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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환경컬럼 13> 유럽연합(EU)의 플라스틱과의 전쟁 2018-10-02 18:25:30
작성자 : 김태황   조회 131, 추천 21


* 아래 글은 월간지 <에코비전 21>(www.ecovision21.com)에 격월 정기적으로 게재하는 <국제환경칼럼>으로써 2018년 10월호 pp.58-59에 실은 전문(全文)을 옮긴 것이다.

유럽연합(EU)의 플라스틱과의 전쟁

1860년대에 플라스틱이 발명되었다. 오늘날 생활용품으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폴리에틸렌은 1933년에 독일과 영국에서 우연히 발명되었다. 현대문명은 가히 약 150년 만에 철기시대에서 플라스틱시대로 전환되었다. 플라스틱은 흔한 생활 비닐봉지에서 눈으로 식별할 수 없는 초극세사 섬유나 반도체 소자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과 산업의 필수 재료가 되었다. 그런데 현대문명의 풍요를 가능케 한 이 플라스틱이 다른 한편으로는 현대문명을 질식시킬 수도 있는 독성을 지니고 있는 점은 역설적이다.
플라스틱의 환경오염 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폐플라스틱은 자연에서 분해되는데 재질에 따라 최소 500년에서 수 천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말하자면 오늘부터 적어도 500년 동안 사용하고 버리는 플라스틱은 지구촌 땅과 바다에서 분해되지 않고 계속 쌓여 사람과 동식물을 뾰족하게 찔러댈 것이다.
  최근 10여년 사이 작은 크릴새우에서 거북과 각종 고래류에 이르기까지 해양 생물들은 잘게 부서진 비닐 조각들을 먹고 소화기가 막혀 질식하거나 영양 결핍으로 폐사했다는 소식은 비일비재하다. 플라스틱 빨대가 바다거북의 코에 꽂혀있기도 하고 2012년 제주도 해안가에 밀려와 죽은 뱀머리돌고래의 위 속에서는 비닐과 끈뭉치가 가득했다. 태평양에는 한반도 면적의 7배 이상이 되는 거대한 바다 쓰레기섬이 형성되었고 쓰레기의 90% 이상이 플라스틱이라고 한다.
  2017년 전 세계 연간 플라스틱 생산량은 약 3억5천만 톤 규모이고 생산품의 45%는 사용 중이거나 재활용되거나 소각되지만 나머지는 매립되거나 방치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즉 연간 약 1,925만 톤의 플라스틱은 토양과 물을 오염시키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올해부터 플라스틱과 본격적인 전쟁(!)을 치르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2015년 12월 순환경제(circular economy)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행동지침을 발표한 바가 있다. 그 이후 지난 2년 간 논의한 결과로 올 1월과 5월에는 플라스틱을 비롯한 폐기물의 사후적 관리뿐만 아니라 환경오염 가능 제품의 생산 계획, 소비 방식, 재활용/재사용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대응전략을 발표했다. 폐기물 감축과 재활용률 제고는 물론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친환경 제품 개발을 위한 투자와 혁신을 유도하여 일자리를 창출하고 실질적인 국제적 협력을 적극적으로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은 사용량을 줄이고 판매를 금지하고 생산자의 책임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집행위원회는 추진 과정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10가지 평가 지표도 제시하였다. 폐기물 발생량, 폐기물 재활용률, 재활용 원료 사용 비중, 재활용 원료의 무역, 투자 규모와 일자리 창출, 관련 특허 수 등을 포괄한다.
  중국도 올 1월부터 폐비닐을 포함한 폐기물 수입 금지령을 내렸다. 인도는 2022년까지 모든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올 1월부터 발효되고 있는 자원순환기본법을 통해 폐기물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고 순환 이용과 적정한 처분을 촉진하여 지속가능한 자원순환 사회를 지향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올 5월 유색 플라스틱 용기를 무색으로 전환하고 재활용 의무 대상 품목을 현재 43종에서 63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EU의 플라스틱과의 전쟁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사람의 수명은 고작 100년이고 정권의 수명은 불과 몇 년에 불과한 데 비해 플라스틱의 수명은 수 천년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28개 회원국들의 산업 수준과 삶의 방식이 다르므로 다른 공동정책들과 마찬가지로 구심력 있는 합의와 추진력을 지속시키는 것도 관건이다.
  폐플라스틱의 맹독성을 고려하면 사후적 관리보다는 사전적 관리가 보다 강화되어야 한다. 수거한 폐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을 현재 30-35% 수준에서 60% 수준으로 향상시킨다 하더라도 무한한 재활용은 불가능하다. 모든 상품과 서비스 생산과 소비에 연계된 플라스틱 재료의 소비는 당연히 개발도상국보다 선진국에서 월등하게 많으므로 선진국에서 생산과 소비를 감축시킬 수 있는 대책을 먼저 이행하고 개발도상국에 대책을 전수해야 한다. 보다 적극적으로는 플라스틱의 국제적 거래를 차단하여 소비국의 책임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처럼 국제적 거래를 여전히 개방한다면 단기적 이익에 민감한 개발도상국은 토양과 대기를 오염시키더라도 폐기물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플라스틱 소비의 감소는 지체될 것이고 지구촌의 흙과 물은 더욱 더 플라스틱에 잠식당하게 될 것이다.

김태황(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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