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글은 대한경제 2026. 10. 26. 23면 [시론]란에 게재된 칼럼이다.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610250924087530980
프랑스 폭력 시위의 타산지석
프랑스에서 2018년과 2023년에 이어 다시 전국적인 폭력 시위가 재발했다. 이번에는 주변부 저임금 노동자층이 아니라 고등학생들이 주도했다. 공적 교육 기회와 환경이 구조적으로 불공정하다는 문제 인식에서 촉발됐다. 구매력 기준(PPP)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6만 5천 달러가 넘는 선진국에서 3000여 곳 이상의 기관과 상점에서 방화와 약탈이 저질러졌다고 한다.
시위의 핵심 쟁점인 교육격차와 사회적 불평등의 근저에는 경제적 요인이 중심축을 이룬다.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지출 비율(2024년 기준)은 57.3%로 유럽연합(EU) 27개국 가운데 핀란드(57.7%) 다음으로 높다. 이를테면 2016-2025년 정부 재정수입은 연평균 3.0% 증가했다. EU 전체(4.6%), 독일(4.3%), 이탈리아(3.6%)에 비해 상당히 저조했다. 이로 인해, 같은 기간 동안 프랑스의 재정지출 연평균 증가율도 3.3%로 EU 전체(5.0%), 독일(5.3%), 이탈리아(3.7%)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정부 지출 비율이 높은 수준에서 재정 수요에 비해 수입이 저조하여 지출도 확장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의 사회보장비 지출은 2024년 기준 GDP의 23.7%로 핀란드(26.5%)에 이어 높은 수준이다. 지출 부담이 가중된 것은 아니다. 2016년의 24.4%보다 축소됐다. 독일의 경우는 2016년 19.1%에서 2024년 20.4%로 상승한 것과 대비된다.
재정수입의 근간이 되는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0.8% 수준이다. 2025년 프랑스의 근로자 1인당 노동생산성은 2015년에 비해 1.4% 향상되었는데, EU 전체의 5.5%보다 현저히 낮아 그리스, 스페인, 룩셈부르크에 이어 최하위 수준이다. 노동생산성의 상대적인 저하는 경제 성장의 둔화와 재정수입의 부족으로 이어진다.
주목할 점은 프랑스의 이러한 경제지표가 최근 단기적 양상이 아니라 장기적인 구조적 문제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6년에도 정부 지출 비율은 57.4%로 EU 내 최고였고, 경제성장률(0.9%)은 그리스 다음으로 최저였다. 특히 노동생산성은 2015년에는 EU 전체에 비해 14.6%나 높은 수준으로 독일이나 이탈리아에 비해서도 상당한 우위였으나 2025년엔 7.1%로 하락했다.
프랑스 정부의 GDP 대비 교육 재정 지출 비율은 2024년 기준 5.1%로 스웨덴(7.2%)이나 벨기에(6.3%)보다는 낮지만, 독일(4.5%)이나 EU 27개국 전체(4.7%)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지난 10년간 5.0-5.2%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즉 현재의 사회적 교육격차와 교육 환경의 열악화는 단기적 교육 재정 축소에서 유발된 것이라고 여기기 어렵다.
프랑스의 폭력 시위는 누적된 사회적 불만과 경제 정의 요구의 분출이랄 수 있지만 생산력 저하와 재정 운영의 고질적 난제에서 비롯되었다. 프랑스는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50년이 넘도록 매년 재정적자를 겪고 있다. 요컨대 만성적인 재정 확장(적자) 정책이 지속되면서도 생산성 향상의 상대적 부진과 경제 성장의 둔화로 인해 재정 수요를 뒷받침해 줄 재정수입은 비례적으로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GDP 대비 교육 재정 지출 비율은 다른 국가들보다 오히려 높은 수준이지만 분모인 GDP의 성장세가 뒷받침되지 못하여 상대적으로 교육 환경은 악화됐다고 판단한다.
프랑스의 시위 사태는 분명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첫째는 재정적자를 지속적으로 심화시키는 정책 기조와 방향은 구조적인 사회경제적 난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재정적자 축소를 위한 프랑스 정부의 2023년 연금 개혁 정책은 그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노란조끼’ 운동의 저항에 부딪혀 철회됐다. 재정지출의 하방 경직성은 정책 논리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넘어 사회적 저항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점진적 지출 확대에 신중해야 한다. 둘째 재정지출과 조세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과 경제 성장이 비례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재정수입의 원천이 확장되지 못하고 지출을 증대하는 것은 되돌리기 어려운 재정의 불가역성의 함정에 직면하기 마련이다. 셋째 지속가능한 사회경제적 발전을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이 필수불가결하다는 단순한 정책 방향을 재확인해야 한다. 우리의 멀지 않은 고민거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