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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민생경제의 요체 2021-07-13 23:41:05
작성자 : 김태황   조회 76, 추천 5


* 아래 글은 <e대한경제> [오피니언] [시론]란에 매월 정기적으로 게재하는 칼럼으로써 2021. 7. 13(화)에 게재된 전문(全文)이다.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107111641310590200


민생경제의 요체


“민생경제라구요? 서민생계 지원인가요? 국민경제 활성화인가요?” 정부와 국회의 민생 챙기기에 대한 20대 ‘민생’의 반문이다.

33조원 규모의 올해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은 ‘민생경제’를 강조했다. 코로나19 피해지원에 13.4조원, 방역에 4.4조원, 고용 및 민생 안정 지원에 2.6조원, 지역경제 활성화에 12.6조원이 편성되었다. 역대 최대 규모이다. 취약 계층의 주거 및 생계 부담 완화 목적의 기정 예산 3조원을 더하면 총 36조원이 코로나19에 대응한 민생 지원 예산으로 운용된다. 대선 후보들은 민생 챙기기 경쟁으로 국민지원금을 감초로 활용하고 있다. 선거철이 되면 민생경제는 금과옥조가 된다.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됨에 따라 민생경제의 중요도는 더욱 커졌다. 하지만 민생경제가 민생복지나 민생정치와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 일방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통로나 일시적인 민원 해소의 수단으로 남용되지 않아야 한다.

정부의 예산안과 국회의 예산심사 방향은 국민 세금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출 용도의 적합도를 엄밀하게 고려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저소득층의 생계 지원은 민생복지의 차원에서 해당 대상자에게 우선적으로 지불되어야 한다. 손실 피해에 대한 보상이라면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피해 판단 기준에 따라 지원해야 한다. 반면에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소득 손실 없이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나 금융소득을 유지 또는 증대시킨 계층은 복지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민생경제 지원의 본질이 국민의 경제활동 전반의 활성화라면 손실 보상보다는 체력 강화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현재의 고통을 감내하더라도 코로나19 이후 재도약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과 역량을 보강해야 한다. 이를테면 이동과 영업시간의 제한으로 치명타를 입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한 일회적인 손실 보상도 필요하지만, 사업 모델과 구조를 혁신할 수 있는 위기 극복의 정책 인프라 지원은 더욱 절실하다. 물론 먼 곳의 물을 끌어다가 가까운 곳의 불을 끌 여유는 없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역동성과 혁신성을 고려하면 현재의 진통제에 안주할 수가 없다.

올해 2월 서울시는 민생경제 5대 대책으로 소상공인 긴급금융지원, 고용유지지원금, 긴급생존자금, 서울사랑상품권 발행, 안심일자리(공공일자리)를 발표했다. 응급치료 효과는 있으나 재활효과는 미진하다. 오늘 일용할 양식은 오늘 생존만이 아니라 내일의 새로운 활동을 위한 투자여야 한다. 기업 경영과 국가의 경제 운용은 지속가능한 미래 지향적인 투자로 이해관계자와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국회에서 정치적 이해타산에 따라 민생법안 처리의 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민생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다. 국민에 대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법 제도가 아닌 것이 없는데 민생 스티커를 붙여 신속 통과와 특별 공로를 자화자찬하는 일은 부적절하다.

민생경제는 치열한 삶의 경쟁 터전에서 생동력으로 작동한다. 삐걱거리기도 하고 상처가 나기도 하고 거품이 끼기도 하지만 천국에 이르는 끝없는 계단을 올라가는 꿈틀거림이다. 정부와 국회가 민생경제의 무엇을 어떻게 챙기겠다는 것일까? 예산 뭉치를 던지면 국민의 체질이 개선되고 체력이 강화되는 것일까?

민생경제의 순환적인 특성을 수용해야 한다. 누군가의 투자와 생산이 있어야 누군가의 지출과 소비가 있고, 이익을 공유하려면 비용 부담도 공유해야 한다. 복지정책이 수혜적이고 정치적 행위가 선심성을 나타내는 것과는 달리 민생경제에는 결코 일방적인 공짜는 없다. 내 주머니가 채워지기만 해서는 안 되고, 내 카드 지출이 있어야 타인과의 민생경제가 작동한다.

반대로 민생경제가 쇠락하는 지름길은 현실에 안주하여 끼리끼리 나눠 먹기이다. 아이스크림 판매자와 와플 판매자가 마주 보고서 종일 서로 사 먹기만 하면 매출은 증가하지만 이익은 남지 않는다. 고정 고객이 확보되었으니 투자할 동인도 없고 다른 소비를 선택할 필요도 없이 쇠락의 늪에 빠지게 된다.

민생경제의 확대 재생산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의 심부름 역할을 혁신해야 한다. 청사와 의사당 담장을 넘어 국민의 삶을 살펴서 경제활동의 동기부여를 재발견해야 한다. 공짜 점심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 민생을 챙기겠다면서 자꾸 초인종만 눌러대거나 설문조사 전화만 건다면 더 방해가 될 뿐이다. 장마에 하수구가 범람하지 않도록 챙겨주되 하수관거의 기능을 살펴야 한다. 20-30대 청년들이 용돈벌이를 넘어 일하며 행복한 가정을 설계하도록 일자리 창출 혁신 기업의 심부름꾼이 되어야 한다.

민생경제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는 일만이 아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당장 바로 세울 수 없다 하더라도 넘어지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면서 맷집을 키워나가는 행진이 되어야 한다.

김태황/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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