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체제에 대한 기독교적 비판은 시장 기능의 구조적 한계와 윤리적 기초의 결여라는 두 측면에서 제기되어 왔다. 물론 전자는 주류 경제학 내에서도 시장의 실패(market failure) 요인으로 분석되어(각주) 정부의 정책적 개입으로 보완되어지고 있다. 헤이(D.A. Hey, 1989)는 성경적 경제 원칙들에 기초하여 기독교 경제학의 견지에서 시장 자본주의를 비판한다. 첫째, 인간은 생존을 위해서만 자연 자원을 활용해야 하지만 시장 경제는 자연 질서를 보호하기보다는 파괴로 나아가고 있다. 둘째, 개인적 이익만을 강조하는 시장의 재산권 개념은 사회 전체를 위한 청지기적 책임을 간과하고 있다. 셋째, 시장 자본주의에 의한 기업은 주주와 노조의 이해관계에 따라 운영되므로 시민들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하기에 구조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넷째, 경제적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삼는 것은 성경적 기준과 양립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헤이는 시장 경제가 성경적 원칙에 근거한 청지기직의 수행을 위해 적절한 무대를 제공해 줄 수는 있지만, 시장 체제 안에서의 경제적 자유는 편협한 이기적인 행동과 공동체에 해로운 행동도 허용한다고 단언한다. 그렇지만, 헤이의 이러한 비판은 시장 체제 그 자체가 아니라 맘몬의 가치관에 기초한 시장 자본주의이다. 보다 구체적인 경제학 담론으로, 박득훈(2004)은 노동과 자본의 새로운 미시적 생산관계와 정부, 시장, 시민단체 간 역할을 재정립하는 거시적 생산 조정의 틀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주류 경제학이 기독교적 윤리 기반을 상실했다는 비판은 기독교 경제학을 정립하기 위한 방법론적 토대를 확장하자는 견해와 상통한다. 마컴(J.A. Marcum, 2003)은 주류 경제학이 지나치게 물리학적 사고방식에 의존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방법론의 기반을 변화시킬 것을 주장한다. 즉, 기독교 경제학은 인간의 본성과 행동이 “효용”과 같은 단일 개념으로 환원될 수 없음을 인식하고 청지기 정신, 정의, 복지 등 성경적 원칙들을 방법론에 구체화시킬 것을 제안한다. 소어(J.S. Sauer, 2003)는 경제학 탐구의 초월적 측면을 강조한다. 그는 물질적(경제적) 가치의 내재적 형성 과정뿐만 아니라 이 물질적 가치를 시현시키는 초월적 가치(기독교적 윤리)를 경제 분석 틀에 포함시키는 것이 경제 현상을 이해하는 데에 보다 유익하다고 논증한다.
이러한 비판과 대안 제시는 경제학 방법론에 대한 문제제기에 해당된다. 신고전주의(주류) 경제학 방법론은 개인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K.J. Arrow, 1994). 개인이 경제적 자유를 추구하는 과정을 분석함으로써 경제적 행위와 체제를 설명하고자 한다. 기독교적 비판과 대안은 방법론적 개인주의와 기독교적 윤리가 병존하지 못하다는 점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헤이가 지적한 바와 같이, 비판의 대상이 시장 자본주의 자체가 아니라 그 가치 기반이라면, 기독교적 가치관으로 시장 자본주의를 재고찰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기독교 경제학이 시장 체제를 대체할 다목적용 패러다임을 고안하기 이전에 실증적 기반을 가진 시장 체제를 기독교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김태황, 2004). 이를테면, 기독교 경제학의 중심이 되는 교회와 주류 경제학의 중심이 되는 시장을 갈등적이고 대체적인 관계로 설정할 것이 아니라 전자를 전체 집합으로 하고 후자를 부분 집합으로 자리매김하여 상호 침투적 관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 이익 극대화의 시장 질서를 개인들이 유기적으로 구성된 공동체의 이익 극대화 관점에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각주) 먼저, 불완전 경쟁을 들 수 있다. 독점이나 과점 시장처럼 자본주의 기업들의 실제 경쟁관계는 비효율적일 수 있고 오히려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 둘째, 공공재의 경우는 비경합성(non-rivalry)과 무임 승차자(free rider)가 존재하는 특성으로 인해 시장 기능이 작동하기 어렵다. 셋째, 시장에서 지불되지 않는 외부비용이 존재할 수 있다. 넷째, 시장 체제는 자연적 독점을 예방할 수 없다. 다섯째, 자유 기업 체제의 투자 방향을 사회적 유익이 최대화되도록 이끌 수 있는 메커니즘이 없다. 이와 같은 시장의 실패 요인들은 전반적인 시장 경제 틀을 유지하면서도 정부의 시장 개입이 필요하다는 논지를 정당화시키기도 한다.
출처 : 졸고, 교회의 시장론에 관한 고찰, 기독경영연구, 제2권 제1호, 2005, 30-31쪽의 내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