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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환경칼럼 23> 코로나바이러스는 자연의 첨병이다. 2020-07-28 19:03:41
작성자 : 김태황   조회 162, 추천 15


* 뒤늦게 올리는 아래 글은 월간지 <ECOVISION 21>(www.ecovision21.com)에 격월 정기적으로 게재하는 <국제환경이슈>로써 2020년 6월호 pp.56-57에 실은 전문(全文)을 옮긴 것이다.
http://www.ecovision21.com/article/칼럼/1002/1658/

코로나바이러스는 자연의 첨병이다.

전 세계 78억명이 5개월째 눈에 보이지도 않는 코로나바이러스와 고투를 벌이고 있다. 이제는 제법 ‘싸움의 기술’을 익힌 듯 보이지만 승전을 속단할 수는 없다. 마치 바이러스와 더불어 살아가는 일상을 받아들이라고 세뇌되고 있는 듯하다.

어릴 적 과수원 외딴집에서 자랄 때 부모님은 라디오 일기예보보다는 구름과 바람의 흐름으로, 석양빛과 달무리의 농도로 내일 날씨를 예견했다. 기원전 수 천년 전 농업을 시작하면서 자연의 일상적인 신호와 주기적인 변화를 인지하고 활용하는 일은 필수적인 생존법이었다. 자연숭배 사상과 의식(儀式)은 과학에 의해 미신으로 판정되지만, 사실 자연의 작용에 대한 인간의 반작용인 셈이다. 자연의 영향력에 맞서기보다는 굴복하는 것이 이롭고 살 길이라는 삶의 태도에 기인한 반응이었다.

자연환경의 메시지와 신호는 태초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인간이 잘 알아차리지 못하니까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되어 왔다. 인간은 자연재해라고 부르지만, 자연의 입장에서는 경고음이나 방향 지시등과 같은 신호체계일 지도 모른다. 추위와 더위는 물론 때로는 가뭄과 홍수로, 때로는 지진과 해일로 거대한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지난 4월초까지 우간다, 케냐, 소말리아, 콩고 등 중동부 아프리카 지역은 4,000억마리 규모로 추산되는 메뚜기떼의 공습을 받았다. 3억명분 이상의 끼니를 하루에 먹어 치웠다. 태풍을 타고 중동지역을 지나고 인도, 파키스탄, 중국으로 건너와 대재앙을 불러일으킬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005년 7월 ‘쿠엘라’라는 덩치 작은 새떼의 공격으로 나이지리아 북부 지역 약 80㎢의 경작지는 황폐해졌다. 2013년 2월 미국 켄터키주 홉킨스빌에서는 수백만 마리의 찌르레기 떼가 도심을 배회하며 남긴 배설물로 인해 사람과 개가 진균성 호흡기 질환을 겪었다. 기후변화로 인해 저온 현상이 지속되면서 이 새떼가 남하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되었다.
5월 10일 현재 전 세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는 400만명에 이르고 이로 인한 사망자수도 28만명을 넘었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는 자연이 인간 중심 사회에 침투시킨 첩자(첨병)가 아닐까? 자연이 인간에게 선전포고를 하기 전 먼저 첩자를 보내서 인간사회의 동태와 대응 방식을 탐지해 보는 모의시험 과정은 아닐까? 첨병의 실체를 노출시키지 않으면서 휘젖고 간 흔적을 보고 각성하라고 기회를 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첨병은 임무를 완수하기 전까지는 신분이 노출되지 않아야 한다. 수행할 임무가 명확해야 한다. 현지에 동화되어서도 안 된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실체는 사실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2002년 사스(SARS)와 2012년 메르스(MERS)도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으로 박쥐, 사향고양이, 낙타가 감염 매개체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어떻게 해서 이 동물들이 숙주가 되었으며 어떤 여건에서 인간으로 전파되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자연의 첨병은 자연의 의도를 가지고 자연의 방식으로 활동한다. 지난 4개월 동안 전 세계의 상품 생산 공장과 국제운송 수단의 가동이 멈추고 사람들의 외출이 제재되면서 하늘과 바다가 자연의 색채를 그대로 드러냈다. 지난 4월 초 인도의 대기질이 80%나 개선됨에 따라 펀잡 지방 주민들은 150㎞나 떨어져 있는 히말라야산맥의 설산 풍모를 수 십년 만에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태국 코리봉섬 인근 바다에서는 멸종 위기의 희귀 포유류인 듀공 스무여 마리가 당당하게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다. 코로나바이러스19가 자연의 첨병이라면 단기간에 아주 수월하게 인간사회에 강력한 신호를 보냈고 그 결과 인간사회의 선명한 반응을 확인하면서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셈이다. 현대인이 정화수를 떠다 놓고 큰바위와 고목 아래에서 두 손을 비비며 빌지는 않지만 지난 수 십년간 헝클었던 자연의 색과 농도와 움직임을 되돌리며 백기를 들었다. 하늘에서 하늘 그대로의 하늘색이 나타났고 바다에서 바다 그대로의 바닷물이 흘렀다.
첨병과 사신은 다르다. 하지만 첨병이 탐지하거나 교란시키려는 의도를 간파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면 사신이 다녀간 것처럼 전쟁 분위기를 평화 분위기로 전환시킬 수 있다. 자연(自然)은 ‘스스로 그대로 존재’하고 싶어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을 몰아내야만 스스로 존재하는 것으로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인간이 더 이상 말썽을 피우지 않도록 끌어 안고 싶어할 것이다. 그래서 첩자를 보내 은연중에 신호를 보내는 것이리라. 인간에게도 자연이 의존의 대상일지언정 파괴의 대상이 아님은 분명하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물리쳐야 하지만 자연의 신호는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경고 신호를 무시하거나 망각한다면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첩자가 메뚜기떼와 쥐떼 같은 바이러스 군단을 천둥과 해일로 몰고 올 것이다.

자동차와 비행기를 주차장과 격납고에 계속 세워둘 수는 없다. 공장 기계를 멈춰둘 수만은 없다. 산업화 이전 시대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하지만 자연을 열 받게 하는(!) 탄소 배출량을 과감하게 줄여야 하고 땅과 물과 생물을 질식시키는 비닐과 플라스틱 등 석유화학 물질을 걷어내야 한다. 의식주는 삶의 필수적인 최소한의 요건이지만 권력과 재력과 능력을 과시하려는 자연 적대적 소비는 엄정하게 절제되어야 한다. 자연이 바이러스 첨병 침투로 작전을 마무리할지 대재앙의 군단을 휘몰고 올지는 인간의 안목에 달려있다.
김태황//명지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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