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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학교





<건설논단 51> 건설산업의 '사용가치'를 높이자. 2022-04-18 21:51:13
작성자 : 김태황   조회 109, 추천 10


* 아래 글은 [대한건설전문신문]에 정기적으로 게재하는 [논단]세션의 칼럼 전문(全文)을 옮긴 것이다.
  http://www.koscaj.com/news/articleView.html?idxno=226309  
  (발간일 : 2022년 4월 18일)

건설산업의 '사용가치'를 높이자

승용차의 성능과 품질이 우수하면 제조 기업은 명성을 얻는다. 핸드폰이나 의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사회적 인지도와 일자리 선호도가 높아져서 우량기업이 된다. 그런데 사회경제적으로 유용한 시설물이 늘어나도 건설기업의 명성은 비례하여 상승하지 않는다. 주택 수요가 증가하고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지만, 공급자인 건설기업은 부러움의 대상이
기는커녕 오히려 ‘배 불리는’ 기업으로 폄훼되기도 한다.

한국은행의 통계에 의하면, 건설산업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2002년 7.6%에서 2021년 4.9%로 감소했다. 전체 취업자 가운데 건설업 종사자는 지난 10여년간 7.0-7.7%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20년 건설산업의 총자본투자효율은 21.0%(2018년 26.9%)로 자동차 산업의 15.6%(2018년 16.9%)보다 크게 높고, 반도체 산업의 21.2%(2018년 28.6%)와 대등한 수준이다. 부가가치율을 비교해 보면, 2020년 자동차 산업의 19.7%와 반도체 산업의 33.0%에 비해 건설산업은 35.2%로 더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19 이전 시기에는 대체로 반도체 산업의 부가가치율이 건설산업보다 높았었다.

단 몇 개의 통계로 산업 전체를 진단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건설산업의 부가가치 생산의 상대적 비중은 위축되었을지라도 투자의 효율성과 부가가치 생산 기반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건설산업은 저부가가치의 사양산업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진 것은 선동적 오류의 산물이다. 한번 각인된 프레임은 좀처럼 벗겨지지 않고 세뇌되기 마련이다. 건설산업은 몇몇 유망한 제조업보다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지속가능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음이 실제이다. 건설산업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활동이다. 시설물 자체가 새로울 수도 있지만, 시설물과 연계한 다양한 활동들이 새롭게 창출될 수 있다.

판매가격이 3천만원인 승용차를 가정해 보자. 구매력을 갖춘 소비자들 가운데 구입 후 3천만원 이상의 가치를 회수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소비자는 구매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승용차를 구입하는 대신 다른 소비를 선택할 것이다. 매매가격은 일률적으로 동일하지만, 소비자에 따라 승용차의 ‘사용가치’가 상이하므로 각각 다른 선택이 가능하다. ‘사용가치’에 대한 구매 이전 예측치도 다르지만 실제로 사용하면서 누리게 되는 실효적 가치도 소비자마다 천차만별이다. ‘교환가치’(매매가격)보다 ‘사용가치’를 높이는 것이 실속있는 소비활동이다.

대부분 시설물은 발주자(소비자)와 생산자가 미리 계약한 거래금액(‘교환가치’)으로 건설이 이뤄진다. 그 시설물을 활용하여 얼마나 큰 편익을 얻을 것인가(‘사용가치’)는 ‘교환가치’와 별개이다. 매매 시점과는 딴판으로 보물단지가 될 수도 있고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 진주의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이 있어야 진주 목걸이를 착용한다. 7년마다 약 60톤의 페인트로 덧칠하며 관리하지 않으면 에펠탑도 흉물스러운 고철덩이가 되고 만다. 20년 후 철거하기로 했던 300m 철골 구조물이 133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세계적 랜드마크로 자리 잡고 있다. 그 ‘사용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건설산업이 일자리 창출과 사회간접자본(SOC) 공급을 통해 국민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자화자찬은 이제는 동정심을 얻기에도 식상하다. 10년을 타고 다녀도 고장 나지 않는 승용차처럼, 손안에 컴퓨터를 들고 다니며 세계를 넘나드는 핸드폰처럼 건설산업도 일상을 바꾸는 ‘사용가치’의 시설물을 만들어내야 한다. 시설물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계약가격의 몇십 배, 몇백 배를 능가하는 편익을 누릴 수 있도록 설계하고 시공하고 유지보수해야 한다. 그러려면 건설산업이 일회성으로 치고 빠지는 한탕주의의 허물을 벗겨내야 한다. ‘사용가치’가 높아지면 생산자가 협상력 우위를 가질 수 있으므로 차기 계약에서는 당연히 ‘교환가치’도 상승한다.

우리나라 고유의 선비정신과 장인정신에는 공통점이 있다. 올바른 길을 꿋꿋하게 나아간다는 점과 자신의 존재감을 잃지 않는다는 점이다. 건설산업이 여름 한 철 원두막 설치나 뒷골목 담벼락 도색으로 소임을 연명하려 해서는 안 된다. 무수한 사람들이 사용할 사회간접자본을 생산하는 건설산업일진대 사회적 관계에서 사회적 사용가치를 배가시킬 수 있는 혁신적 생각과 혁신 기술과 혁신 경영이 필요하다.

건설산업의 가치 재평가는 산업 내부에서 선도해야 한다. 자신을 혁신하지 않으면 타인이 나를 천덕꾸러기로 여기는 프레임을 분별할 수도 없고 대항할 수도 없다. 발주 물량을 늘이고 계약금액을 올리라고 투쟁하는 일보다 더 긴요한 것은 건설산업을 가치로운 활동과 결과로 담금질하는 일이다. 잘 벼려진 칼이 정갈한 요리를 만들고 미식가를 불러 모은다.

김태황/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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