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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환경칼럼 39> 올해 부산에서 플라스틱 퇴출 국제협약 추진될까? 2024-03-13 15:37:42
작성자 : 김태황   조회 95, 추천 12



* 아래 글은 월간지 <ECOVISION 21>(www.ecovision21.com)에 정기적으로 기고하는 <국제환경이슈>로써 2024년 3월호(pp.20-21)에 게재한 칼럼이다.


올해 부산에서 플라스틱 퇴출 국제협약 추진될까?


20세기 모든 공산품의 생산 재료 가운데 가장 탁월한 발명품은 플라스틱일 것이다. 저렴하고 가볍고 견고하고 변형이 자유롭고 인장력이 높아서 정밀한 반도체에는 물론 농산물 씨앗 코팅에 이르기까지 만능 재료로 활용되고 있다. 자동차 재료의 약 50%는 플라스틱 재료로 충당한다고 한다. 폴리에틸렌, 폴리염화비닐, 폴리프로필렌, 폴리아미드, 페놀수지 등 종류도 다양하다. 용도에 따라 무한정으로 활용되고 있다.

획기적이고 신기로운 이 석유 화합물이 100여년 만에 환경오염의 천덕꾸러기로 내몰렸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지난 70여년간 전세계에서 폐기된 플라스틱의 누적량은 85억톤 수준이며 재활용률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75억톤 이상이 소각되어 대기오염을 일으켰거나 토양과 강과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는 셈이다. 현재 약 5천만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양에 부유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해양 생태계 손실은 매년 1조달러를 초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대로라면 향후 수 백년 동안 땅과 바다의 오염은 가속화될 것이다. 2022년 4억 3천만톤 규모에 이른 전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의 가파른 증가 속도가 이어진다면 2040년 무렵에는 생산량이 10억톤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플라스틱의 폐해를 종식시키고자 UNEP는 2022년 3월 제5차 총회에서 엄중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플라스틱 오염 종식: 국제적으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장치를 마련하여”라는 제목의 이 결의문은 UNEP 사무총장이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정부 간 협상위원회를 소집하여 2024년 말까지 실무작업을 완료하도록 요청하고 국제적으로 법적 구속력을 발휘하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 회원국들이 어느 정도 의무적으로 이행하도록 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물론 저개발국가에 대해서는 대응 역량 구축과 기술적 재정적 지원도 포함했다.

이 결의안에 따라 2022년 11월 제1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를 개최하였으며, 올 11월 부산에서 예정된 제5차 위원회에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최종 합의안 도출이 추진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책임이 부과되는 것은 아니지만 부산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보호에 중대한 글로벌 의제가 타결된다면 우리 국민의 선도적인 친환경 의식과 실천력을 드높이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한다.

플라스틱 제품의 환경오염을 종식하려는 이러한 국제적 노력은 두 가지로 집약된다. 하나는 생산의 감축이고, 다른 하나는 사용 후 처리 방식의 혁신이다. 먼저 생산을 감축하려면 대체 재료가 확보되어야 한다. 적어도 플라스틱의 경제적, 기술적, 실용적 장점에 근접할 수 있는 신재료 개발이 이뤄지지 못한다면 생산자와 소비자의 막대한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가 어렵다. 신재료 개발은 현재진행형의 오래된 난제이고 성공 가능성을 예측할 수가 없다. 두 번째 방안의 핵심은 재활용도의 제고이다. 물론 친환경적인 폐기 방식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서 유해성을 감소시키고 분해도를 높이는 것도 효과적이다. 현실적으로는 당연히 두 가지를 병행해야 한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집단의 반발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산업 전반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플라스틱을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으므로 대안이 미진하다면 올해 국제협약 도출에 합의한다 하더라도 실효성 있는 이행에는 구조적 난관이 내재되어 있다. 전반적인 기후변화 대응책과 마찬가지로 산업화로 앞선 선진국과 산업화를 추구하는 저개발국가가 어떤 방식으로 공동의 목표에 협력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국제협약의 구속력 있는 시행도 만만치 않다.

산업 차원에서는 문제가 매우 민감하고 복잡해진다. 플라스틱의 장점을 대체할 재료가 없기 때문이다. 일부 상품의 경우에는 합금이나 섬유류로 대체 가능할 수도 있고 재활용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식으로 재료를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이나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에서는 비용 증가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역량이 부족하기가 십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추진되는 흐름에 우리 국민, 기업과 정부는 지속적이고 탄력적인 유연함을 숙련해야 한다. 우리가 앞장서서 플라스틱 추방을 외칠 수는 없다. 대체 기술력이나 자원이 없기 때문이다. 소비 감축과 재활용도 제고에 전략적인 우선순위를 두면서 장기적인 생산 감축에 대응해야 한다.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보호에 선도적인 행보를 보이는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세(CBAM)를 부과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수입 상품에 대한 플라스틱 규제로 역내 산업보호를 확대할 것이다. 이미 스페인, 독일을 비롯한 일부 회원국들은 플라스틱세를 부과하고 있다.

생산과 소비의 양면성을 고려하면, 국민의 소비 감축 의지로 생산 감소를 이끄는 역할도 중요하다. 정부의 지원책과 제재는 생산과 소비 방식에 대한 규제보다는 대안적인 기술과 상품 개발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20세기 기적의 재료가 100년 만에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는 족쇄가 될 줄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이제 새로운 기적이 필요하다.

김태황 /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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