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교회가 자본주의 체제의 산물은 아니라 하더라도 시장의 작동원리를 활용하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역으로 자본주의적 시장 체제가 교회의 유기체적 활동원리를 학습한 결과라고 진단하는 것이 보다 엄밀하고 정확한 판단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위한 시장의 기능은 특히 효과적인 교환, 경쟁 촉진 및 정보 공유 과정을 통해 발휘된다는 점을 중심으로 고찰해 보자.
(1) 교환 기능
교회의 교환 기능은 성도들이 다양한 은사를 나누는 과정에서 관찰될 수 있다(고전12:8-31; 벧전4:9-10). 시장체제와 마찬가지로 교회도 근본적으로 희소한 인적, 물적 자원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교회는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소명을 이행하기에 항상 일꾼의 부족과 물질적 소유의 불균형에 직면하고 있다(눅10:2; 고후8:13-15). 하나님께서 풍요로운 세상을 창조하셨으나 인간의 무제한적 사용과 무분별한 관리를 허용하지 않으신 것은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가르치시는 것으로 이해된다(이윤재, 2004, 132-134쪽, 205-211쪽). 시장은 개별 참여자의 사용가치보다 교환가치가 높다는 것을 반증한다. 교회에서 교환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첫째, 인적, 물적 자원의 희소성으로 인해 하나님 은총의 실체를 깨닫게 되고 그 영향력을 필요로 하게 된다는 점이다. 고린도서신에서 확연하게 나타난 바와 같이, 성도들이 다양한 은사를 받았으나 상이한 기대치와 실천방식으로 서로 갈등과 불화를 일으킨 사례들은 하나님의 은총이 아니고서는 다양한 은사들의 교환가치가 실현될 수 없음을 반증한다. 개별화되고 분자화된 은사들이 그 자체로서는 사용가치가 없으며, 오직 하나님의 은총에 의해 매개됨으로써 교회의 교환가치가 나타난다(고전13:1-3).
둘째, 교회의 교환가치는 수확체증의 법칙을 따른다는 점이다. 교회의 내부에서뿐만 아니라 외부 사회에 대한 물질적, 영적 교제의 결과는 투입요소의 한계비용의 증가보다 한계수익의 증가폭이 크기 때문에 교회 또는 사회 전체로서는 수확체증 현상이 발생한다. 즉, 교회의 교환 기능은 외부성(externality)이 크다. 오병이어의 기적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셋째, 교회의 교환 기능도 시장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최적 상태를 추구한다. 다만 시장의 거래가 파레토 최적점(Pareto optimum)을 향하여 양적 균형 상태를 추구하는 반면에, 교회는 질적 최적점(qualitative optimum)을 지향한다. 성경에서 천국에 대한 설명들은 이를 일관되게 묘사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마리 길 잃은 양을 찾는 주인의 행위는 일반적인 이익 추구 행위와 동일한 목적을 내포하지만 공리주의에 의한 시장 원리를 보다 포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한 마리를 찾는 노력을 추가 비용으로 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균형점에 도달하기 위한 정상비용으로 고려한다는 것이다. 주인은 양 백 마리의 가치를 평가함에 있어서, 확인된 아흔 아홉 마리와 실종된 한 마리를 갈등관계로 설정하지 않고 있다(마18:12-14). 전자에게 제공하는 후생을 감소시키지 않으면서 후자의 후생을 최대화시키려 한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한 마리에게 최대화된 후생 수준이 아흔 아홉 마리의 후생 수준과 산술적으로 평균화되는 것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환산되어 전체 후생 수준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즉, 전체 후생 수준의 질적 이동을 의미한다. 교회의 활동은 최적의 균형점에 도달하려는 분명한 목표가 있다. 이 목표는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양적 최적점을 추구하는 동시에 한 사람을 천하보다 귀히 여기는 질적 최적점에 도달하는 것이다.
넷째, 교회의 교환가치는 지속성을 가진다는 점이다. 시장의 교환(거래) 과정은 다수의 참여자들이 매 순간 변화하는 시장 정보에 따라 상호 조정함으로써 지속된다. 성도들의 영적 성숙 과정이 상호 수평적인 교제와 하나님과의 수직적인 만남을 통해 이뤄진다고 할 때, 이 과정은 일회적인 만남이 아니라 지속적인 상호 교환 과정이어야 한다. 교회는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눅9:23), “날마다 일용할 양식”(눅11:3)을 취하며 매 순간을 살아가는 자들의 모임이기 때문이다.
출처 : 졸고, 교회의 시장론에 관한 고찰, 기독경영연구, 제2권 제1호, 2005, 22-24쪽의 내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