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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논단 38> 건설 업역 통합과 업종 개편, 혁신의 디딤돌이 될 것인가? 2020-09-03 23:23:44
작성자 : 김태황   조회 343, 추천 12


* 아래 글도 <건설논단 37>에 이어 '긴생각 긴글'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원고 요청 분량을 따라야 했으므로 '짧은글'이 될 수가 없었다.
이 글은 한국건설기술인협회가 격월로 발간하는 종합매거진 <건설과 사람> 2020년 9-10월호 Vol.160, pp.28-31에 게재한 것이다(8월 27일 발간). 원고는 2020년 7월말에 작성되어 송부한 것이다. 본문의 소제목은 편집진에서 추가로 기입한 것이고, 일부 내용은 원문과 달리 재배치되었다. 그래서 구성이 더 산뜻해졌다. 또한 분량 제한으로 인해 편집진이 원문 중 일부 내용을 삭제하였는데, 아래에는 원문의 내용을 남겨 두어서 아래 링크의 인쇄본과 다를 수 있음을 밝혀둔다.

https://homenet.kocea.or.kr:1443/e-book/ecatalog5.jsp?Dir=24

건설 업역 통합과 업종 개편, 혁신의 디딤돌이 될 것인가?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2021년부터 종합건설과 전문건설의 업역이 완전히 폐지된다. 2008년 겸업제한이 폐지된 지 13년이 지나 건설산업의 칸막이 제도가 허물어지는 셈이다. 업역 폐지 또는 통합의 시행에 맞추어 지난 2년 동안 고심해 온 혁신방안으로 건설 업종의 대업종화도 추진된다. 생산체계 개편에 핵심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 업역 통합의 본질은 산업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종합건설은 원도급, 전문건설은 하도급이라는 수직적이고 획일적인 생산구조를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경쟁구조로 전환함으로써 종합업체이든 전문업체이든 경쟁력이 높은 시공업체의 수주 기회를 공정하게 확대하여 산업의 생산성과 시설물의 품질을 향상시키자는 것이다. 대업종화는 업역 통합의 촉매제로 이해할 수 있다. 29개 전문 공종을 14개로 대업종화하여 종합업체와 전문업체가 업역을 넘나들며 상호 시장진출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징검다리와 같은 제도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예상되는 '기대'와 현실적인 '우려'
외환위기 이후 지난 20여년간 건설 업역의 칸막이 철폐를 고심해 왔지만 업역 통합과 업종 개편에는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혼재되어 있다. 업역과 업종의 배타적인 방패막이 사라지므로 실적, 기술력과 사업 수행능력 위주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는 견지가 있는가 하면, 오히려 입찰 참가업체가 대폭 늘어나는 과당 경쟁으로 변별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감도 제기된다. 통합된 시장에서 실효성있는 수주를 하려면 특화된 기술력과 관리력으로 전문화가 필요할 것이므로 결과적으로 견실한 업체를 육성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지만, 소규모 업체들은 경쟁에서 밀려서 더욱 부당한 하도급 관계에 매몰될 수 있다는 우려감도 있다. 또한 대업종화는 세부 공종에서의 전문성과 전문화의 유인력을 약화시킴으로써 오히려 생산성을 저하시킬 것으로 우려하기도 한다.
이제 막 착수한 공기업 발주의 9개 시범사업의 과정과 결과를 분석하여 보완해야 할 점들을 세밀하게 검토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업종 개편의 구조적, 절차적 쟁점
업종 개편의 논의 과정에서 제기된 치열한 쟁점은 구조적인 측면과 절차적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구조적 측면에서는 두 가지의 쟁점이 있다. 하나는 시장 구도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적합성의 문제이다.
