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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환경칼럼 28> 기후변화 소송의 추세 2021-03-27 05:41:29
작성자 : 김태황   조회 114, 추천 9


* 아래 글은 월간지 <ECOVISION 21>(www.ecovision21.com)에 격월 정기적으로 게재하는 <국제환경이슈>로써 2021년 4월호 pp.60-61 전문(全文)을 옮긴 것이다.

기후변화 소송의 추세

우중충한 날씨에 팔다리가 쑤신다는 어르신의 일기예보(!)는 날씨 변화의 일상적 민감성을 대변한다. 크고 작은 동물들은 지진이나 해일이나 화산 폭발처럼 중대한 자연재해를 민감하게 예감하기도 한다. 21세기에 이르기까지 변덕스러운 날씨나 돌이킬 수 없는 기후변화의 결과를 누구의 탓이라고 책임을 추궁한 적이 없었다. 위대한 자연이든, 거대한 자연이든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여겨왔다. 그러나 이제는 자연에 대한 해코지나 무모한 반항이 제재와 대가를 치르는 시대가 되었다. 인간이 철들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자연의 되갚음이 부메랑으로 인간사회를 강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는 자연의 엄중한 되갚음 현상이다. 인간 스스로가 상호 감시의 망을 촘촘히 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엔 산하 환경 전담 기구인 유엔환경계획(UN Environmental Programme)은 올해 1월말 ”글로벌 기후변화 소송 보고서 2020“을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에는 24개국에서 884건의 기후 소송이 진행되었다. 2020년에는 7월 1일 기준으로도 38개 국가에서 적어도 1,550건의 소송이 제기되었다. 급증세이다. 이 가운데 약 80%가 미국에서 제소되었다. 기후변화 대응 실천력을 높이기 위해 국제법과 국내 헌법에 근거한 기본적 인권에 의존하여 제소를 하는 트렌드가 특징적으로 나타났다. 각국이 기후 관련 국내법과 정책을 강화하면서 기후 피해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주장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기후변화 적응에 실패하는 경우와 적응하여 영향력을 나타내는 경우가 대조적으로 뚜렷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산업혁명 이후 주요 에너지 자원인 화석연료의 개발을 감축하고 보존하려는 추세가 나타나게 되었다.

이 보고서는 기후변화 관련 소송의 향방을 다섯 가지로 전망했다. 첫째, 소송의 원고는 기업이 기후 위험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방식으로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소비자와 투자자를 기만한다는 주장을 더욱 강하게 제기할 것이다. 둘째, 기후변화 관리 또는 대응의 책임이 있는 정부나 민간 기관이 적절한 관리에 소홀함으로 인해 소송 사건이 증가할 것이다. 셋째, 소송 증가에 따른 법원의 판결이 정부와 기업에게는 새로운 도전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 넷째, 기후변화에 대한 민간 기업의 책임과 정부의 대응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기후 속성에 대한 법적 과학적 근거에 의존하는 바가 증대될 것이다. 다섯째, 집행력이 부족할 수 있지만, 국제 판결기구를 통한 국제 소송이 증가할 것이다.

‘기후 소송(climate litigation)’이라는 용어는 듣기에도 생소하다. 그러나 기후변화의 파급영향이 심각하고 글로벌 대응책이 시급하다는 정도를 넘어 실질적인 법적 책임을 부과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아직은 소송의 대부분이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선진국과 거대 경제권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2016년 1월부터 발효되고 있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이 195개 참가국의 절실한 온실가스 감축 당위성을 명시하고 있지만 참가국의 이행 노력이 의무적이지는 않다. 이러한 정부 간 공식적인 협약의 이행 부담 수준에 비하면 글로벌 기후 소송의 법적 구속력은 강력한 파급영향을 끼치고 있다.

소송은 법적 다툼이다. 결과는 법적 구속력을 가진다. 이기는 쪽이 있고 지는 쪽이 있다. 승패가 명백한 경우도 있지만 애매한 경우에는 양자 모두 불만스러울 수도 있다. 원고와 피고가 모두 국내 기관이라면 국내 문제로 국한될 수 있다. 하지만 기후 소송이 국제 소송으로 국가 간 사안이거나 글로벌 기업에 대한 소송이라면 국제 통상마찰이나 외교적 불편함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 다툼의 당사자들은 경제활동 외의 행정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기후 소송의 급증세는 머지않아 기후변화 대응이 보편적 대세가 될 것임을 방증한다. 글로벌 이슈인 기후변화 대응 책임이 민간 기업에게도 법적으로 부과될 수 있다는 점은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중요한 경영변수로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이를테면 적절한 환경비용과 조치를 간과한 기업에 대해 경쟁 기업이 기후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시장에서 기업 이미지와 경쟁력을 변화시킬 수 있다. 또한 글로벌 기후 소송이 확산된다면 협상력과 대응력의 우위에 있는 글로벌 기업이 현지 기업에게 비용 부담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

이제 기업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환경비용 지출을 임시방편이 아니라 고정적인 생산비용으로 편입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2050년 탄소 순배출 제로(net-zero) 목표를 달성하려면 획기적인 탄소 배출 감소 정책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9년 탄소 배출원 가운데 운송 부문이 23%, 가계 주거 부문이 17%인 반면에 산업 부문이 4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계의 탄소 배출 감축 부담이 커지는 만큼 무임승차를 제재하기 위한 감시와 소송도 증가할 것이다.

이제는 팔다리가 쑤시고 일이 꼬이게 되면 날씨 탓이 아니라 내 탓, 네 탓을 하게 되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하늘이 진노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몰지각하고 무분별한 개인과 기업과 국가가 탄소 배출을 남발한 결과로 정죄하게 되었다. 법정 피고석에 서지 않으려면 자연을 거스르지 말아야 할 이유가 한 가지 더 늘어났다.

김태황/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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