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하여 전쟁을 일으킨 사례는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2003년 이라크 전쟁, 2026년 이란 전쟁을 꼽을 수 있다. 6.25 전쟁, 1991년 걸프전, 1995년 보스니아 전쟁 등 7건은 다국적군이나 나토(NATO) 회원국으로 참전한 사례이다. 베트남 전쟁처럼 직접 개입한 사례도 있고 1983년 그레나다 침공이나 1989년 파나마 침공처럼 상대국의 정권 교체 목적의 일방적인 공격도 있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의 2023년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21세기에 들어서도 미군의 해외 파병 및 작전 사례는 수백 건에 이른다.
일본은 지난해 9월 5500억달러의 미일 투자 협정을 체결한 후 올 2월 총 360억 달러 규모의 1차 3건의 사업을 확정했다. 3월에도 2차 사업으로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 사업을 포함한 730억달러를 결정했다. 현재 3차 사업으로 120-20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장 건설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전략적 투자의 1차 사업을 아직 확정하지 못한 상황과 대조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을 지목하여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청했다.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이용 물류 이동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 가운데 통항 안전 대책을 확정하지 못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한 셈이다. 일본, 호주, 유럽 주요 국가들은 일찌감치 미국 주도의 군사작전에는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독립적 또는 다국적 통항 자유화의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우리 정부는 6번째 해외 파병 여부와 방식에 대해 마지막 수읽기에 골몰하고 있다.
당초 9월 17일로 예정됐던 대미 전략적 투자 1호 사업 선정 관련 국회 보고 일정이 연기됐다. 새로운 쟁점 부각의 관점과 호르무즈 해협 파병 이슈와 연계 관점이 제기됐다. 그런데 의아한 점들이 생겼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 사업으로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화력복합발전소 건설의 사업비가 당초 198억달러 수준에서 은근슬쩍 223억달러로 약 13%가 인상됐다. 크게 3건의 예비 사업 규모가 이미 2000억달러를 넘어서 10년치 사업을 한꺼번에 처리할 것처럼 보인다. 지난해 체결한 투자 양해각서(MOU)와 팩트시트에 따르면 사업 선정 과정은 5단계이다. 실무적인 국내 사업관리위원회(1단계)와 운영위원회(2단계)에서 어떤 사업 발굴 논의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고 미국 상무부 장관이 주재하는 투자위원회의 결정 단계(4단계)로 바로 진척된 것과 같다. 가장 당혹스러운 것은 알래스카 LNG 개발과 수송관 건설 사업이 느닷없이 사업 목록에 등장했다는 점이다. 이 사업은 이미 2010년대 중반 엑손모빌을 포함한 미국의 3대 주요 기업이 추진을 포기했고 이어 중국 기업들도 투자를 단념한 고위험 비효율 사업이어서 국내에서 초기부터 참여 반대가 분명했다. 투자국의 반대의견이 분명한 사업도 추진을 강행할 수 있는 구조라면 미국을 위한 전략적 투자는 될지언정 한국을 위한 전략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협의 과정에 참여해 온 우리 정부에게도 책임이 있다.
우리의 막판 수읽기가 긴박해지고 얼기설기 실타래가 된 것은 “상업적 합리성” 명분과 “침략적 전쟁 부인”의 헌법 정신(제5조 제1항)에 의존한 눈치보기의 결과이다. 전략적 투자는 국내 여론을 의식하여(내부협상) 대미 협상에 대한 자기 완결성의 기대감이 지나쳤고, 파병 여부와 참여 방식의 결정은 전쟁이 속히 종결되기만을 기다린 안일함에 밀렸다. 중대 사안에 대한 자율적인 판단에 실기한 것이다.
국정을 신중하게 고려하는 것은 미덕이다. 그러려면 신중함의 가치가 시간의 가치보다 우월한 근거나 결과가 분명해야 한다. 한미 통상 안보 관계에서 전략적 투자와 파병 이슈만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은 쿠팡 로비,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 우려, 한미 군사훈련의 즉흥적 축소, 사용 후 핵폐기물 처리와 핵잠수함 건조 협의의 지연 등 불협화음과 갈등 이슈에 대해 한국의 미온적인 견지와 태도에 불만을 표출해 왔다.
트럼프를 설득할 청와대의 복합적인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의 상업적 통항 자유화를 위한 다국적 임무 수행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한미 안보 강화를 위한 파병이 불가피하다면 아덴만 청해부대의 비전투적 임무 범위와 역할을 확장하는 전략적 선택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