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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구요? 2023-06-16 09:40:52
작성자 : 김태황   조회 343, 추천 83


*  아래 글은 매월 정기적으로 게재하는 <e대한경제>의 [오피니언] [시론]란의 6월 칼럼으로써 2023. 6. 12(월) 23면에 게재한 전문(全文)이다.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306102319455170585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구요?


지난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7%로 상향 조정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석 달 만에 1.6%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도 전망치도 2.3%에서 2.1%로 낮추었다. 국내 소비와 투자가 부진하고 특히 대중국 수출이 위축된 영향이 큰 것으로 진단했다.

미중 패권경쟁은 반도체 전쟁으로 첨예화되고 있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중국에 대해 첨단 반도체는 물론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을 통제해 온 것에 반발하며 중국이 처음으로 미국 기업(마이크론) 반도체 제품에 대한 구매 제한 제재를 단행했다.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상무부 장관에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을 대체해 중국 수출을 확대하지 못하게 하라고 요구했다. 지난주 주한 중국대사는 미중 패권경쟁에서 한국이 미국 편에 베팅했다가는 후회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황당하고 난감하다. 중국과 러시아는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를 확장하며 반(anti)서방 진영을 강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 폰 데어 라이언 집행위원장이 지난 3월 중국에 대한 “위험회피(de-risking)”를 언급한 이후 5월 G7 정상회의는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한 ‘위험회피’의 논리로 ‘탈동조화(decoupling)’를 대체했다. EU는 최근 3년간 경제안보를 위한 능동적인 정책과 전략을 쏟아내고 있다. 27개 회원국의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구조적으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하고 있다. 반도체법, 탄소조정국경제도(CBAM), 공급망 실사 지침, 배터리 규정, 역외 보조금 규정, 핵심 원자재법(RMA) 등 어마한 산업통상 안보 꾸러미를 풀어헤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한 달 만에 EU는 당장 2022년말까지 러시아로부터 석유와 석탄 수입을 중단하고, 천연가스 수입량의 40%를 차지하는 러시아산을 2030년까지 중단하겠다는 REPowerEU를 선언했다. 에너지 가격의 급증을 감수하더라도 러시아 리스크를 구조적으로 차단하고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태평양과 대서양에서 고래들이 격동하고 있다.

고래 싸움에는 새우등이 터지는가? 평온할 때는 고래가 새우를 삼킨다. 싸움에 집중할 때는 새우는 고래의 공략 대상이 아니다. 새우등이 터지는 경우는 새우가 고래 싸움인 줄 모르고 있거나 구경하느라 얼쩡거렸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과 EU, 아세안 10개국과 다른 개발도상국들과의 외교 통상관계를 다차원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한일관계 정상화는 친일도 아니고 굴종도 아니다. 고래 싸움에서 생존하고 초월하기 위한 지렛대로 이용해야 한다. 한미일 삼각동맹 구도는 한미와 한중의 양자적 의존의 불안정성을 보완할 것이다. 한EU 경제안보의 협력 강화는 글로벌 갈등 구도의 리스크를 완충시킬 것이다.

새우가 아무리 등껍질을 튼튼하게 단련한다고 해서 고래 싸움 전선에서 안전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체력이 약해서 글로벌 갈등 구조가 확산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 탓이 아니다. 새우가 안전하려면 고래 싸움에 끼어들지 않아야 한다. 구경꾼이 되어서도 위험하다. 고래가 싸울 때 새우는 자신의 일용할 양식으로 영양을 섭취해야 한다. 얼쩡거리거나 파이팅을 외치다가는 등이 터진다.

새우는 실존적 정체성을 재확인해야 한다. 한국의 경제 발전 원동력은 통상강국으로서의 경쟁력이다. 배타적 통상관계는 어렵다. 통상 이익의 문으로 드나들어야 한다. 물론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호혜적 이익이어야 한다. 우리의 자율적 정체성을 드러내야 국익의 실체를 판단할 수 있다. 우리 통상정책의 핵심적 가치 기반을 정립해야 한다.

고래 등에 1대1로 올라타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솔깃한 역발상은 위험한 모험이다. 5월 말 미국을 포함한 13개국의 인도태평양경제협의체(IPEF)에서 공급망 동맹 협상을 타결한 것처럼 다자적 통상협상력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의 일방주의에 대응할 수 있는 다자적 완충지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글로벌 갈등의 소용돌이에서 홀로서기는 위태롭다. 협력과 연대와 동맹이 필수적이다. 자기 존재감과 추구하는 공동 가치가 분명해야 연계성이 높아진다. 우리나라가 핵심 원자재와 중간재의 공급 및 디지털 통상 협상에 큰 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김태황//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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