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하나님 나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사역을 효과적으로 수행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첫째, 교회의 역할 수행은 복음(정보)의 위력에서 비롯된다. 교회가 자연발생적인 역할을 수행하거나 자생적으로 사역 담당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복음이 내재적 생명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교회의 역할이 발현되는 것이다. 세상에서 무가치하다고 평가받는 하나님 나라의 정보가 교회를 탄생시키고 그 존재 목적을 제시한다. 하나님 나라의 복음이 교회를 실체화시키는 것은 마치 시장의 수요-공급 정보가 가격 조정 기능을 유효하게 작동시키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교회가 하나님 나라의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내부 역량과 외부 환경의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자기 운동력을 가진다. 반면에 정보의 수용자가 그 유효성을 인지하지 못하면 자기 운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교회가 무기력증에 빠진다 하더라도 복음의 내재적 생명력 자체가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도 가격 조정 기능이 작동하지 않을 경우는 수요-공급 정보가 없어서가 아니라 참여자들이 이를 유효하게 인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그리스도의 부활을 경험하기 전후 제자들이 자기 운동력의 변화를 보인 것은 단적인 예라 하겠다. 베드로는 세 번 부인 후 통곡을 했고 빈 무덤을 직접 확인했으며 부활하신 예수님을 두 번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사람 낚는 어부’가 아니라 ‘고기 잡는 어부’로 돌아갔다(요20:19; 20:26; 21:3). 그는 결과적으로 다른 제자들도 본래의 어부로 돌아가게 하는 선동자 역할을 하게 되었다. 부활이 가시화된 사실(fact)이었고 두려운 상황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행동의 근거가 될 정보가 제공되었으나 베드로는 유효하게 인식하지 않았다. 하지만 디베랴 바닷가에서 예수님과 다시 만나 대화를 나눈 후 베드로는 부활의 내재적 생명력을 정보화하여 제자들과 공유하게 되었다.주2)
주2) 예수님이 직접 베드로에게 부활을 입증하신 기록이 별도로 두 군데 나와 있으나(눅24:34; 고전15:5), 이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이 없어서 디베랴 바닷가에서의 대화를 지칭하는 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부활의 메시지를 깨달은 이후 베드로의 사역이 시작되었음은 명백하다.
출처 : 졸고, 교회의 시장론에 관한 고찰, 기독경영연구, 제2권 제1호, 2005, 28쪽의 내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