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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환경칼럼 21> 유엔기후변화협약을 이행하지 못하는 이유 2020-02-04 00:27:02
작성자 : 김태황   조회 39, 추천 2


아래 글은 월간지 <에코비전 21>(www.ecovision21.com)에 격월 정기적으로 게재하는 <국제환경이슈>로써 2020년 2월호 pp.62-63에 실은 전문(全文)을 옮긴 것이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을 이행하지 못하는 이유

  북극곰이 딛고 있는 얼음의 크기가 해마다 작아지는 영상은 눈에 익숙하다. 지구 온난화를 이대로 방치하면 해수면 상승으로 태평양 마셜군도 섬나라들이 100년 이내 물에 잠길 것이라는 재앙의 경고도 새로운 뉴스거리가 아니다.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었던 남태평양 투발루(Tuvalu)는 이미 바닷물에 잠긴 2개 섬 주민들을 이주시켜야 했다. 국토만 바닷물에 잠긴 것이 아니라 주민의 절규도 세계의 힘에 잠식당했다. 국제사회는 함께 팔을 걷어붙이기는커녕 내 신발이 젖지 않을 방도만 궁리하고 있다. 세계대전 못지않게 인류의 운명을 좌우할 기후변화에 국제사회는 왜 연합하여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국가 이기주의에 함몰되어 있는가?
  유엔환경계획(UNEP)이 지난해 11월 26일자로 발간한 보고서 “온실가스 격차(Gap) 보고서 2019”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지구촌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매년 평균 1.5%씩 증가해 왔다. 화석연료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은 2018년에 2.0% 증가하여 375억톤(이산화탄소 환산 수치)에 이르렀고, 2018년 총 온실가스 배출량은 553억톤(이산화탄소 환산 수치) 규모라고 보고했다. 2030년까지 19세기 후반기의 산업화 이전 시대에 비해 지구촌 온도를 2℃ 이내 상승으로 억제하자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준수하려면 앞으로 10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수준에 비해 25%를 감축해야 한다. 1.5℃ 이내 억제를 추구하려면 55%를 감축해야 한다. 상당히 비관적이다.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배출 전망치에 대비하여 37%를 감축하겠다고 목표치를 제시했었다.
  제2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 25)가 지난해 12월 15일까지 회기를 이틀 연장하고서도 아무런 성과 없이 폐막한 것은 아쉬움을 넘어 허망하기까지 하다. “행동할 때(Time for Action)”라는 모토(motto)를 표방했으나 ‘행동하지 않을 때’(!)로 귀결되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의 세부 이행규칙을 2년째 합의하지 못했다. 국제 탄소 거래 시장의 세부 이행 논의도 무산되었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선진국이나 경제대국은 탄소시장의 활성화에 집중한 반면에 개발도상국은 선진국들이 2020년까지 조성하기로 한 재정 지원금 1,000억 달러의 조성 이행을 평가하고 점검하는 데에 관심이 쏠려 있다. 더욱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총회에 앞서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하겠다는 의향서를 기어이 공식적으로 제출했다. 지구촌의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196개 국가들이 각자 동상이몽에 몰입해 있는 형국이다.
  골목 상권 다툼이나 교통사고 분쟁 조정도 아니고 78억명의 생명이 볼모로 잡힌 범국가적 위기 상황이 어찌하여 방치되고 있는 것일까? 국가 이기주의는 개인 이기주의와는 비교할 수 없는 위력을 발산한다. 개인주의는 견제할 다른 개인도 있고, 다양한 개인들의 공동체 또는 사회가 질서와 규율을 활용하여 지나친 개인주의를 제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주의의 충돌은 유형/무형의 전쟁 외에는 막을 방도가 없다. 국가 이기주의가 국가 발전에 선용될 수도 있지만 다른 국가들과 공정의 윤리적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다면 다른 국가를 배제하거나 억누름으로써 자국의 이익을 증대시키려 한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민을 배타적 이기주의의 도가니로 끌어 들이게 된다. 개별 국가의 의사결정은 각국 정부이고 각 정부는 정치적 인기에 의존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의 정치적 이해관계는 단기적 사안이고 기후변화의 영향력은 장기적으로 나타난다. 트럼프 행정부는 단기적으로 탄소 배출이 증가하더라도 산업 생산을 증대하여 일자리를 늘이고 근로자 소득을 증대시킴으로써 재선에 성공하려는 단기적 목표가 우선이다. 북극곰이 걸터앉을 빙하가 사라지고 마셜군도가 태평양에 잠기더라도 그 때는 트럼프 행정부도 사라진 이후일 테니까 지금 실속 없이 남 좋은 일을 할 필요가 없다고 여길 것이다.
  지구 온난화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선진국이나 경제대국이 먼저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19세기 산업화 이후 지금까지 온실가스 배출의 대부분은 이들 국가들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각 국가에서 입법부가 국민의 여론에 밀려서라도 행정부를 견제하여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책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법 제도적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 국민들이 행정부의 편향된 국가 이기주의를 교정해야 한다.
  또한 글로벌 비정부 민간단체들의 역할이 증대되어야 한다. 국가별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모니터링하고 정보를 전 세계로 확산시켜야 한다. 지구촌 시민으로서는, 함께 망하더라도 다른 나라를 먼저 망하게 하고 우리나라는 천천히 망하겠다는 바보짓을 마치 애국주의와 자국 우선주의의 가면으로 분식하는 꼴을 더 이상 방관하고 있을 수 없다. “협약”은 협력하여 지켜야 할 약속이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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