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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논단 17> 건설 생산체계 개선은 '품질향상' 2018-04-02 13:57:54
작성자 : 김태황   조회 300, 추천 30


* 아래 글은  [대한건설전문신문]에 정기적으로 게재하는 <논단>세션의 칼럼 전문(全文)을 옮긴 것이다.
(발간일 : 2018년 4월 2일)
http://www.koscaj.com/news/articleView.html?idxno=104068

<논단> 건설 생산체계 개선의 본질은 '품질향상'이다.

  사람은 노인이 되면서 고집스러워진다고 한다. 체력과 인지력이 약해져서 자기 방어기제가 발동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추가적인 학습과 응용 능력이 저하되면서 과거의 전성기를 재현하거나 능가하기란 어렵기 때문에 과거의 업적을 지키려는 최소한의 존재감의 발로일 수도 있다. 만일 어떤 어르신의 고집스러움이 자기 존재의 최소한의 버팀목이라면 이 어르신에게 자기 개발이나 변화를 요구하는 일은 비합리적이고 소모적이다. 고집스러움이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단단해져서 숨구멍을 막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현실적이다. 더 나아가 어르신이 고집스럽게 개발해 온 삶의 경험과 지혜가 효과적으로 드러나는 방향으로 숨소리가 커지도록 한다면 더욱 바람직하다.
  건설산업은 고집불통인가? 국토교통부는 올 3월 중순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생산체계 개선방안 연구용역” 발주 공고를 냈다. 과업 지시서는 우리 건설산업이 지난 50년간 급속도로 성장해 왔지만 “경직적인 생산체계로 인한 비효율성”의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토교통부는 ‘건설산업 혁신위원회’를 발족하여 건설산업의 오래된 경직성을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20년 동안 도전해 온 숙제이다. 이번에는 뭔가가 달라지리라는 기대감을 다시 품게 된다.
  이제까지 지속되어 온 건설 생산체계의 혁신 논의는 이른바 “칸막이식 업역”의 철폐 또는 조정을 통한 경쟁력의 강화에 초점을 두어왔다. 그 덕분에 종합업체와 전문업체 간 물러설 수 없는 대립과 갈등을 증폭시켜 왔다. 그런데 “칸막이식 업역”은 달리 표현하면 ‘업종 전문화’가 아닌가! 과연 복합공사의 종합적인 관리 능력 부족이나 분리발주 불가가 건설산업의 경쟁력이 저하된 본질적인 요인인가? 업체 등록 기준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원하도급 대금 결제를 투명하게 관리한다고 건설산업의 경쟁력이 자동적으로 강화되는가? 적어도 2% 이상이 부족한 본질적인 부분이 있다.
  이번 생산체계의 개선방안은 본질을 겨냥해야 한다. 첫째, 새로운 생산체계는 노동과 자본의 생산성을 높이고 생산물의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어야 한다. 칸막이 철폐이든 시장 진입의 자유화이든 생산체계를 개선하려는 목적은 생산 결과를 향상시키기 위해서이다. 건설 생산물의 품질은 장기간에 나타나므로 단기적인 예산 절감의 이익 추구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객관적인 기준의 가격과 주관적인 기준의 품질은 상호보완적이다. 이를테면 최저가낙찰제는 생산물의 품질이 담보될 때 유효한 제도이다. 가격 한도가 없는 최고품낙찰제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처럼 품질 보장이 안 된다면 최저가낙찰제도 배제되어야 한다.
  둘째, 생산체계 혁신의 주체로는 발주자가 우선되어야 한다. 수요자(발주자)가 일방적으로 공급자(건설업체)를 선택하는 수요독점적 건설 시장에서는 수요자가 어떤 관점과 의사결정과 행동을 취하느냐에 따라 생산물의 가치가 달라진다. 건설업체는 생산체계가 어떻게 변화하든 간에 수동적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건설업체가 먼저 시공과 엔지니어링 기술력을 혁신적으로 개발한 후 이 기술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제도나 정책을 발주자에게 요구하기란 어렵다. 매몰비용(sunk cost)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발주자가 최적의 품질과 가격의 생산물을 획득할 수 있는 생산체계를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단언컨대 발주자의 관점과 태도와 관리 역량의 혁신이 생산체계의 혁신보다 강조되어야 한다. 발주자의 기대 수준과 책임성이 건설업체의 기술력과 혁신 역량의 수준을 좌우한다.  
  셋째, 생산체계의 혁신은 수평적 조정뿐만 아니라 수직적 혁신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의 칸막이를 철폐하거나 조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야말로 ‘종합 역량’과 ‘전문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종합’과 ‘전문’을 어중간한 잔챙이로 혼합시키기 보다는 주특기가 뚜렷한 고수로써 동행하도록 해야 한다. 고수는 칸막이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 건설산업의 고수를 양성하려면 또래문화가 아니라 받쳐주고 끌어올려주는 사제문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 인터넷, 클라우딩 컴퓨팅 등이 다차원적으로 연결되고 융합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고수들의 세상이다.
  건설산업은 상당히 고집스럽다. 사업 리스크가 크다보니 민첩한 몸놀림보다는 우직한 판단과 행동에 익숙해져 있다. 그렇지만 우직함이 나태함과 안일함으로 고착되지 않고 성실함과 정직함으로 숨소리를 내도록 유도하는 것이 정책의 전략적 성공이다.
김태황 멍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건설경제산업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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