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상학과 김태황 교수의 홈페이지 방문을 환영합니다.




[시론]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은 양날의 칼 2021-02-04 18:38:35
작성자 : 김태황   조회 234, 추천 11


* 아래 글은 <e대한경제> (2021. 2. 4.) 27면 [시론]에 게재한 칼럼이다.
http://www.dnews.co.kr -> 오피니언
또는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102021736573670481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은 양날의 칼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첫날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대선 공약 1호를 이행했다. 각국이 환영할 일이다. 특히 유럽연합(EU)으로서는 ‘트럼프’라는 복병을 만나 기후변화협약을 힘겹게 이끌어오다가 이제 가속 페달을 밟게 되었다.

2015년 12월에 체결된 파리기후변화협약은 올해부터 발효된다. 195개 참여국이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서 지구 평균온도를 2℃ 이내 상승으로 방어하자는 것이다. 1997년 교토의정서에 비해 선진국의 탄소 배출 감축 의무가 없어지고 자발적 참여로 전환되었지만 개도국들이 동의한 것은 선진국들이 매년 지원하기로 한 1,000억 달러의 기후변화 대응 지원금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환경 이슈에 선도적이었다. 1986년 상원의원으로서 최초의 기후변화 대응 법안을 도입했고 1998년에는 열대림보존법을 주도했다. 2015년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으로서는 2001년 3월 W. 부시 행정부가 선진국들 가운데 가장 먼저 탈퇴한 교토의정서의 한계점을 보완하며 파리기후변화협약의 체결에 기여했다. 바이든의 그린뉴딜 정책 공약은 2016년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친환경 정책을 승계하여 업데이트한 것이다. 주목할 점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단선적인 청정 대체 에너지의 확충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국내 일자리 창출과 신산업 육성에 방점을 찍는 복합적인 청정에너지 생태계 구축으로 나아간다는 점이다.

미국이 매년 5,000억달러의 연방 예산을 투입하여 2050년까지 100% 청정엔너지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환경 우선적인 인프라 투자를 확대한다면 우리 기업의 투자와 수출에도 긍정적인 파급영향이 기대된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경제 전반의 운영 기조와 맞물려 글로벌 경제의 동반 성장이 아니라 통상 규제로 탈바꿈할 소지도 있기 때문이다.

“Buy American”을 표방하면서 해외 의존도를 축소하고 미국 중심 공급망 구축 전략을 강하게 추진한다면 색깔을 달리하는 보호 무역주의가 굳어질 것이다. 법인세를 21%에서 다시 28%로 인상하고 최저임금을 15달러로 2배 인상하면서 기업의 노동 및 환경 보호 요건을 강화할 경우 기업의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증대될 것이다. 해외에 진출한 기업을 다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 정책을 촉진하기 위해 세제 혜택과 규제를 보강한다 하더라도 기업의 부담을 상쇄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우선 과제인 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려면 결국 대외적으로 외국 기업들에 대한 보호주의적 규제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바이든 행정부가 다자주의 통상체제를 동맹국들과 협력하여 복원하겠다는 정책 기조에는 미국의 주도적 리더십 발휘가 전제조건이다. 동맹국들도 공감하는 바이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에는 세계 탄소 배출의 약 22%를 차지하는 미국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 그렇지만 국내 경기회복의 선결과제를 글로벌 환경 이슈를 지렛대로 풀어가려다 보면 자칫 동맹국을 함정에 빠뜨릴 수도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 FTA) 제20장 “환경”에는 양국이 환경정책을 강화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제3조는 양 당사국이 무역과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환경법이나 정책의 시행 또는 협정상의 의무가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고 합의한 결과이다. 양국이 이 협정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역으로 환경 이슈를 강화함으로써 무역과 투자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여지가 크게 작용할 수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처럼 한-미 FTA의 개정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지는 않겠지만 치밀하게 규범을 앞세우며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의 이익을 증대시키려 할 것이다.

탄소 보조금 지급 금지와 탄소조정세 부과도 새로운 수입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2025년을 목표로 탄소 배출이 상대적으로 많은 상품의 수입에 탄소조정세를 부과한다면 우리 기업의 철강, 석유화학 제품의 대미 수출은 암초에 맞닥뜨릴 수 있다. 모든 산업의 인프라를 제공하는 건설산업에 미칠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물론 미국만이 아니다. EU는 더 빠른 2023년부터 탄소 국경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와 통상 부처 각료들과 대통령 소속 기관의 각료급 인사들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정치적 관료적 경험을 축적한 노련한 전문가들이다. 재무부 옐런 장관과 상무부 러만도 장관, 국가경제위원회 디스 위원장과 무역대표부 타이 대표가 모두 그러하다. 미국의 대외 통상정책이 치밀한 설득력으로 동맹국을 파고들 가능성이 다분하다. 트럼프의 대립적 고립주의를 바이든 행정부가 협력적 연합주의로 궤도를 수정한다 하더라도 우리 정부와 기업은 미국발 글로벌 친환경 정책의 양날의 칼에 냉엄한 방어책을 예비해야 한다. 숨겨진 칼날이 더 날카롭기 마련이다.
김태황//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Copyright 1999-2021 Zeroboard / skin by VoZza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