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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민의 '선택할 자유'는 어쩌구요 2022-10-11 15:45:47
작성자 : 김태황   조회 115, 추천 15


* 아래 글은 매월 정기적으로 게재하는 <e대한경제>의 [오피니언] [시론]란의 10월 칼럼으로써 2022. 10. 7(금) 19면에 게재된 전문(全文)이다.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210051700340950062

국민의 ‘선택할 자유’는 어쩌구요


이솝우화에서 여우와 두루미가 서로 초대받은 식사에서 화가 난 것은 선택할 자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만일 두루미가 평평한 접시의 음식 외 오목한 그릇에 담긴 다른 음식을 선택할 수 있었거나, 여우가 긴 호리병에 담긴 음식 외 넓적한 접시의 다른 음식을 선택할 수 있었다면 굶고 분통 터트릴 일은 없었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UN 연설에서 ‘자유’를 21번 언급했다. 윤대통령이 탐독한 경제 교과서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 교수가 1979년에 저술한 <선택할 자유>라고 한다.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관하면서 ‘자유’에 대한 자신의 철학과 세계관을 20분 이상 설파했다고도 한다. 과연 대통령은 선택할 자유를 누리고 있다. 두 달만에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겼고 아침마다 기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한다. 국무총리를 비롯한 18개 행정부의 장관을 임명하고 수천 개에 이르는 공공기관장과 경영자를 선택할 자유가 있다.

프리드먼의 저서 <선택할 자유>는 세 가지 뿌리에서 배양되었다. 하나는 아담 스미스가 1776년 <국부론>에서 구현한, “자기 자신만의 이익을 위한” 개인 간의 협력이 사회적 이익을 증대시킨다는 개인 자유의 이념이다. 다른 하나는 토마스 제퍼슨이 기초한 1776년 미국 독립선언문의 “생명, 자유, 행복추구권“이다. 세 번째 뿌리는 존 스튜어트 밀이 1869년에 출간한 <자유론>이다. 밀은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이 사회적으로 자유를 누릴 수 있을 때 비로소 인간답게 살아가는 인권을 실현한다고 설파했다. 세 뿌리의 공통분모는 개인과 사회와 국가의 이익은 경제적 자유와 정치적 자유가 발휘됨으로써 증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경제적 자유의 뿌리를 발굴한 프리드먼은 요컨대 국제무역, 통화량 조절, 복지 확대, 교육의 질 향상, 소비자 보호와 편익 증대, 노동자의 생활 개선, 인플레이션 억제 등 구체적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보다는 자유 시장 제도의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인이 다양하게 선택할 자유의 결과가 정부의 규제로 제한된 활동의 결과보다 풍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재 우리는 ”선택할 자유“를 누리고 있는가? 고금리, 고물가, 원화 가치 하락, 양질의 일자리 부족, 주거복지 부족, 저출생과 인구 급감, 경기 위축, 환경비용 증대, 글로벌 리스크 증대 등 사회경제적 장벽이 겹겹이 쌓여 가는데 선택할 자유가 열려 있는가?

민주주의적 선거에 참여했다고 선택의 자유를 만끽하는 것은 아니다. 선출직 정치인은 임기 동안 자신의 선택할 자유를 풍요롭게 누리다가 선거철에만 유권자에게 자신의 자유를 일시적으로 양보한다. 국민의 투표권은 4년 또는 5년에 한 번 행사할 뿐이고 투표일을 제외한 나머지 1,459일 또는 1,824일 동안에는 정치적으로 아무런 선택할 자유를 행사할 수 없다. 일반 국민은 일상의 경제활동에서 무수한 선택의 갈등과 제재로 인해 개인의 자유를 제한받는다. 대통령과 국회는 선택할 자유를 누릴지라도 국민의 선택은 그저 마트에서 가격이 덜 비싼 것을 선택하거나 소비를 줄이는 ‘선택된 자유’만 있을 뿐이다. 그나마 이러한 자유도 움츠려야 할 상황이다.

경제적으로 선택할 자유는 정치적 자유보다 더 현실적이고 일상의 의사결정과 직결된다. 여우와 두루미는 정치적으로는 개인의 자유를 행사할지라도 각자 선택할 그릇의 음식이 없다면 경제적 자유는 박탈당하는 것이다.

‘민생 챙기기’는 일상에서 국민의 선택할 자유를 확장하는 행보와 다름 아니다. 국내외 경기 침체기에는 선택의 폭과 깊이가 위축된다. 강요된 선택이나 외통수 선택을 하게 되면 비용 부담 정도를 넘어 손실이 증폭될 수 있다. 미중 패권전쟁이 장기화되고 각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더욱 팽배해질 것이다. 우리 산업의 고부가가치 생산성과 국제 경쟁력의 둔화와 저출생으로 잠재 성장률의 하락은 지속될 우려가 깊다. 자유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택할 자유를 가졌어도 선택할 대상이 볼품없다면 자유는 가치롭지 못하다. 임차료, 대출 이자, 탄소중립의 간접비용을 포함한 영업비용 등의 부담이 커진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에게 사업 품목과 거래처 선택의 자유가 보장되었다고 한들 민생이 나아질 수는 없다.
권력자가 외치는 자유는 추상적 가치이지만, 국민이 절감하고 갈구하는 자유는 실제적 가치이다. 일을 하고 소득으로 자신의 생명을 지키고 가족의 행복을 만들어갈 자유이다. 권력자가 누리는 자유는 국민이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제한하여 조달한 재원(세금)에 의해 뒷받침된다. 자유의 공급자보다 자유의 소비자의 목소리가 커진 것은 본말전도이다.

대통령과 국회가 정치적으로 선택할 자유보다 우선하는 국민의 경제적 선택 자유를 높이는 일이야말로 우리 경제의 혁신의 길이라고 판단한다.

김태황/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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