유럽 국가들과 일본의 경우에는 최근 30년 간 대체적으로 소득 분배율이 일정하게 유지하는 추세를 나타냈다. 개발도상국들도 대체적으로 영어권 국가들과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다만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의 경우 2000년대부터는 다시 하향세를 보임으로써 추세의 특성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즉 배고픔이 해소되더라도 배아픔은 악화될 수 있음을 추론할 수 있다.

<영어권 국가들의 소득 상위 1%의 소득분배율 추이(%)>

             자료 : IMF, Finance & Development, september 2011, p.28

<유럽 국가들의 소득 상위 1%의 소득분배율 추이(%)>

             자료 : IMF, Finance & Development, september 2011, p.28


<개발도상국의 소득 상위 1%의 소득분배율 추이(%)>

             자료 : IMF, Finance & Development, IMF, september 2011, p.29

  통계청의 <가계 동향>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도는 2003~2009년에는 다소 악화되는 추세를 보였으나 2010년부터는 다소 개선되거나 정체된 양상을 보인다. 즉, 전체 인구의 소득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 소득 하위 20% 대비 상위 20%의 배율(소득 5분위), 소득 분포의 중간값(50%) 소득자 대비 그 수준 미만 소득자들(가구)의 비율(상대적 빈곤율)이 이러한 소득 불평등 양상을 대동소이하게 나타내고 있다(표 참조). 이와 같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시기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배고픔과 배아픔은 동반하기도 하고 상반되기도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소득분배지표 추이(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2013    2014
지니계수            0.306   0.312  0.314   0.314   0.310   0.311   0.307   0.302   0.302
소득5분위 배율    5.38    5.60    5.71     5.75     5.66     5.73    5.54    5.43     5.41
상대적 빈곤율(%) 14.3    14.8    15.2     15.3     14.9    15.2    14.6    14.6     14.4

자료 : 통계청,「2015년 1분기 가계동향」, pp.15-17  

배불러도 아프다
  소득이 증가하면 기대수준도 달라진다. 식사 후 배부르게 되면 식사 전 배고플 때의 기대수준과는 달리 다음에는 더 맛있는 것을 찾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소득이 증가하면 이에 비례하여 행복감과 정신적 건강함도 향상되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세계은행(IBRD) 통계에 따르면 세계 평균 1인당 국민소득은 2005년 가격 기준(불변가격)으로 1961년에는 3,134달러였으나 2014년에는 7,929달러로 53년 동안 2.5배 증가하였다. 국제연합UN)에 따르면 세계 전체 극빈층의 수는 1981년 약 19억 3천만명에서 2014년말에는 약 8억 4천만명으로 감소하였다. 극빈층의 기준으로 1981년에는 하루 1달러 이하의 생활비였으나 물가 상승을 감안하여 2014년의 경우에는 하루 생활비가 1.25달러가 적용되었다.
그런데 각종 범죄를 포함한 사회적 갈등은 오히려 증폭된 것으로 추정된다. 인구 1,000명당 자연사망자 수는 세계 전체에서 1973년에는 11.3명, 1993년 9.1명, 2013년 8.0명으로 비중이 줄어들었다. 이는 사고와 질병에 의한 사망자 수의 증가를 의미한다. 일본의 경우 지난 30년 동안 7명에서 10명으로 증가한 반면에 우리나라의 경우는 같은 기간 동안 5~6명으로 거의 일정한 편이고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의 경우에도 늘어나기보다는 8~11명 수준에서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 14세 이하 후천성 면역 결핍자(HIV, 에이즈 보균자) 수는 1993년 세계 전체에서 90만명 수준이었는데 20년 후인 2013년엔 320만명으로 오히려 3.6배 증가하였다.
  가난한 자들만 아픈 것이 아니라 배가 불러도 아픔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아픔에는 절대적 아픔이 있고 상대적 아픔이 있다. 먼저 절대적 아픔을 살펴볼 때에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점들이 있다. 소득이 증가하더라도 절대적 빈곤율(최저생계비 이하로 생활하는 가구(인구)의 비중)이 올라갈 수도 있다. 소득 상승률보다 물가 상승률이 더 높다면 실질소득은 감소하게 되므로 착시현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보편적인 생활수준이 향상하고 생활방식의 변화로 최저생계 수준이 높아질 수도 있기 때문에 설령 소득이 실질적으로 상승했다 하더라도 필수 생계비도 마찬가지로 증가할 수 있다. 이를테면 식료품 가격이 인상되거나 휴대전화기와 인터넷망 사용, 생수/정수 소비 등이 필수적인 소비 품목으로 추가됨으로써 여전히 최저생계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다. 세계은행 통계로 보면 우리나라 1인당 GDP는 2005년 가격수준 기준(불변가격)으로 1960년 1,107달러였으나 2013년에는 23,893달러로 무려 22배나 증가하여 괄목할 실질 성장세를 이루었다. 그렇지만 절대적 아픔(빈곤)은 여전히 남아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빈곤통계연보』(2014)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절대적 빈곤율은 2005년 6.8%에서 2009년 7.0%로 상승했다가 2013년 5.9%로 하락했으나 변화폭이 작다.

