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상학과 김태황 교수의 홈페이지 방문을 환영합니다.

명지대학교





<국제환경칼럼 38> "화석연료로부터 전환"의 딜레마 2023-12-27 00:37:41
작성자 : 김태황   조회 133, 추천 15


* 아래 글은 월간지 <ECOVISION 21>(www.ecovision21.com)에 정기적으로 기고하는 <국제환경이슈>로써 2024년 1월호에 게재한 칼럼이다.


"화석연료로부터 전환"의 딜레마


지난해 12월 13일에 폐막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는 창립 후 28년 만에 처음으로 “화석연료로부터 전환”이라는 의지를 합의문에 명시했다. 채굴과 사용 과정에서 온실가스의 배출이 큰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를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2주 기간 동안 156개국 정상들과 780명이 넘는 각국 장관들과 22개 국제기구의 수장들이 논의한 결과이다. COP28 홈페이지는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한 ‘역사적인 아랍에미리트 합의(The UAE Consensus)’라고 강조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이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fund for loss and damage)’으로 약 11조원을 출연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런데 합의문 발표 후 이틀이 지나기도 전에 총회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의 산업․첨단기술부 장관이자 총회 의장인 술탄 알 자베르는 자신이 회장이기도 한 국영 석유회사가 향후 7년 동안 석유 생산을 위해 약 195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언론에 밝혔다. 물론 석유 증산을 위한 투자가 아니라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투자라고 주장했지만, 논란과 혼선을 일으킬 수 있는 발언임에는 틀림없다.

‘아랍에미리트 합의’에 대해 절반의 기대감과 실망감이 교차할 수 있다. 설령 이 합의가 효과적으로 이행되더라도 산업화 이전(19세기 초반)과 대비해서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해 보자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의 목표를 달성하기란 어려우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197개 총회 당사국은 모두 온실가스의 배출 감축 노력이 절실하다는 진단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실천적인 이행에는 강약 완급에 뚜렷한 차이를 나타낸다.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미국의 경우만 하더라도 올 11월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방향이 다시 반전될 수도 있다.

아랍에미리트를 포함하는 산유국의 주장이 아예 불합리한 것은 아니다. 1992년 192개국이 리우환경협약을 체결한 이후 지속적으로 재생 에너지 생산과 사용을 확대해 왔지만, 현재도 여전히 전 세계 에너지 사용의 80% 이상은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화석연료로부터 전환”이 바람직한 방향이라 하더라도 당장은 화석연료 사용을 포기할 수가 없다. 어찌 보면 아랍에미리트 산업․첨단기술부 장관의 발언이 진솔하고 현실적일 수도 있다. 급진적인 변화가 불가능하다면 점진적인 이행 과정에서 정책 목표를 합리적이고 효과적으로 추구해야 한다. 즉 현행 에너지 체계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기 전까지는 현 체계를 혁신하고 개선해서 온실가스 배출 감축의 목표에 부합하도록 운영해야 한다.

산업구조와 에너지 생산 및 소비 구조가 국가별로 차등적인 측면도 “화석연료로부터 전환”을 교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를테면 중동 산유국들이 10년, 20년 후라 하더라도 석유 생산 이외 산업활동으로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달성하기는 수월하지 않을 것이다. 산유국들이 지구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석유 생산을 감축하려면 뚜렷한 반대급부가 주어져야 한다.

‘자국 우선주의’는 모든 국가의 공통된 전략적 선택이다. 전 세계적 차원에서는 화석연료의 감축이나 퇴출이 기후변화 대책으로 불가피할지라도 개별 국가에서는 이에 따른 대안적 선택이 어려울 수도 있다. 재생 에너지의 확보 정도는 국가별 천차만별이다. 글로벌 가치 추구와 자국 우선주의가 상충할 경우 후자가 전자의 울타리 안에서 발동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자국 우선주의가 배타적으로 작동하기 마련이다. 글로벌 환경 이슈의 측면에서는 난감한 딜레마이다.

화석연료 감축과 국익 우선의 딜레마를 무중력 진공 상태로 방치할 수는 없다. 먼저 화석연료의 생산과 소비의 감축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엄밀하게는 탄소배출 방식과 정도의 혁신이 관건이다. 재생 에너지 개발 기술력을 향상시키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화석연료의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감축시킬 수 있는 혁신 기술도 획기적으로 개발되어야 한다. 둘째, 자국 우선주의의 결실은 현재와 미래의 유인력만이 아니라 과거에 누린 혜택도 동일하게 고려해야 한다. 현재의 지구 온실가스는 이미 50년, 100년 전부터 누적되어 온 결과이다. 선진국의 과거 무분별했던 온실가스 배출의 책임이 개발도상국의 현재와 미래 자국 우선주의적 온실가스 배출의 동기를 상쇄시킬 수 있도록 강조되어야 한다.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에 대한 선진국의 출연금은 과거 산업화 과정에서 배출한 온실가스의 대가와 동등한 수준에서 책정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셋째, 화석연료 감축과 퇴출이 뉴 노멀(new normal)이 되기 위해서는 당위적인 의무감만이 아니라 자율적인 선택으로 정립되어야 한다. 우리가 세상을 혁신하려면 우리도 혁신되어야 한다.

김태황/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Copyright 1999-2024 Zeroboard / skin by VoZza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