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가 외국인 근로자에게 예배 처소를 제공하는 것은 기본적인 일이다. 해외 한국 교민이나 유학생들이 성경공부 모임이나 예배를 위한 처소가 없을 때, 현지 교회로부터 그리스도 안에서 사랑의 도움을 받아 온 점들을 기억해야 한다. 한국 교회가 어느 정도까지 사회문제에 참여해야 하는 지는 논란의 주제가 될 수 있으므로 신중한 태도를 보여야 하나 외국인 근로자를 향한 복음 전도와 그리스도의 사랑을 공유하는 것이 본질적인 목적이라면 보다 적극적인 자세와 준비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이를 위해서, 한국 교회가 4가지의 역할을 담당할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내국인/외국인 갈등의 완충작용을 한국 교회가 담당해야 한다. 내국인에게는 우리도 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본향을 향해 가는 나그네임을 강조하고, 외국인에게는 우리를 통해 하나님께서 당신을 사랑하신다는 형제애를 강조하여 상호 공감대를 형성하고 갈등을 완충시켜 나아가야 한다. 환언하면, 우리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통해 우리의 나그네됨을 재확인하게 되고, 그들은 우리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이 전달되고 있음을 서로가 깨닫게 되는 상호침투적 교감을 형성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즉,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보편적인 사랑을 날마다 직면하는 현실의 불편하고 고통스런 여건 속에서 눈으로 감지할 수 있는 공동체적 교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완충 역할의 확산을 위해 외국인 근로자 단독 교회나 내국인/외국인 공동교회의 사례가 보다 활발하게 소개되고 연구될 필요가 있다.
둘째, 외국인 근로자들이 공동체를 형성하는 일을 적극 도와줄 것을 제안한다. 우리 노동시장에서 외국인들의 비중이 증대될수록, 외국인 집단 거주 지역이나 공동체 형성에 배타적인 성향을 가진 내국인들이 증가할 것이고, 나아가서는 지역 개발에 위화감을 조장한다고 하여 사회적 갈등을 야기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한국 교회는 한편으로는 외국인 공동체가 폐쇄적이거나 배타적으로 형성되지 않도록 내국인과의 교류를 활성화시키고, 신앙의 테두리로 내국인과 외국인의 교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교회 공동으로 개발해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한국 교회는 외국인 근로자의 실상을 알리는 첨병이 되어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의 국내 적응과정과 내면적 고통에 대한 백서를 작성할 것을 제안한다. 고용자의 너그러움과 외국인 근로자의 관용과 인내가 자연적으로 흘러내리도록 기다리지 말고 한국 교회가 이 사회의 눈물받이가 되어 감성적 대응을 이성적, 영적 대응으로 전달해야 한다. 한국 교회는 근시적인 돈의 논리에 의한 개인주의적 선택을 장기적인 투자의 논리에 의한 공동체적 합의로 나아갈 수 있는 가교(架橋)와 여론 형성의 장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외국인 근로자 교회가 한국 교회에 베풀 수 있는 참여의 기회를 확대해 나아가야 한다. 한국 교회 중심으로 일방적으로 외국인들을 흡수시킬 것이 아니라 우리도 그들의 생각에서 공유할 소중한 것을 발견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성령께서 그들의 신앙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하시고자 하는 역사적 소명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를테면, 성탄절과 부활절 또는 각 국의 명절에 공동 예배를 드리는 것뿐만 아니라, 수시로 주일 학교나 사회봉사 프로그램에 그들의 달란트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
6. 본향을 향해 가는 나그네
우리는 모두 하늘의 본향을 향해가는 나그네이다(히11:13-16). 내국인은 일상 환경에 익숙해져 잠정적으로 망각하거나 착각하고 있는 반면에, 외국인은 현실 속에서 직접적으로 절감하고 있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현행법으로서 효력을 가진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유입되는 외국인의 수를 원천적으로 조절하는 것은 이미 입국한 외국인을 더불어 사는 이웃으로 대하는 문제와 전혀 무관하게 시행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외국인을 불러 모으는 나그네 수용소가 될 수는 없다. 이를 위한 민족적 소명을 아직 받지 않았고 준비도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자만이나 만용을 부릴 이유가 없다. 그러나 합법적이든 비합법적이든 이미 입국한 외국인에 대해서는 우리가 나그네의 공감대를 가져야 한다.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스스로 나그네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재확인한다면 외국인에 대한 태도를 변화시켜야 한다. 일본 점령 식민지 시대를 통해 우리도 나그네이었으며 그 사정을 알기 때문에 나그네를 압제하지 말아야 한다(출23:9, 마25:31-46).
나아가, 외국인에게 동일한 삶의 윤리와 법을 적용하여(레24:22),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해야 한다. 외국인이 참여하는 교회라면 지배자와 피지배자, 기득권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문화적으로 우월한 자와 열등한 자, 주인과 객의 구분이 있을 수 없으므로, 한국 교회가 동일한 삶의 원리를 실천해야 한다.
다만, 외국인의 우상숭배, 부조리한 문화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경계해야 한다(레22:1-16). 문화적 포용성이 신앙적 생명력을 지배하도록 방관해서는 안 된다. 세계화와 개방화는 다원주의적 문화관과 범신론적 신앙관의 무분별한 수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외국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원동력이 하나님에 대한 신앙에 근거하고 있음은 양보할 수 없는 철칙이다.
(김태황, 천안대 경상학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