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세계 경제 회복의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경기 회복의 희망적 나래를 펼칠 것인가 아니면 이중불황으로 전락할 것인가의 갈림길에 놓여 있습니다. 최첨단 금융기법으로 세계 경제를 지배하다시피 하던 최강대국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촉발된 것도 예사롭지 않은 일이지만 불과 1년 만에 회복의 불씨를 지피게 된 것도 놀라운 일입니다. 세계은행(IBRD),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국제경제기구들은 올해 세계 경제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엿보인 경기 회복세의 기미가 탄력을 받아 뚜렷한 추세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IMF의 주요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지난해 마이너스 2.7%가 예측된 미국은 올해 1.5%, 일본은 마이너스 5.4%에서 1.7%, 유로화를 공용하는 유럽연합 유로존은 마이너스 4.1%에서 0.3%, 영국은 마이너스 4.4%에서 0.9%, 중국은 8.5%에서 9.0%, 인도는 5.4%에서 6.4%, 브라질은 마이너스 0.7%에서 3.5%로 각각 회복세를 전망하고 있습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지난해 호주와 더불어 유일하게 플러스 경제성장률(0.2%)은 보인 우리나라도 올해에는 5%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러한 희망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간과할 수 없는 걸림돌이 있음에 유의해야 합니다. 사람 사는 세상에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경기 전망에도 언제나 양면성이 있습니다. 경제의 주체는 사람입니다. 3대 경제 주체인 정부와 기업과 가계도 궁극적으로는 사람의 의사결정에 의해 활동력을 행사하므로 모든 경제의 흐름도 인간이 가지는 한계성을 뛰어넘을 수는 없습니다. 올해 경기 회복의 관건은 민간시장이 얼마나 자율성을 회복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기업과 가계에서 투자와 소비가 얼마나 활성화되느냐에 따라 이중불황의 우려감을 떨쳐버리는 힘이 생길 것으로 판단합니다. 2008년 금융위기 발생 이후 각국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여 경기부양책을 펼쳐서 기진맥진한 시장의 자생력에 산소 호흡기를 달아 주었습니다. 덕분에 이제는 각국 정부가 더 이상 공급할 산소가 부족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주요 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은 지난 4~5년간 지속되어 온 부동산 버블 붕괴와 자산가치 하락으로 기업의 설비투자와 개인의 소비지출의 감소가 올해에도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10%대에 이르는 실업률의 증가도 발목을 잡는 장애요인임에 틀림없습니다. 미국 국내총생산의 5%를 넘는 엄청난 재정 확대 효과가 소진될 것이므로 대신 기업의 투자와 가계의 소비가 성장동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미국 경제는 수렁에서 헤어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일본 경제도 수요 부족의 문제를 안고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경제성장률이 플러스로 반전된다 하더라도 이는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한 덕분에 실질 경제성장률은 상승하더라도 체감 경기는 여전히 불황의 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유럽 경제는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경제성장률이 호전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동유럽 국가들의 경기 침체 대응력이 취약한 점과 영국, 그리스, 스페인 등의 구조적인 재정적자 문제가 또 다른 금융위기를 야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감으로 인해 희망의 불씨를 불안하게 지피고 있는 실정입니다. 세계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중국의 지속적인 고도성장에 거는 기대감은 올해에도 여전합니다. 물론 지난해에 통화 공급량이 급격하게 늘어나 과잉생산과 자산버블이 발생할 우려가 발생하였으므로 올해 경기부양 효과가 완화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대규모 투자와 소비 증가세는 이어져 경제력은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세계 경제의 변화는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집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시대의 변화 요인을 전망하고 대응하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노아 시대의 홍수 그 자체보다도 하나님께서 그로 하여금 멀쩡한 날에 방주를 만들도록 인도하심과 실제로 방주가 홍수를 극복할 수 있었음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성경은 이집트에서 요셉이 겪었던 일곱 해 풍년과 일곱 해 흉년 그 자체보다도 풍년 시기에 흉년 가능성을, 흉년 시기에 그 이후를 내다보는 통찰력과 대응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세계 경제 회복의 희망적인 씨앗을 보여 주셨습니다. 우리의 역할은 보이지 않는 미래를 향해 이 씨앗을 방주로 만들고 경기 회복 이후 과잉공급의 부작용에 대비해 나아가야 합니다. “출구전략”의 경제적 의미는 급격한 경기 회복의 부작용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사전적인 대비책입니다. 나아가 기독교적 관점의 출구전략은 현실적인 위기 극복 과정만이 아니라 위기 이면을 내다보고 부지런히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미국, 일본, 유럽국가 중심으로 세계 경제를 이끌어 왔던 G8 정상회담이 2008년 11월부터 G20 정상회담으로 대체된 것은 하나의 시대적 시사점을 보여줍니다. 하나님께서 현재 선진국보다 미래 선진국, 소수의 상충되는 강한 힘보다는 다수의 협력하는 균등한 힘이 필요함을 예시해 주신 것으로 이해합니다.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관심은 언제 가시화되느냐는 시기의 문제보다 이미 회복의 길은 열렸으며 누가 어떻게 대응해 나아가느냐의 문제로 옮겨져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 경제와 세계 경제는 성장 위주의 경쟁체제에서 협력적인 공존체제로 패러다임을 전환시켜 나아가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