먼저, 업역 통합과 업종 개편으로 종합업체와 전문업체가 거리낌 없이 상호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의 확대에는 서로 공감하지만, 개편 이전과 비교해 시장의 구도가 기울어질 수 있다는 점에는 상이한 견해가 있다. 이를테면 이제까지는 종합공사로 발주되었던 특정 공사가 대업종화로 인해 전문공사로 발주된다면 시장의 확대 차원을 넘어 시장 구도의 기울어짐을 지적할 수 있다. 반면에 복합 전문 공종에서 종합적인 조정 및 관리 역량의 변별력이 강조된다면 시장의 경쟁구도는 업역 통합 이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종합업체에게 유리할 수도 있다.
구조적 문제점으로 치열하게 논쟁하고 있는 사안은 시설물유지관리업의 개편 방안이다. 성수대교 붕괴 사고 직후 1995년에 제정된 <시설물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시특법)에 의해 지난 25년간 시설물의 안전과 유지관리의 공사업을 활발하게 수행해 온 업종이 이번 개편 방안에서는 정체성이 흐트러졌기 때문이다. 즉 시설물유지관리업체의 입장에서는 특화된 기술력과 시공 역량을 발휘해 온 독자적인 시장이 해체되고 각 대업종으로 뿔뿔이 분산됨으로써 시설물 유지관리업이 와해되었다고 주장한다. 시설물유지관리업 시장만을 고려한다면 급진적인 대변혁이다. 물론 상당 수의 시설물유지관리업체는 종합이나 전문 공사업을 겸하고 있으므로 신축 공사업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국토교통부는 시설물의 안전과 유지관리의 중요성을 분명히 인지하고 미래 시장 확장세를 전망하면서 시설물 유지관리의 고도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즉 한시적으로 “유지관리공사”를 건설산업기본법에 신설하고 “유지관리 자격 제도”를 도입하여 시설물유지관리업의 역할을 보강하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설물유지관리업체로서는 시특법의 취지에 배치되는 업종 개편안에 강한 거부감을 표출하고 있다.
다른 하나의 구조적 쟁점인 적합성의 문제는 대업종의 구성과 직결된다. 하나의 대업종에 편입된 기존 전문 공종들 간 연계성과 기술의 유사성이나 호환성이 부족하고 대업종의 울타리 내에서 새로운 수직적 원하도급 구조가 유발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포장공사업협의회는 토공, 포장, 보링 그라우팅 파일 업종이 지반조성•포장공사업으로 대업종화될 경우 포장 공사업의 시장이 포장 공사 역량이 미흡한 토공이나 보링 그라우팅 파일 전문업체로 기울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절차적 측면에서는 생산체계 개편의 취지가 효과적으로 구현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의식에 집중된다. 주력분야 공시제의 효과적인 활용 방안, 합리적인 상호 실적 인정 범위 설정, 주력분야 확장 시 자본금과 기술력의 적정한 기준 조정, 입찰 참가와 심사 시 주력분야와 전문 공종별 실적의 실효성 있는 반영 방식, 종합업체에 대한 직접시공의 원칙과 전문업체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 관리 및 조정 역량 보유의 원칙의 균형있는 적용 등의 사안이 운영 절차와 과정에서 갈등으로 표출될 수 있다.
요컨대 주력분야 취득 요건으로 기술력의 기준을 완화하는 것이 시장 통합에는 유효하겠지만 기술 경쟁력의 변별력을 약화시킬 수 있고 궁극적으로 생산성 향상과 시설물의 품질 향상의 목적 달성에 역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업종 기준으로 발주할 경우 주력분야 간 경쟁과 주력분야 내 경쟁을 효과적으로 운용하는 방안에도 세밀한 고민거리가 나타날 것이다. 더욱 중요한 쟁점은 발주자의 자율적 선택권이 확장될 수 있는 만큼 발주자가 변별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이다. 발주자의 권한에 비례하여 책임도 커져야 하는데 혁신 로드맵에는 이에 대한 논의가 간과됐다.

