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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논단 31> 업역규제 폐지는 생산성 향상 위한 길 2020-02-20 18:03:54
작성자 : 김태황   조회 168, 추천 9


* 아래 글은 일간지 <건설경제> 2020년 2월 19일자 오피니언 <기고>란에 게재된 글이다.
www.cnews.co.kr 오피니언->기고

업역규제 폐지는 생산성 향상 위한 길

  “밥 먹으러 갑시다. 뭘 드실까요?” “전 아무거나 다 좋지요.” 어디로 가야할지 난감하다. 뷔페식사를 선택하게 되면 여러 가지를 맛볼 수 있는 장점과 맛없게 배불리 먹어야 하는 단점을 수용해야 한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가 어려운 것은 뛰는 방향이 제 각각이기 때문이다. 두 마리가 아니라 열 마리를 제압할 의욕과 힘이 있어도 이리저리 뛰어다니기만 해서는 한 마리도 못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올 초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해서 기업과 기관들의 의견을 접수했다. 내년부터 시행할 종합․전문 건설의 업역 폐지에 대비한 시범사업을 공기업, 준정부기관, 지방공사, 공단이 발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국토연구원은 1월 중순 종합․전문 건설사업자의 상호 시장 진출의 영향 분석 자료를 발간했다. 이 연구자료에 따르면, 업역 규제가 폐지될 경우 수주 금액 기준(2017년)으로 종합 건설사업자는 전문 공사업의 약 87%, 전문 건설사업자는 종합 공사업의 약 13%의 시장에 상호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었다. 건축공사업에서의 상호 진출의 가능성이 토목공사업보다 현저하게 높을 것으로 보인다.
  표면적으로는 종합 건설사업자와 전문 건설사업자가 대등하게 상호 시장 진출의 기회를 확장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개별 기업이 어떤 관점에서 어떤 전략으로 어떻게 대응해 나아가느냐에 따라 산업구조와 체계는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종합․전문 건설사업자가 모두 배부를 수도 있고 더 배고플 수도 있다. 배는 부르지 않더라도 맛있게 먹을 수도 있고 헛배만 부를 수도 있다. 토끼 한 마리를 쫓아가다가 한 마리가 더 나타났지만 내 손은 여전히 빈손일 수도 있다.
  업역 규제 폐지가 종합․전문 건설사업자 어느 한 쪽의 밥그릇을 다른 쪽으로 이동시키려는 인위적인 의도로 기울어진다면 정책의 본질적 목적은 곡해될 소지가 크다. 당장 올해 시범사업과 내년 본 사업 시행 초기에는 이해타산에 민감한 반응이 나타날 것이다.
  업역 규제 폐지를 통한 생산체계 개편이 기울어진 운동장(시장)을 바로 세운다든지 진흙탕 운동장을 허물고 인조 잔디 운동장으로 개조하려는 혁신이라고 홍보(!)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기울기 조정이나 잔디 설치는 현재 칸막이를 유지하고서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핵심은 운동장의 구조가 아니라 경기자들의 태도와 상호관계와 역량의 변화이다. 종합이든 전문이든 건설사업자가 허물어진 칸막이를 넘나들며 더욱 창의적인 발상으로, 더욱 상생협력적인 방식으로, 더욱 경쟁력 있는 역량으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기본적인 여건을 제공하려는 것이 규제 철폐의 목적이다.
  물론 경기자들의 훈련 태도가 변화하고 경기력이 향상되면서 운동장의 구조도 달라질 수 있다. 잔디뿐만 아니라 비바람을 막아줄 돔형 관중석이 설치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경기자들의 멋진 경기력이 뒷받침될 때 가능한 현실이다.
  종합 건설사업자는 시장 개방을 방어하기 보다는 아킬레스를 먼저 치유해야 한다. 직접시공 실적이다. 전문 공사를 수행할 기술자 등록 요건은 갖추었어도 직접시공 실적이 없으면 그림의 떡이다. 이제까지 대부분의 종합 건설업체는 매우 제한적으로만 직접 시공을 수행해 왔다. 덩치와 체면을 우선시하던 ‘왕년의 자존심’을 단호하게 던지고 소규모 단종 또는 겸업 공사라도 실속 있게 수주해서 실익을 챙길 수 있도록 전문 업종 등록을 전향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전문 건설사업자도 아킬레스를 치유해야 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기존의 종합건설 발주 업종을 전문건설 발주 업종으로 전환시키려고 애쓰기보다는 구조적인 아킬레스를 치유하는 데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이 더 실효성이 있다. 발주 업종 전환은 서로 찔러대는 날카로운 ‘밥그릇 싸움’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국가계약법 개정은 최소한의 타협안에 머무를 것이기 때문이다. 아킬레스는 사업의 종합 관리역량이다. 기존의 종합건설 시장으로 진입을 확대하려면 그 시장이 필요로 하는 경쟁력 요소를 갖추거나 향상시키는 일은 필수적이다. 내 경기력에 맞춰 게임룰을 바꿔달라고 시위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정부와 업계와 학계가 집단 지성을 발휘해야 할 숙제가 남아있다. 올 하반기 시범사업을 통해 업종 개편, 발주자 가이드라인, 상호 실적인정 기준과 등록 기준 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기회가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 기회를 나의 소득 창출로 연결시키려면 기회에 편승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업역 규제 폐지의 기회는 건설산업 전체의 생산성 향상의 기회가 되어야 한다.
김태황//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cothk@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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