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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환경칼럼 19> 프랑스 청년의 '작은' 환경운동의 '큰' 의미 2019-09-27 23:56:57
작성자 : 김태황   조회 33, 추천 0


* 아래 글은 월간지 <에코비전 21>(www.ecovision21.com)에 격월 정기적으로 게재하는 <국제환경칼럼>으로써 2019년 10월호 pp.44-45에 실은 전문(全文)을 옮긴 것이다.


프랑스 청년의 ‘작은’ 환경 운동의 ‘큰’ 의미

  길거리에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리기로 유명한 프랑스에서 청소년들이 담배꽁초를 줍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올 8월 9일 영국의 BBC 뉴스에 따르면(https://www.bbc.com/korean/news-49282499). 아멜 할타라는 열여덟 살 프랑스 여성 청소년이 올 7월 우연한 계기로 온라인에 “물병 채우기” 해시태그(hashtag, #FillTheBottle) 운동을 시작했다. 일주일 만에 수 천 명이 동조하는 댓글을 달았고 담배꽁초를 채워 넣은 플라스틱 물병 사진을 올렸다고 한다. 까칠한 개인주의자 같을 이 청소년들이 흡연자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자발적으로 환경보호의 가치를 인식하고 실행하는 ‘작은’ 움직임에는 ‘큰’ 의미가 있어 보인다. 마치 <에코비전 21> 회원들이 2014년부터 서울 혜화동 대학로 인근 하수구 청소를 자발적으로 시작한 Save Earth, Save Us 운동이 이제 프랑스 청소년들에게 공감 바이러스를 전한 것처럼 보인다.
  프랑스 길거리에서 버려진 담배 조각은 거의 필터만 남은 듯 꽁초이다. 필터는 셀룰로스 아세테이트라는 합성 물질로 제작되어 자연에서 완전히 분해되기까지는 짧게는 1년 반 길게는 10년이 소요된다고 한다. 버려진 담배 필터에서는 미세한 플라스틱 조각, 비소, 납, 니코틴이 배출되며 자연 생태계를 오염시킬 수 있다.
  기후변화, 미세먼지와 대기 오염, 토양과 수자원 오염 등 글로벌 환경 이슈들은 각 국 정부가 협력하여 대응해야 할 국제적 정책 과제로만 여기기 십상이다. 물론 그러하다. 하지만 정부에 의한 강력한 환경정책 못지않게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추진력은 무수한 개인들의 자발적인 참여에서 비롯될 수 있다. 현실적인 환경보호 운동을 언제 어디서나 신속하게 기하급수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환경의 최종 수요자이자 수혜자인 개인이 보다 적극적이고 실천적인 환경 지킴이가 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먼저, 덩치 ‘작은’ 개인의 자발적인 환경 지킴이 운동은 75억 인구의 덩치 ‘큰’ 흐름으로 발전할 수 있다. 사실 각 국 정부가 국제적 대응책에 유기적으로 협조하기란 쉽지 않다. 장기적 대의(大意)에 공감하더라도 자국의 단기적 이익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의 원인 제공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직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반면에 개인들은 국적을 불문하고 자신의 공간에서 자신의 시간에 맞춰 자의에 따라 환경 지킴이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실천해 나아갈 수 있다.
  개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는 정책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정부의 규제나 제도의 이행에는 막대한 행정 비용이 소요된다. 정부의 정책은 특정인만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정책 기획, 발의, 의견 수렴, 홍보, (시범) 이행, 재검토 등 각 단계별 무수한 시간과 에너지와 재정 투입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결국에는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사회적 기회비용이다. 프랑스 청소년들의 담배꽁초 줍기 운동은 규제나 제도의 정책 비용을 지출하지 않고 이행되고 있다. 오히려 사회적 가치를 재발견하고 향상시키는 사회적 편익이 증대되었다. 참여자들의 개인적 즐거움과 성취감의 유익도 사회적으로 긍정적 파급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실마리를 풀기가 어려운 사안일수록 정책적 대응방안을 일률적으로 이행하려면 비용이 증폭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개인들의 ‘작은’ 참여는 그 자체로서는 ‘작은’ 효과로 보이겠지만 사회적으로나 국제적으로는 ‘큰’ 확산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개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는 환경보호 운동의 순수성을 높이고 환경 가치를 사회적 자본으로 발전시키는 징검다리가 될 것이다. 우리는 통상적으로 환경보호는 개인의 자유로운 활동을 제한하고 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갈등 구도에 길들여져 있다. 환경이 사회적 자본으로써 가치를 발휘한다면 이 갈등 구도를 지속가능한 상생 구도로 전환시키는 윤활유가 될 것이다.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희생하면서(사적 비용) 사회적 이익을 추구하는 자발성에는 사회적 호소력이 있다.
  또한 개인들의 자발적인 환경보호 참여는 소비생활을 혁신시키는 원천이 될 것이다. 기업(생산자)의 사회적 책임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사회적 책임도 사회경제적 혁신에 큰 몫을 부담해야 한다. 청소년들의 담배꽁초 줍기 운동은 청소년의 흡연율을 낮추게 될 것이다. 환경 친화적인 담배 필터 제조 방식을 앞당길 것이다. 길거리 하수구 청소는 행인의 눈과 손을 닦아낼 것이고 타성적인 일상생활을 의미 있는 일상으로 되돌려 줄 것이다.
  우리 환경부는 2019년 환경 키워드로 “필(必)환경”을 꼽았다. 이제 친환경 수준을 넘어 필환경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삶의 필수는 일상에서 공급되어야 하고 소비되어야 한다. 우리는 일상에서의 ‘작은’ 움직임으로도 ‘큰’ 의미의 반향을 일으키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김태황/명지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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