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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뉴노멀 시대의 소비생활과 '소비자' 2021-05-19 14:48:44
작성자 : 김태황   조회 191, 추천 18


* 아래 글은 사단법인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의 격월 기관지 <신앙과 삶> 제12권 2021년 5-6월호 특집 "뉴노멀 시대 그리스도인의 삶" pp.6-7에 게재한 글이다...

뉴노멀 시대의 소비생활과 ‘소비자’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내 온라인 시장규모는 2017년 94조 2천억원 규모에서 2020년 159조 4천억원 규모로 3년 만에 1.7배 증가했다. 2019년 온라인 수출 규모는 6조원 규모로 전년도에 비해 1.7배가 되었다. Euro Monitor에 따르면, 글로벌 전자상거래 소매시장(B2C)이 전체 소매 유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3.4%에서 2020년 14.8%로 상승했다. 국경 간 전자상거래(B2C) 시장도 2016년 4천억달러에서 연평균 27.3%가 증가하여 2020년엔 1조달러로 5년만에 2.5배가 증가한 것으로 추산되었다.

대한비만학회가 올 3월 만 20세 이상 1000명 대상으로 지난해 1월 대비 체중 변화를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6%가 3킬로그램 이상 체중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4월 29일 한 사회관계망(SNS)에 올라온 “2주간 배달음식 먹었을 때 나오는 플라스틱”이라는 제목의 사진과 글도 사회적 관심을 끌었다. 35개 배달음식을 주문했고 100여개에 이르는 빈 플라스틱 용기를 펼쳐 놓았더니 7-8평 규모의 원룸에서 침대를 제외한 공간의 절반을 차지했다.

비대면 온라인 거래와 소비행위의 급속한 확대는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의 영향으로 가속화되었지만 4차 산업혁명이라 일컬어지는 “디지털 전환” 시대의 되돌릴 수 없는 대세이다.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먹거리, 입을 거리, 주택과 금융거래 등 모든 상거래를 24시간 어디서든지 휴대전화로 해결하게 되었다. 소비자의 자유로운 선택과 의사결정권의 범위가 무한대로 확장되고 있다. 그 덕분에 의사결정에 우유부단한 편인 소비자는 더 머뭇거리거나 더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소비의 방식만이 아니라 소비생활에 대한 생각과 태도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소비자는 왕” 정도가 아니라 가히 기드온의 타작마당에 찾아온 “여호와의 사자”의 권위(!)를 행사하게 된 것 같다. 시간과 공간의 속박을 초월한 소비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뉴노멀 시대의 소비생활의 흐름과 속도에는 ‘낯선 불안감’도 있지만 ‘흥미로운 역동성’도 있다. ‘탈대면’과 ‘연대감’의 프리즘으로 틈새를 들여다보자. 먼저 ‘탈대면’은 직접적인 접촉과 대면을 기피하거나 못하는 상황에 대응하는 방편 정도가 아니라 아예 접촉과 대면의 필요성이 없어졌다는 점에서 ‘비대면’을 넘어 적극적인 자유를 대변한다. 상대가 있는 매장을 찾아갈 필요도 없고 시간에 맞춰야 할 필요도 없다. 다수 판매자와 유사 상품들의 브랜드, 품질, 성능, 디자인, 가격 등을 내 손바닥에서 동시에 비교하여 가장 바람직하게 선택할 수 있다. 선택이 어려우면 나의 생활방식과 습관적 선택을 이미 간파하고 있는 플랫폼의 인공지능(AI) 알고리듬에 위임하면 된다.

그렇지만 ‘탈대면’이 인간 존재 자체를 기피하거나 초월하는 것은 아니다. ‘탈대면’의 소비생활은 역설적으로 타인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타인과의 ‘연대감’이 절실하다. 맛집이든 전자제품이든 관광명소이든 학습 프로그램이든 선행자의 소비와 방문 후기가 나의 의사결정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친다. 1인 방송으로 생중계도 한다. 과거 ‘입소문’과는 차원이 다르다. 순식간에 국경을 넘어 해외 직접구매 또는 불매운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편으로 소비의 상호성과 ‘연대감’은 타인 의존성을 높이고 자기 결정권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광고성 정보와 선의의 정보를 분별해야 하는 자기 책임성도 보강되어야 한다. 영향력이 큰 특정인(influencer)이 편향된 정보를 오남용하거나 잘못된 판단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사회적 악역향을 끼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는 무한한 자유의 선택권과 소비권을 발휘할 수 있는 시공간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소비행위를 통한 대인관계의 변화는 하나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관계 변화와 직결된다. 우리는 목숨을 위하여 무엇을 먹어야 한다. 몸을 위하여 무엇을 입어야 한다. 그런데 성경에서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고 한다(마 6:25). “목숨이 음식보다” 중요하고 “몸이 의복보다” 중요하다는 가르침은 우리의 소비생활의 초점이 목숨과 몸의 근원과 생존 원리에 집중되어야 함을 일깨우는 것으로 이해된다. 소비생활과 대인관계의 변화에서 무엇을 인지할 수 있는가? 소비행위에서 “무엇”과 “어떤”의 문제가 본질이 아니라 나 자신의 존재와 정체성, 소비 주체성의 문제가 본질임을 재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소비에서 ‘소비자’를 찾아야 한다. 소비자의 주체성과 자존감을 찾아야 한다. 우리의 존재와 정체성은 하나님과의 관계와 타인과의 관계에서 재확인할 수 있고 회복할 수 있다. 뉴노멀 시대에 소비행위는 주변에서 상상하는 수준 이상으로 다양해지고 차별적이고 급변할 것이다. 소비생활의 만족도와 빈부격차가 현실적으로 나타나는 양상도 더욱 뾰족해질 것이다. 2000년 전이나 현재나 미래에도 우리가 “배부름과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빌 4:12)을 배우지 않고서는 일상에서 소비자의 정체성과 주권을 발휘하기 어렵다. ‘탈대면’과 ‘연대감’의 소비시대에 우리의 목숨과 몸을 돌보는 역동적인 소비를 이끌어내야 한다.

김태황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하던 중 신앙을 가지게 되었다. 2000년 무렵부터 기독교학문연구회에 참여하면서 부회장,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실행위원과 실행위원장을 역임했다. 기독교경제학회와 한국EU학회 학회장직을 수행했으며 현재 명지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신앙과 삶>에는 학력까지 편집하여 소개되어 있으나 여기서는 원고의 원문대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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