  아픔이 상대적으로 깊어질 수 있는 현상에도 유의할 부분이 있다. 개인의 소득이 실질적으로 상승하여 절대적 수준에서는 분명히 아픔이 덜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배아픔에 힘들어하는 것은 첫째, 비교 대상이 더욱 확대되었고, 둘째, 반면에 계층 이동은 더욱 제한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보통신 기술과 교통수단의 발달이 가속화됨으로써 국내외적으로 빈부격차를 감지하고 비교하기는 한결 쉬워졌다. 소수의 부자의 성공담이 급속하게 회자되면서 선망되기도 하지만 상대적 박탈감이 심화될 수도 있다. 물리적, 지리적 칸막이가 허물어지면서 ‘상대성의 원리’의 파급영향은 더욱 커지게 된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더욱 치열하고 전문화된 경쟁여건은 소득 계층 간 이동을 제약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부의 상속이 교육과 사회문화의 상속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대주의적 배아픔은 자존감의 훼손과 혼란으로 치달을 수 있다. 배아픔은 배고픔(배부름)과는 별개로, 처방전이 없는 전염병(!)이 될 수 있다. 심리적인 요인만이 아니라 사회 경제적 요인에 의해 배아픔이 지속된다면 처방을 찾아야 한다.

하나님도 아시는 배고픔과 배아픔
  하나님도 인간의 배고픔과 배아픔에 골몰해 오셨음에 틀림없다. 요셉에게 기근 대책을 마련하게 하신 것이나,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광야의 먹거리를 제공하신 것이나, 사회적 취약 계층(고아, 과부, 나그네)에게도 밭의 소산 일부를 남겨두라고 하신 것이나, 과부의 기름병을 채우신 것이나, 오병이어로 삼천 명, 오천 명을 먹이신 것은 모두 배고픔을 돌보신 과정이었다. 배고픔은 본능적이고 주기적이고 반복적인 현상이다. 오늘 아무리 배불리 먹어도 하루가 지나면 다시 배고파지기 때문에 오늘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배고픔을 매일매일 해결해 나아가야 한다. 하나님께서 한 달치나 일 년치가 아니라 일용할 양식을 공급하신 것은 인간이 매일의 배고픔을 통해 하나님과 인간의 실존을 매일 깨닫도록 하시기 위해서이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49년이 지나면 땅의 소유권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라고 하신 희년제도나, 열 두 지파 각 족속별로 제비뽑기로 땅을 배분하신 것이나, 우리를 왕 같은 제사장으로 삼으신 것이나, 교회의 모든 지체들에게 각각 은사를 부여하신 것이나, 새 예루살렘성에서 모두가 왕 노릇할 것임을 계시하신 것은 공동체 안에서 개인적 배아픔이 유발되지 않도록 공평한 상호의존성을 드러내시는 것이다. 공동체 의식과 태도가 약화되면 배아픔이 불쑥불쑥 튀어나올 수 있다. 이집트 바로왕과 그의 측근들은 더할 나위 없이 배부른 상태였으나 배아픔을 견딜 수 없었던 것은 유대민족의 번성을 공동체 내에서 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인간의 이러한 배아픔의 속성을 간파하고 계신다. 배고픔이 해결되더라도 배아픔의 갈등은 남아 있을 것임을 알고 계셨던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은 배고픔에 대해서는 일용할 양식을 ‘너그럽게’ 공급해 오셨지만 배아픔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엄하게’ 진단하시고 대응하시는 것으로 보인다. 배고픔(절대적 빈곤)은 인간의 원천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인 반면에 배아픔(상대적 빈곤)은 비교 집단 내에서 후천적으로 유발되어 ‘빈곤감’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따라서 상대적 빈곤은 집단(공동체)의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공동체 운영의 문제이자 구성원의 개인적 책임성의 문제로 진단되어진다. 즉 하나님께서 한편으로는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는 사회경제적 구조를 혁신하는 제도적 방식과 개인의 은사를 부여하시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개인이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자율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상대적인 비교의식에서 자유로워지기를 가르치신다.

배고픔과 배아픔을 넘어
  배고픔의 고통도 줄여야 하고 배아픔의 발병률도 낮추어야 한다. 하루 1.25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극빈층이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기는 하지만 세계 인구의 약 12%라고 하니 놀랍고도 애통하다. 1인당 평균 소득은 증가하더라도 일부 계층에 부가 편중된다면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다수의 행복감은 감소할 것이다.
  성장의 경제와 분배의 경제는 배타적이기 보다는 보완적이 되어야 한다. 배고픔을 우선적으로 극복할 수 있도록 구성원들이 일을 해야 하고 할 수 있어야 한다. 배아픔이 질병 또는 꾀병으로 고착되거나 확산되지 않도록 공동체 경제의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혁신이 추진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배부름과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처할 줄 아는”(빌 4:12) 신앙의 진정한 자유로움이 상대주의적 불평등의 불편함을 능히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이며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실행위원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명지대와 하와이 열방대학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크리스천최고경영자과정(C-LAMP)에 소명의식을 가지고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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