발주자의 역할이 개편 성공의 열쇠
전문 공종의 대업종화와 주력분야 공시제에 대한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개정 외에도 긴장감 있게 풀어가야 할 과제들이 있다. 처음 내딛는 발걸음이므로 과거 경험에만 의지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일방적인 훈계로 계몽하려거나 무책임한 상상력으로 선동해서도 안 된다. 그 대신 문제 해결 능력을 발휘하여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업역 통합과 대업종화가 건설업체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입낙찰 제도의 공정한 변별력을 높여서 사업의 효율성과 건설산업 전체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본질적인 과제이다. 주요 쟁점들은 시종(始終)과 본말(本末)을 구별하여 전략적으로 해소해 가야 할 것이다.
먼저, 시장 구도가 기울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상호 시장 진출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옆집으로 드나들 일이 잦아지면 자기 울타리만 지키려는 일이 부질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옆집으로 건너가려면 옷도 차려입어야 하고 손에 뭔가 들고 가는 것도 있어야 한다. 번거롭고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런데 공동의 손님을 맞이하는 일이라면 부담이 아니라 기꺼운 마음으로 함께 넘나들 수 있을 것이다. 발주자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하다. 단언컨대 생산체계 개편의 성공 여부는 발주자가 우선적으로 얼마나 준비되어지냐에 달려 있다.
시설물유지관리업의 해체가 건설산업 혁신의 목적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반대일 것이다. 국토교통부도 시설물 유지관리 시장의 확대와 기능의 전문성 향상이 시급하다고 진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시설물유지관리업체의 전문성 고도화를 지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업종 칸막이를 해소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유지관리 사업이 집중되는 3-4개 대업종 내 시설물유지관리업을 각각 주력분야로 재배치하고 전문화가 정착될 때까지는 대업종 간 주력분야의 중복 확장도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업종과 마찬가지로 시설물유지관리업의 정체성도 보장될 것이다. 물론 신축 전문업체와 유지관리 전문업체의 상호 진출입은 개방되어야 한다.
대업종 구성의 적합성 문제는 업종 간 연계성 외에도 업종별 총 사업규모나 업체 수를 고려하여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대업종도 건설업이라는 하나의 업종으로 통합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리라 전망한다. 어느 업종 소속이라는 정보보다는 개별 업체의 전문 역량의 정보가 더 유효하고, 발주자가 이를 평가하여 판단할 수 있는 조직 시스템과 관리 역량을 갖추게 된다면 건설업 단일 업종이 효율적이고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업종 구성도 과도기적이고 유동적이라는 방향성을 명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발주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발주자가 입찰 참가 자격과 심사 기준을 해당 사업의 목적에 부합하여 탄력적으로 설정하도록 자율권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주력분야 공시제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상호 실적 인정을 포함하여 주력분야에 일치하는 실적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종합업체의 직접시공 실적과 전문업체의 종합적인 계획, 관리, 조정 실적을 타당하게 산출하고 합리적으로 보정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초기에는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다. 종합업체와 전문업체가 제각각 불만을 쏟아낼 수도 있다. 초행길에는 언제나 긴장하면서 주위를 살피게 된다. 조금만 어색한 느낌이 들어도 길을 잘못 들었나 싶어 갸우뚱하기도 한다. 혹 두 사람이 의견 일치가 안 된 상태로 진입했다면 서로 탓을 내뱉을 수도 있다.
이해 당사자들의 다양하게 얽힌 상충된 이해관계를 헤쳐 나아가려면 서로가 설득력을 발휘해야 한다. 알렉산더 대왕이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번에 자른 것처럼 얽히고 설킨 매듭이 단번에 잘려 풀려지기를 기대한다면 전설의 고향에 너무 익숙해진 탓이다.

건설산업 혁신 위한 변화의 시작
업역 통합과 업종 개편 자체는 혁신의 모양새일 뿐 혁신의 과실은 아니다. 시장의 확장, 경쟁 구조와 게임 룰의 변화, 전문 역량 발휘의 기회 확대 등 구조적 변화가 특정 기업에게는 보약이 될 수도 있고 독약이 될 수도 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그림의 떡이 될 수도 있다.
건설산업의 고질적인 아킬레스건을 개혁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기대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오래된 숙제’를 풀고자 하는 열의와 용기는 건설산업의 혁신에 긍정적인 동력이 될 것이다.
시행착오가 없고 부작용이 없는 백신 개발은 불가능하다. 부정의 힘을 압도할 수 있는 긍정의 힘을 배양함으로써 투자 효과를 최대화시키는 것이 부작용을 최소화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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