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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환경칼럼 30> 유럽연합(EU)의 기후법 제정과 탄소국경조정세 제안 2021-07-29 01:10:45
작성자 : 김태황   조회 47, 추천 5


* 아래 글은 월간지 <ECOVISION 21>(www.ecovision21.com)에 격월 정기적으로 게재하는 <국제환경이슈>로써 2021년 8월호 pp.56-57 전문(全文)을 옮긴 것이다.


유럽연합(EU)의 기후법 제정과 탄소국경조정세 제안

세계경제 흐름의 최대 화두는 디지털경제와 탈(脫)탄소경제이다. 전자는 4차산업혁명이라고도 하고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라고도 한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로봇 등을 통해 이미 우리 산업과 일상을 급속도로 변혁시키고 있다. 후자는 지난해 말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바이든이 당선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사실 트럼프 행정부가 2015년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체결한 파리기후변화협약을 2017년 6월 탈퇴한다고 선언한 후 제동을 걸었던 결과의 반작용이다.

디지털경제의 선도적 역할과 주도권에서는 상당히 뒤처진 듯한 EU가 탈탄소경제에서는 선도적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2019년 12월 EU 집행위원회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주창한 그린딜(Green Deal) 정책이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으로 날개를 단 모양새다. 세계경제의 탈탄소화를 이끌 쌍두마차가 등장했다.

EU는 세계애서 가장 앞서 올해 6월 28일 ‘EU기후법’을 제정했다. 기권한 불가리아를 제외한 26개 회원국이 4월 21일 합의한 결과이다. 핵심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법적 구속력을 마련한 것이다. 중간 단계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를 감축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기후변화에 관한 ‘유럽과학자문위원회’의 설치도 의결했다.

지난달 14일 EU 집행위원회는 EU기후법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 ‘탄소국경조정세(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도입 방안을 유럽의회와 유럽이사회에 제안했다. 세계 최초의 탄소국경세 도입 방안이다. 역외로부터 수입하는 상품의 단위 탄소 배출량이 EU 역내 상품의 경우보다 많다면 그 차이를 탄소거래 가격으로 환산하여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유럽의회와 유럽이사회의 논의를 거치고 회원국 의회의 승인까지 얻으려면 적어도 1-2년의 기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강력한 추진력을 보이고 있다. 대상 산업을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기로 국한시키고 해당 산업의 직접적인 배출량만 고려한 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탄소국경조정세 외에도 2035년부터는 EU 역내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신규 차량의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또한 항공기나 선박 운항에 사용되는 연료에 탄소세를 부과하고 교통 부문, 제조업, 난방 부문의 탄소 배출 비용을 인상한다는 방침도 포함되었다.

탄소국경조정세는 탈탄소 친환경 정책인 동시에 수입 규제 조치로도 활용될 수 있다. EU로서는 선도적인 기후변화 대응의 명분도 내세우고 역내 관련 산업을 보호하는 실리도 챙기는 일거양득의 정책으로 기대할 만하다. 물론 대외적 통상마찰을 유발할 수도 있다. WTO의 최혜국원칙과 내국민대우원칙에 배치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GATT 제20조의 환경 예외조항을 적용하려면 징수하는 관세를 실질적으로 환경보호에 지출해야 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만일 탄소국경조정세를 징수하여 부분적으로라도 코로나19 이후 EU의 경제회복을 위한 일반 재원으로 활용한다면 교역국들과 통상마찰은 불가피할 것이다.

EU의 기후법 제정과 탄소국경조정세 도입 방안은 탈탄소경제로 나아가려는 EU의 강한 정책 의지를 담고 있다. 독립주권을 가진 27개 회원국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극복해야 하는 난관을 정면으로 돌파하려고 한다. 탄소국경조정세 부과 대상 산업은 현재 5개로 제한되었지만 함께 제안된 정책 패키지에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조정, 에너지 과세 지침 등 탈탄소 기후법 이행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EU의 이러한 선도적인 정책 방안들은 산업과 무역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탄소 배출과 상관없이 산업화를 촉진하려는 개발도상국은 환경비용과 EU에 대한 수출 비용의 증대로 경제개발의 둔화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는 탄소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기피하거나 더 비싼 가격으로 소비해야 할 것이다. 품질, 가격, 디자인, 브랜드 중심의 소비성향에 친환경 요소가 추가될 것이다. 기업은 더욱 복잡한 방식으로 생산비용을 산출하고 투자 가치를 예측해야 한다.

EU의 점진적이고 단호한 기후변화 대응책은 글로벌 경제의 경쟁구도와 산업구도의 변화를 촉진시킬 것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 국의 개인, 시민단체, 기업과 정부는 돌이킬 수 없는 탈탄소경제의 흐름에서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생산과 소비 방식을 어떻게 혁신하고 모니터링해 나아갈 지를 치열하게 강구해야 한다. 디지털경제와 마찬가지로 탈탄소경제는 이제 선택적 고려가 아니라 필수적인 고려가 되었다.

우리나라가 지난해 12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이후 한국판 그린뉴딜 정책 시행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국내 경제뿐만 아니라 대외 교역에 이르기까지 미치는 변화무쌍한 변수들을 세밀히 검토하고 추진하는 법제도적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이에 대한 국민적 논의와 합의는 필요불가결한 절차이므로 짧은 호흡과 긴 호흡을 함께 가다듬어야 한다.

김태황/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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