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상학과 김태황 교수의 홈페이지 방문을 환영합니다.




[시론] 트럼프-시진핑 증후군 넘어서야(다자적 통상규범 회복) 2020-04-10 23:18:05
작성자 : 김태황   조회 103, 추천 5


* 아래 글은 <한국경제> 2020. 4. 9일자 A35면 [시론]에 게재한 것이다. 지면 분량에 의해 삭제되거나 표현이 축약된 내용을 원문대로 유지함으로 인해 지면의 서술 내용보다 추가된 부분이 있음을 밝혀둔다.

https://www.hankyung.com/opinion/article/2020040859781

[시론] 다자적 통상규범․협상력 회복 주력해야
(원제: 트럼프-시진핑 증후군을 넘어서야)

  세계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란 암초에 걸렸다. 미중 무역전쟁이 코로나전쟁으로 확전되고 있다. 항로를 이탈하고 암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글로벌 리더십의 부재가 세계 경제를 감염시키는 변종 바이러스로 파고들고 있다. 독일이 항복하기 10개월 전인 1944년 7월 연합군 참여 44개국이 종전 후 브레턴우즈 체제를 논의했듯이 ‘트럼프-시진핑 증후군’을 넘어설 태세를 서둘러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립적 고립주의’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통제적 대국주의’는 종식돼야 한다. 지난 3년 반 동안 미국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앞세워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비롯한 양자 협정은 물론 환태평양경제통반자협정(TPP), 파리기후변화협약, 세계무역기구(WTO)의 다자주의 협정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거나 탈퇴했다. 2017년부터 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정상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중국제조 2025’를을 추진하는 초강대국 중국도 외국인 투자기업의 기술을 탈취하고 지적재산권을 침탈하고, 사이버 해킹을 저지르고, 정부의 불투명한 통제적 시장 개입을 하면서 ‘중국몽(夢)’을 달성하려 든다면 2021년 이후 시 주석의 장기집권이 실현되더라도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기란 어렵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이후 대내외 경제구조와 체제를 구조조정해야 하는 지금이야말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 먼저 보호 무역주의의 일상화를 수용하고 체질과 태도를 바꿔야 한다. 트럼프식 대립적 고립주의와 시진핑식 통제적 대국주의는 글로벌 경제를 고사시키거나 비틀어대는 상당한 독성이 있지만 자국민의 단기적 이기주의를 충족시키는 인기 있는 마취 성분도 있다. 그래서 양국의 이런 정책적 기조는 관성 작용을 일으킬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수입 규제 조치들이 해소되기를 기대하기보다는 정공법으로 대응하는 전투력을 발휘해야 한다. 우회 덤핑행위가 아니고, 보조금 수혜가 아님을 입증할 자료를 꼼꼼히 챙겨야 한다. 수입국의 부당한 산업피해 주장을 법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있는 현지 법률 서비스와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양자적 통상 압력을 완충시킬 수 있는 다자적 통상 규범과 협상력을 회복해야 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 전체를 위해서도 다자주의 통상체제를 혁신해 국제 통상규범을 확장하고 심화시켜야 한다. 미중 패권전쟁이 글로벌 물류와 자원의 흐름을 왜곡시키고, 개발도상국의 무역을 통한 사회경제적 발전을 가로막고, 글로벌 빈곤을 심화시키도록 160여개 WTO 회원국들이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 한국이 무기력해진 WTO를 주도적으로 일으켜 세우기는 어렵지만 지렛대 역할은 시도해 볼 수 있다. 이를테면 우리나라가 적극 참여하고 있는 디지털 통상규범 이슈를 통해 다자주의적 논의의 불씨를 되살릴 수도 있다. 한국은 지난해 농업분야의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함으로써 당당하게 무역장벽 해소를 주장할 수 있게 됐다.
  또 FTA 체결국들과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지역주의를 강화해야 한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통상과 개발 협력의 의제를 선도하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의 경제협력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 신남방 정책과 신북방 정책으로 양자 간 협력도 필요하지만 미중의 일방적 통상 압력을 완화시킬 지역 공동 방어막을 강화해야 할 시기이다.
  유럽 경제공동체의 더불어 살아가는 자본주의 경험과 저력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유럽연합(EU) 정상회의는 지난해 12월 유럽 그린딜(Green Deal) 정책에 합의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글로벌 사회 경제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리더십을 발휘하려는 움직임이다. 우리나라가 환경 가치를 중심으로 EU 주도의 그린딜에 적극 호응하는 것도 미중의 리스크를 완충시키는 방편이 될 것이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나 정치군사적으로나 미중 패권전쟁의 한복판에 있다. 섣부른 중립선언이나 어설픈 외줄 타기는 양방으로부터 외면을 당하거나 공격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우리 스스로가 대외적으로 균형자나 통상강국을 선언하기보다는 실질적인 국익 카드에 따라 안보와 통상 협상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국가 전략을 명확하게 가다듬어야 한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Copyright 1999-2020 Zeroboard / skin by VoZza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