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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환경칼럼 18> 지구촌의 '플라스틱 제로' 도전 2019-09-10 01:34:41
작성자 : 김태황   조회 28, 추천 2


* 아래 글은 월간지 <에코비전 21>(www.ecovision21.com)에 격월 정기적으로 게재하는 <국제환경칼럼>으로써 2019년 9월호 pp.54-55에 실은 전문(全文)을 옮긴 것이다. 단, 이번엔 8월호가 아닌 9월호임을 밝힌다.


지구촌의 ‘플라스틱 제로’(zero) 도전

  벨기에의 유명 관광도시인 브뤼헤의 운하에는 높이 12미터의 대형 고래 조각상이 물에서 힘차게 뒤로 솟아오르는 동작으로 설치되어 있다. 태평양에서 수거한 5톤 분량의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것이다. 해양 오염의 심각성을 일깨우기 위한 조형물이다.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들도 일상생활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거나 대대적으로 감축하려는 규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구촌의 ‘플라스틱 제로’ 도전이 환경과 문명을 다시 업그레이드시킬 것인가 아니면 무모한 몸부림으로 그칠 것인가?
  유럽연합(EU)의 유럽의회는 지난해 10월 24일 플라스틱 사용 규제안을 찬성 571, 반대 53의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시켜서 각 회원국의 동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주요 규제는 2021년부터 플라스틱 빨대를 비롯한 일회용 면봉, 접시, 식기 등 10개 제품의 사용을 전면 중단하고 2025년부터는 플라스틱 병의 90%를 재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체 가능한 플라스틱 제품은 사용을 금지하고 친환경 원료의 제품으로 대체할 수 없는 플라스틱 제품은 적극적인 사용량 감축 의무를 적용하려고 한다. 이를테면 식료품 포장지나 용기, 음료수병 등의 사용량을 25% 감축하려고 한다. 또한 플라스틱 제품의 제조업체가 해당 제품의 수거와 폐기 비용을 부담하도록 한 것도 사용량 감축 방안에 포함되었다.
  시애틀시(市)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지난해 7월부터 외식업체의 플라스틱 빨대, 식기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주(州)로서는 캘리포니아가 처음으로 식당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2018년 8월 통과시켰는데, 이미 2014년에 식품 및 주류 매장, 약국에서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했다.
  아프리카 케냐는 1인당 국민소득이 1,200달러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보다 앞서 2017년 8월부터 비닐봉지 사용 금지법을 시행하고 있다. 위반 시 약 4,2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1월 자원순환기본법을 발효하면서 플라스틱 제품의 재활용 의무를 확대하고 있다. 식음료업체의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 자체를 금지하는 추가적인 개정안들도 현재 발의되어 있다. 지자체로서는 서울시가 지난해 9월 플라스틱 프리(free) 도시를 선언하면서 2022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나 빨대, 비닐봉지 등의 사용량을 50% 감축하는 목표를 정했다. 소비자로서 ‘플라스틱 제로’ 또는 ‘제로 웨이스트(waste)’를 실천하는 선각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들을 위한 제품들도 다양해지고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대체하는 휴대용 텀블러는 물론 스테인리스 빨대, 나무 손잡이 칫솔, 나무 장난감, 천 가방, 면 생리대, 비닐 포장 없는 낱개 제품 등의 디자인과 편의성이 향상되고 있다. 상대적 가격 부담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자긍심이 높은 점은 고무적이다.
  비록 일상적인 일회용 소비용품에 국한되었다 하더라도 지구촌의 플라스틱 소비 제로의 몸부림은 이율배반적이기도 하고 애틋하기도 하다. 플라스틱 제품의 발명자이자 수혜자인 인간 스스로가 무절제의 함정에 빠진 탓에 만능열쇠로 활용하던 것을 애물단지로 몰아세워 축출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지구촌의 ‘플라스틱 제로’ 도전은 재활용과 대체의 확대로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재활용률을 높인다 하더라도 소비량이 증가한다면 폐기량도 증가할 수 있고, 재활용이 무한 반복적일 수도 없다. 나무, 면, 식물 추출물 등 친환경 재료를 활용해서 대체율을 높이면 높일수록 이제는 또 다른 자연 생태계의 교란을 야기시킬 수 있을 것이다. 플라스틱컵을 종이컵으로 대체하고 나무 사용을 늘이면 늘일수록 나무의 수는 줄어들 것이다.
  궁극적으로 소비생활 자체를 혁신해야 한다. 소비가 미덕이 되려면 적절한 방식의 소비가 전제되어야 한다. 생산자는 치열한 경쟁에 맞서 이익을 추구하려면 저렴한 비용의 플라스틱 재료 활용을 포기하기 어렵다. 소비자가 생산자를 ‘플라스틱 제로’ 행렬로 이끌어야 한다. 소비자가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플라스틱 제로’ 제품과 방식을 선택하고 소비생활을 단순화시켜야 한다. 이를테면 온라인 소량 반복 주문 습관을 일괄 주문으로 바꾸고 과다 포장의 신속 택배 방식의 상품 주문을 절제해야 한다. 소비자가 나서서 매장의 플라스틱 통이나 쇼핑백이나 비닐봉지 제공을 최대한 거절하고 자신의 가방을 활용할 의지와 행동을 실행해야 한다. 인간과 자연환경의 가치를 지속가능하도록 드높이려면 이제는 산업 차원의 다양한 혁신 못지않게 소비생활의 혁신도 필수적이다. 소비자가 왕이라면 폭군이 아니라 선군(善君)이 되어야 한다.
김태황(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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