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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번째 완주_성공적인 아쉬움 2011-09-20 18:35:35
작성자 : 김태황   조회 1,658, 추천 244


<참고> 아래 글은 2005년 11월 5일에 게시한 것인데 바이러스성 댓글이 수 백개가 달려 이를 일괄적으로 삭제하기 위해 다시 옮겨 놓은 것임...
***

2005춘천국제마라톤대회를 치른지 정확하게 2주가 지났다.
1주가 지나면서 몸은 정상을 회복했지만,
마음은 조금 과장하면 이제서야 평정을 되찾은 듯 하다.
오히려 긍정적인 생각이 점차 세력을 넓히고 있다.
이제는 평안한 마음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이번 대회 출전 결과는 '기대 이상의 성공'과 '여전한 아쉬움'의 중첩으로 표현될 수 있다.
개인 최고 기록을 5분 12초 단축시킨
3시간 20분 39초로 완주했다.
하지만 Boston대회 출전 자격 기준에서 39초가 초과되었다. 아뿔사....

2005년 10월 23일
마침 본인의 생일날이었다.
아침 기온이 낮을 것으로 예보되어 우려되었으나
강하지 않는 햇살과 더불어 적절한 기온으로 기후 조건은 우호적인 날이었다.
썬글라스를 착용한 것이 눈의 피로도를 조절하는 데에 효과적이었다.

만성적인 훈련 부족으로 이번 대회에서
기록에 대한 과욕은 금물이라는 각오를 반복해서 세뇌시켰다.
한 모텔에서 토요일 밤 일찌감치 휴식을 청했으나
새벽 4시경 몰염치한 투숙객들의 비이성적인 괴성으로
휴식의 효과가 최대화되지 못함을 우려하였으나
새벽 마지막 2시간 가량의 숙면으로 전세를 회복하게 되어 다행이었다.

10km 지점을 통과하기까지는 손목 Stop-watch로 5분/1km 속도, 즉 3시간 30분 목표로 조절했다.
2-5km 지점의 오르막 코스에서 미묘하게나마
지난해에 비해 컨디션이 나은 상태라는 느낌이 든 것은
초반 race를 낙관적으로 이끌 수 있는 동인이 되었다.

보다 정밀하게 신체적 조건에 신경을 쓰면서 17-18km 지점을 통과하면서
자신감의 싹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에너지 공급 수준이나 우측 종아리의 통증이 양호한 편이었다.
20-21km지점에 이르러서는 Boston대회 출전을 위한 3시간 20분 내 기록에 욕심이 생겼다.
가능할 것 같았다.
문제는 전반부에 조절된 속도보다 빠른 속도로 후반부를 주파할 수 있을 것인가였다.
전반부 속도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성공적이라고 자평할 터인데
100m당 평균 1.5초 정도를 단축하며 후반부를 극복할 만큼
에너지 비축과 다리 근육 및 심장 여건이 될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달리면서 줄곧 남은 거리와 시간을 초 단위로 계산하면서
무리가 되더라도 도전해 볼 것인가 아니면
안전하게 현상 유지하면서 race를 성공적으로 마칠 것인가에 대한 주행 중 분석이 거듭 번복되었다.
대략 5km 주기로 고비가 반복될 때마다 자신감과 분석 결과도 바뀌었다.

정작 어려움은 30km 대에 진입한 이후 부터 인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열번째 겪는 30km 대의 극한 상황이지만
매번 기억은 새롭다.
왜 사서 이 고생을 할까...
아무 생각없이 그냥 드러눕고 싶음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골인 지점의 영광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당장 한 걸음만 내 딛는 것이었다.
두 걸음 앞을 기대하기에도 힘들다.

에너지가 고갈되고 신체적 한계에 도달한 시점에서
속도를 높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포기할 수도 없었다.
이번에 3시간 20분에 도달하지 못하면
내년 3월 동아서울국제마라톤에 이 고생(?)과 이 항거(?)를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20km 이후 33-4km에 이르기까지 속도를 높여 매우 고무적인 기대감에 차 있었으나
35km 지점 이후부터 더 이상의 speed up 은 어려웠다.
더 이상 욕심을 냈다가는 고지를 눈 앞에 두고 주저앉을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깊어갔다.

10km 지점에서 물 한모금,
20km 지점에서 찹쌀파이 하나와 물 한모금으로
쉼없이 달렸다.
후반부에는 줄곧 추월하며 포기할 수 없는 목표를 향해 달렸다.

40km 지점에 이르러서는 더 이상 분석도 판단도 없는 몽롱한 상태에서
돌아갈 수가 없어서
주저앉을 수가 없어서
오로지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시간을 통과했다.
춘천 종합운동장에 진입해서 Stop-watch를 보니 3시간 19분 15초...
남은 거리는 족히 300여미터....아아..
전력 질주를 했다.
어차피 3시간 20분 벽은 불가능하였으나
그저 남은 에너지 모두를 분출시키고 싶었다.

기록은 3시간 20분 39초....

종전 기록을 경신했다...
나로서는 당시 상태에서 더할나위없이 최선을 다한 행복한 달리기였다, 39초의 아쉬움만 잊어버린다면..

이 날 엘리트 부문(등록선수) 1위인 엘리자 무타이의 기록은 2시간 9분 27초..
일반부문(아마추어) 1위인 이지원씨의 기록은 2시간 31분 8초.

풀코스 42.195km를
무타이는 평균 18.4초/100m 로 달렸고
이지원씨는 평균 21.5초/100m 로 주파했는데,
나는 평균 28.5초/100m 속도로 완주했다.

그날보다 오늘 그 성취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사실 그날에는 기록 경신과 최선의 race에 대한 성취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에 가리워졌었다.

이제는 오히려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2006년 동아서울국제마라톤대회를 기대하게 된다.
3시간 20분이 목표가 아니라
아예 이 참에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의 꿈인 Sub3(3시간 이내 완주)에 도전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다시 4개월을 준비하면서 2006년 3월 셋째주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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