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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기회와 선택의 한국경제 2021-04-16 19:58:50
작성자 : 김태황   조회 43, 추천 11


* 아래 글은 <e대한경제> 2021. 4. 13 (화) 23면 오피니언 란 [시론]에 게재한 글이다.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104111715581240055

기회와 선택의 한국경제


토끼와 거북이의 달리기 시합 우화에서 출발선은 달랐는가? 여우가 두루미를 식사에 초대하여 수프를 담아준 접시가 자신의 것과 달랐는가? 보답하려는 두루미가 여우에게 고기를 담아 준 가늘고 긴 병은 자신이 사용하는 병과 달랐는가? 거북이는 9부 능선이 아니라 토끼와 동일한 지점에서 출발했다. 여우와 두루미는 각자 자신이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그릇으로 상대방을 대접했다. 평등이 오히려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었다. 그런데 토끼는 낮잠을 선택했고 여우는 심술을 선택했다. 균등한 기회를 오용하거나 악용한 선택은 그 자체가 함정이 된다.

한국경제가 기회의 균등성을 강조하면서 정작 기회를 선택하지 못하는 자충수에 빠졌다. 양적으로는 저성장의 늪에 빠져있고 질적으로는 생산성 향상 부진에 발목이 잡혀있다. 사회계층 간 소득과 자산의 격차는 더욱 확대되었다. 직업과 소득계층 간 이동성도 약화되고 있다. 교육의 획일적인 평준화가 차별적인 교육 경쟁력을 약화시킴으로써 인적 자원과 산업 생산성 향상의 기회를 상실하고 있다. 정부의 경제적 의사결정권이 강화됨으로써 민간기업이 선택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제한되고 있다. 일자리 복지가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법인세를 인상했지만 기업은 투자의 불확실성이 증대되어 오히려 사내 유보금을 더 쌓게 되었다. 저금리 시대에도 가계부채는 증대되고 소비심리는 위축되었다.

주거복지를 균등하게 하려던 정책이 아예 주거 기회 자체를 뒤흔들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의 혼란은 정부의 선택과 부동산 공급자와 수요자의 선택이 상충된 결과이다. 정부는 부동산 수요 규제가 시장 안정의 기회라고 판단했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수요 규제를 공급 부족과 가격 인상의 사전신호로 판단했다. 대외적으로도 미국과 중국의 세계 정치와 경제의 주도권 쟁탈전이 심화된 가운데 한국은 위태로운 균형잡기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경제의 구조적 난관은 기회를 획일적으로 과신한 데서 비롯된다. 개인과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약화시킨 것이다. 이를테면 정부는 경제적 불평등을 직접 해소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일방적으로 선언했고 소상공인의 대응력이 준비되기도 전에 최저임금 인상률을 급격하게 조정했다. 중대재해의 귀책 사유와 상관없이 최고경영자를 구속하면 근로자의 안전이 보장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업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선택의 기회를 제한하는 조치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지는 시장이 독점이고 그 체제가 사회주의 계획경제이다.

올해 초 한 방송국의 “싱 어게인(Sing Again)”이라는 무명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이 선풍을 일으켰다. 기존 가요를 편곡하여 자신의 노래처럼 재창작한 결과 단 며칠 만에 유투브 조회 수가 500만 회를 가볍게 넘어갔다. ‘몇 호 가수’라는 호칭으로 남녀노소에 회자되기 시작한지 2개월도 안 되어 상당수 무명가수는 유명가수가 되었다. 초대받은 총 71개 팀에서 최종 3개 팀(세 사람)이 선발되기까지 탈락자에 대한 구제의 기회가 주어졌다. 한 번의 패자부활전도 있었다. 재기의 기회를 잡기 위해 참가자들은 자신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노래와 무대를 선택하며 변신과 재창조를 거듭했다. 스스로도 놀랄만한 잠재력이 발휘되었다. 1등을 한 가수도 도중에 한번 탈락되었다가 재기의 끈을 잡고 올라왔다. 그들은 상대를 인정하고 공감했다. 경쟁자끼리 서로 격려했다. 심사위원단은 기회의 판을 깔았고 참가자들은 자신의 기회를 선택했다. 기회는 선택되어져야 가치를 발휘한다.

한국경제가 재기의 기회와 선택의 승부수를 펼쳐야 할 상황이다. 기회의 요소들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경제의 관건은 생산성의 향상이다. 생산성의 향상이 병행되지 않는 일자리 유지 또는 창출은 지속가능하기 어렵다. 근로소득의 증대는 노동 생산성의 향상이 전제되어야 한다. 자본소득을 증대시키려면 생산성이 높은 활동에 투자해야 한다. 그런즉 산업정책은 부가가치를 높이는 산업구조의 조정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정부가 재정 지출로 공공 일자리를 늘리기에는 한계와 역기능이 있다. 개인과 기업이 창의와 혁신으로 소득과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양질의 일자리가 생긴다. 다양한 직업의 수가 늘어나서 새로운 생산과 소비가 유발된다. 정부는 개인과 기업이 이러한 기회와 선택을 하도록 지원해야지 직접 선수로 뛰어서는 관중을 모으기 어렵다. 정부가 선택권을 움켜잡을수록 개인과 기업이 선택할 기회는 그만큼 줄어든다.

위기가 기회라는 외침은 선동적 메아리이다. 위기는 위기이다. 위기가 기회가 되려면 기회를 선택해야 한다. 개인의 일상적 선택에 따라 인생의 행로가 정해지듯이 한국경제가 어떤 선택지를 구성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가치가 결정된다. 선택하지 않은 기회란 없다.

김태황/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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