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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호르무즈 해협 파병의 딜레마 2026-09-26 17:41:15
작성자 : 김태황   조회 109, 추천 52


* 아래 글은 성신여자대학교의 <성신학보>에서 요청을 받아 2026. 9. 21 [광장]란에 게재한 기고문이다.
https://hakbo.sungshin.ac.kr/news/articleView.html?idxno=1619


호르무즈 해협 파병의 딜레마

   대한민국 국군은 다른 나라의 전쟁에 네 번 참전했다. 베트남 전쟁(1964년), 걸프전(199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2001년) 및 이라크 전쟁(2003년)이다. 1973년까지 이어진 베트남 전쟁 참여가 압도적이다. 누적 인원 약 32만명을 파병했다. 첫해엔 구조물 건설을 위한 비전투 공병부대 중심이었으나 1965년 말부터는 최정예 전투부대 파병으로 전환됐다. 약 5,100명의 사망자와 약 11,000명의 부상자뿐만 아니라 참전자 15만명 이상은 평생 고엽제 후유증의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그 대가로 한국은 한미 군사 안보 동맹을 강화하고 막대한 경제개발 재원을 확보하게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지목하여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안전을 위해 군함 파병을 요청했다. 미국의 임무 수행에 동참하지 않는 국가들에 대해서는 종전 이후 통항 안전 유지 비용을 청구하겠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우리 상선과 원유 수송로 보호를 위한 비전투 파병을 고려하고 있다. 2009년부터 홍해 아래 소말리아 앞 아덴만에 파병된 청해부대의 임무를 호르무즈 해협으로 확장하고 강화하는 방안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 헌법 제5조 제1항엔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이 국제평화 유지에 명백하게 부합한다면 정당성이 있는 반면에 이란전쟁이 미국의 침략적 전쟁에 해당이 된다면 파병은커녕 단호히 전쟁 중단을 요구해야 한다. 국제 정세에 대한 현실적 판단은 국내법이든 국제관계법이든 법 논리와 종종 부합하지 않는다. 원유 수입량의 약 70%를 호르무즈 해협 통항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수입구조에서는 타국의 전쟁 개입도 안 되지만 국제무역 항로와 상선 통항의 안전 유지의 국익 보호 임무를 간과할 수도 없다.
   일본, 호주, 주요 유럽 국가들은 일찌감치 미국 주도의 군사작전에는 참여하지 않으면서 독립적 또는 다국적 방어 임무 수행으로 외교 안보적 대응책을 선언했다. 우리는 휴전 또는 종전이 속히 이뤄지기만을 기다려온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외통수에 몰렸다.
   전투병이든 비전투병이든 파병엔 국민의 동의 즉 국회 동의가 필수적이다. 파병의 적법한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미국의 강압적인 요구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해명은 무책임하다. 이슬람 국가들 가운데 1970년대부터 외교적 경제적 관계가 긴밀했던 이란과 적대적 관계를 자초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방관자적 견지로 버티기만 하는 것도 무책임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란전쟁 발발 직후부터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전쟁 리스크 대응 전략을 촘촘하게 예비했어야 했다.
   먼저 한미 경제 안보의 지속가능한 관계의 발전과 더불어 한이란 경제 외교관계의 지속가능성의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의 파병 요청에 대해 대응하고 협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란과도 양자간 협의를 통해 설득하고 해명해야 한다. 한국과 이란은 1962년 수교한 이래 한 번도 외교관계가 단절되지 않았고, 테헤란로는 1977년 명명된 이후 여전히 서울 강남구의 중심 도로이다.
   미국과의 복합적인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는 중간선거를 앞둔 궁여지책의 위협만이 아니다. 현재 한미 통상 외교 관계는 중대한 변곡점에 놓여있다고 판단한다. 미국의 강압적인 관세정책 때문만이 아니다. 쿠팡 로비,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에 대한 미국 빅테크 기업 보호를 위한 압력, 전략적 투자 이행의 지연, 한반도 안보 비용 분담 등 복합적인 이슈들에 대해 미국은 일본에 비해 한국의 미온적인 입장과 태도에 경제적 외교안보적 불만이 누적된 것으로 추론된다. 이는 트럼프를 설득할 대통령실의 협상력이 강화되어야 함을 방증한다. 우리의 비전투 병력이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된다고 한들 현지 미군의 군사작전에 얼마나 기여하겠는가? 백악관은 호르무즈 해협으로 ‘내 편’을 끌어들이고 싶은 것이다.
   전쟁 당사국인 미국의 군사작전에 참여하는 것은 한이란 외교관계에서 불가능하다. 전략적 대안으로 대응해야 한다. 다른 주요국들처럼 다국적 방어적 임무 수행에 참여하는 방안이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뚜렷하게 실행되지 못하고 있지만, 국제적 공감대와 공동 대응이 최소한의 안전판을 마련해 줄 수 있다.
현실적으로 아덴만의 청해부대의 임무 수행 목적과 범위를 확장하는 우리 국회 동의안을 신속히 처리하는 것이 유효한 전략적 선택이 될 것이다. 전쟁 발발 이후 우리 해운사 소속 또는 용선 2척이 이미 공격을 받은 적도 있으므로 우리 무역과 상선 보호로 임무 수행 목적을 명확히 규정하는 비전투 파병의 타당성을 이란과 적극적으로 협의할 필요가 있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의 경제적 군사외교적 의사결정은 어떤 이유에서든 지체되었다. 신중함이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맹목적으로 파병 요청을 수락할 수도 없지만 우리의 경제적 외교적 국익을 방관할 수도 없다. 우리는 양자택일의 논리를 벗어나 양자 활용의 전략적 선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거래의 기술’보다 ‘거래의 지혜’를 발휘하여 지속가능한 경제적 외교적 국익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김태황//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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