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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환경칼럼 25> 환경과 무역의 상관성이 커진다 2020-10-08 20:07:33
작성자 : 김태황   조회 290, 추천 9


* 아래 글은 월간지 <ECOVISION 21>(www.ecovision21.com)에 격월 정기적으로 게재하는 <국제환경이슈>로써 2020년 10월호 pp.60-61에 실은 전문(全文)을 옮긴 것이다.
http://www.ecovision21.com/article/칼럼/1002/1734/


환경과 무역의 상관성이 커진다

자유가 실현되는 것은 선택을 통해서이다. 만일 자유권이 보장되어 있다 하더라도 선택의 여지가 없는 외통수의 상황이라면 자유의 가치는 전혀 발휘되지 못한다. 독점시장을 경계하는 이유도 소비자의 선택권이 차단되어 경제활동의 자유가 상실되기 때문이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정부는 스스로 어떤 선택을 하고 상대방에게 어떤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느냐에 따라 기대하는 효과가 현저하게 달라진다는 점에 당연히 민감해야 한다.

슈퍼마켓 계산대 앞에는 본 매장 선반에도 있는 작은 상품들을 다시 배치해 둔다. 동네 약국에서도 마찬가지로 건강 보조식품을 대기 의자나 계산대 앞에 주렁주렁 진열한다. 구내 식당 영양사는 건강에 더 유익한 반찬을 손 닿기가 더 쉬운 위치에 배치하는 지혜를 발휘하기도 한다. ‘넛지효과’를 활용하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자 세일러(R. Thaler)와 법률가 선스타인(C. Sunstein)의 저서 <넛지>는 타인에게 지시나 통보를 하기보다는 자율적인 선택을 유연하게 유도하는 방식이 경제적 성과를 더 효과적으로 창출해 낼 수 있다고 논증했다.

환경 보호 조치가 넛지효과처럼 국제무역에 영향을 끼친다. 어떤 조치가 어떤 방식으로 어느 강도로 이행되느냐에 따라 어떤 재화와 서비스의 무역은 증가하고 다른 어떤 재화와 서비스는 감소할 수 있다. 각국의 환경 보호 조치는 국내 정책이고 국제무역은 대외관계에서 이뤄지지만 소비자와 수출입 기업들은 환경정책의 방향과 내용의 변화에 유리하게 대응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선택하기 때문이다. 그 영향력도 증대되고 있다. 환경 보호 조치의 설계와 이행이 강화될수록 국제무역의 패턴과 경쟁력 구도가 달라질 가능성도 커진다.

환경 보호 관련 조치는 광범위하게 마련되어 이행되고 있다. 이를테면 유럽연합(EU)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전기 자동차의 기술과 사양을 규정하고, 일본은 냉동/냉장 기기의 에너지 소비 효율 측정 기준을 활용하고, 중국은 오존층 파괴 물질에 대한 수출입 허가 요건을 규정하고, 한국은 유전자변형생물(GMO)의 사전 정보 동의서와 라벨링 요구를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들은 교역 상품의 수출입을 규제하거나 경쟁 구도의 변화에 영향을 끼친다.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환경위원회(CTE)의 2019년 11월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한 해에 164개 회원국들 중 88개국이 보고한 무역 관련 조치 통지(notification) 4,225건 가운데 663건(15.7%)이 환경 관련 조치였다. 1997년 165건(8.1%), 2008년 395건(13.4%)에서 건수로나 비중으로나 크게 증대되었다(ECOVISION21 2019년 2월호 칼럼 참조).

WTO가 한 회원국의 국내 정책 변화를 다른 회원국들에게 통지하도록 하는 이유는 WTO 통상협정에 부합하는지 살피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다른 회원국들이 인지하고 대응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지난 10년간(2009-2018년) 환경 관련 조치 통지 5,468건 가운데 3,462건(63.3%)은 무역기술장벽(TBT)에 관련된 사안이었다. 2015년을 목표 연도로 추진해 온 새천년개발목표(MDGs)가 일단락지어지고 2016년부터 2030년을 목표 달성 연도로 설정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를 추진하면서 17개 목표 가운데 자연환경 관련 항목이 3개일 정도로 환경 이슈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환경 관련 무역기술장벽(TBT) 통지 건수도 2016년부터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09-2018년 동안 미국은 대체/재생 에너지, EU는 화학 물질과 독성 유해 물질 처리, 일본은 환경협약 이행 조치, 중국은 에너지 저장과 효율화 그리고 한국은 대기 오염 저감에 각각 최우선적인 목표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주목할 부분은 국내외 환경 이슈가 국제무역의 흐름에 끼치는 영향력이 증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 보호 조치를 명분으로 수입 규제를 강화할 수도 있고, 환경 친화적인 기술력을 갖춘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어 관련 상품과 서비스의 수출이나 해외 진출이 가속화될 수도 있다. 역으로 국내 기업의 환경 관련 기술력이 미진할 경우에는 환경 보호 조치의 강화가 외국 기업의 국내 시장 진입을 더욱 확대시킬 수도 있다.

환경 관련 조치와 국제무역의 상관성이 증대됨에 따라 정부의 정책과 기업의 글로벌 전략과 소비자의 합리적인 행동에도 파급영향이 발생한다. 이를테면 소비자는 가격과 품질 외에도 친환경 요소를 중요한 소비 선택 기준으로 고려할 것이다.

10년 간 환경 관련 조치 통지의 63.3%가 무역기술장벽의 유형인 점에서 나타나듯이 환경 이슈와 기술 규제가 연계된 복합적이고 다양한 방식의 환경 관련 조치가 무역 장벽으로 대두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우리 기업이 상대 교역국의 환경 관련 조치에 내재되어 있는 간접적인 기술장벽까지 세밀하게 관찰하고 대응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 보호 조치의 강화는 거역할 수 없는 강물 줄기이다. 관건은 우리 정부와 기업과 개인 소비자가 어떻게 새로운 기회로 활용할 것인가이다. 우리나라가 환경 보호 조치를 강화해 나아가는 만큼 상대 교역국의 환경 관련 조치에도 박수를 보내야 한다. 바람에 맞서기보다는 파도타기에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국제무역 당사자들은 선택의 자유권을 행사할 수 있다. 어제의 조치에 대응하는 우리의 오늘 선택은 내일 다시 환경과 무역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우리나라는 환경도 발전의 토양으로 가꾸고 무역도 성장의 디딤돌로 삼는 자율적인 선택권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김태황/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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