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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논단 27> 공정한 상생은 제로섬이 아닌 포지티브섬 게임 2019-08-17 01:10:47
작성자 : 김태황   조회 115, 추천 4


* 아래 글은  [대한건설전문신문]에 정기적으로 게재하는 <논단>세션의 칼럼 전문(全文)을 옮긴 것이다.
(발간일 : 2019년 8월 12일)
원제목은 "공정한 상생협력의 길"이었으나 언론사에서 "공정한 상생은 제로섬이 아닌 포지티브섬 게임"이라고 개칭함에 따라 여기서도 언론사의 개칭 제목을 사용함을 밝힌다.
http://www.koscaj.com/news/articleView.html?idxno=203003


공정한 상생은 제로섬이 아닌 포지티브섬 게임

  자녀들이 통닭을 좋아하는데 서로 많이 섭취하려고 쟁탈전을 벌인다면 부모는 어떻게 배분해야 할까? 자녀의 덩치나 기본 섭취량이나 필요 영양 상태에 따라야 할지 각자 닭다리 하나씩 일률적으로 동등하게 배분을 해야 할지 혹은 스스로 게임의 규칙을 정해서 경쟁하도록 지켜볼지는 그 가정의 문화적 특성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런데 만일 한 자녀는 닭 가슴살 부위를 좋아하고 다른 한 자녀는 닭다리와 날개 부위를 좋아하는데 서로 많은 분량의 통닭을 먼저 차지한 후 자신이 좋아하는 부위를 고르겠다는 심산으로 힘겨루기와 신경전을 벌인다면 어떻게 될까? 막무가내 고집이나 눈물어린 동정심 유발 행동이 팽팽해진다면 부모는 어떻게 조정해야 할까? 설령 가위 바위 보로 ‘공정하게’ 우선 선택권을 부여했다 하더라도 자신의 몫이 축소되지 않을까 경계심은 늦추지 않을 수도 있다.
  상생협력의 공정성은 무수히 강조되어 왔다. 그렇지만 무엇이 상생이고 어떻게 협력해야 하고 어떤 공정성의 기준으로 이해관계자들을 중재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각도의 논의가 필요하다. 상생협력은 서로 다투기보다는 힘을 모으고 도와서 서로 잘 먹고 잘 살자는 것이 본질이다. 다투지 않는다는 소극적인 대응에 머무르지 않고 서로 돕는다는 적극적인 대응으로 발전함으로써 이전에 비해 더 큰 유익을 공유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까지 우리의 상생협력 정책과 산업계의 노력은 다툼을 줄이거나 방지한다는 소극적인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측면이 크다. 상생협력이라는 말만 들어도 벌써 식상한다는 반응인데, 정작 실체적 행보는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일종의 과장 광고를 해 왔고 그 광고를 타성적으로 흘깃 본 셈이다.
  지난달부터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범정부 민관합동 T/F를 가동하여 상생협력의 잰걸음을 내딛고 있다. 기존의 산적한 상생협력 과제들뿐만 아니라 자칫 손톱가시가 될 수도 있는 불공정한 기업거래 관행을 개선하고 더 나아가 산업계가 자율적인 상생협력 문화의 밑가지를 뻗을 수 있도록 지원하려는 노력도 포함하고 있어서 기대감이 크다. 단기간에 거창한 성과를 욕심내거나 선언적인 슬로건을 채색하기에 얽매이지 않고 상생협력의 긍정적인 인센티브를 부각시키려는 소박한 의지가 기대된다.
  공정한 상생협력의 길을 열어가기 위해서는 유의해야 할 점들이 있다. 먼저, 상생협력을 강화한다는 명분의 규제는 신중해야 한다. 상생협력은 본질적으로 자율성이 우선되어야 하므로 추가적인 규제는 자칫 부작용을 증폭시킬 수 있고 합법적인 거래행위와 상생협력을 혼동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불법 행위는 상생협력과 무관하게 대중소 기업의 규모나 형태와 상관없이 근절되어야 한다. 불법 행위를 척결하는 것을 상생협력으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 상생협력은 그 이상의 가치와 유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공정위가 상생협력 문화 창달의 주최가 되려고 해서도 안 된다. 공정위는 밑거름을 제공하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불공정한 거래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법적 제도적 규제를 가해야 하지만 기업들의 자율적인 상생협력 문화를 배양하기 위해서는 이끌어주고 격려하고 지원해주는 역할이 더 중요하다. 공정위의 건설적인 역할 중 하나는 우수한 상생협력 업체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사례를 홍보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공정한 상생협력은 참여자들의 상호 윈윈(win-win)을 의미하므로 각자가 추구하는 이익과 부담해야 하는 책임의 맞교환이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유도해야 한다. 건설산업의 경우 발주자는 설계된 품질의 시설물을 예정된 기간 내 제공받는 대가로 적절한 공사대금을 지급해야 하고, 원도급자는 계약한대로 인력, 자재, 기술력을 공급받고 이에 상응하는 대금을 하도급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즉 발주자는 필요한 시설물의 건설, 원도급자는 양질의 생산요소의 확보, 하도급자는 적정한 공사 대금의 획득 등이 각자가 추구하는 본질적인 이익이다. 이것들은 상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참여자들이 서로 협력해야만 달성될 수 있는 이익이다. 그래서 공정한 상생협력은 누구에게서 무엇을 빼앗거나 추궁해서 평균화된 제로섬(zero sum)의 이익 균형을 이루는 것이 아니다. 서로 힘을 모으고 돕지 않는다면 얻을 수 없는 공동의 이익을 추가로 얻게 되는 포지티브(+)섬(sum)의 이익 확대를 추구하는 것이다.
  공정위가 말 안 듣는 기업을 지옥행으로 이끄는 저승사자가 아니라 크고 작은 기업들의 지옥행을 막아내는 수문장의 역할을 확대하기를 기대한다.
김태황/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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