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글은 매월 정기적으로 게재하는 <e대한경제>의 [오피니언] [시론]란의 1월 칼럼으로써 2023. 1. 5(목) 19면에 게재한 전문(全文)이다.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301031705057570046
대한민국경제, 다시한번
올해는 1963년에 태어난 약 80만명이 환갑을 맞는다. 100세 시대에 60세면 절반을 갓 넘겼다지만 인생 한 바퀴를 산 것이다. 기대수명은 1970년 62.3세에서 2020년 83.5세로 늘어난 반면, 출생아 수는 1970년 100만명에서 2021년 26만명으로 감소했다. 1인당 국민소득은 명목상으로 1961년 85달러에서 2021년 35,730달러로 108배 증가했는데, 물가상승을 배제한 실질소득으로도 3.9배 증가했다. 상품 수출금액으로만 보면 대한민국은 세계 6위이다.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손꼽힐 정도로 괄목상대했다.
윤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재도약’을 강조했고, 기획재정부 장관의 새해 업무보고에서는 경제 정책 방향이 ‘위기 극복’과 ‘경제 재도약’이었다. 일상에서 체감하는 고물가, 고금리, 부동산 경기 급반전 등의 생활경제는 물론 국가경제 전반의 구조적인 위기감에 대한 정부의 인식과 반응이 표출되었다. 이를테면 상품무역은 2021년 293억달러 흑자에서 지난해 472억달러 적자로 급락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만에 적자 전환이자 역대 최대 적자 규모이다.
10년 주기 경기변동설에 맞추기라도 하듯이, 우리 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의 거대한 파고를 넘고 있다. 파도타기는 파고를 즐길 수도 있고 짠 바닷물을 들이킬 수도 있다. 경제 재도약은 현안의 전략적 목표이기도 하지만 중장기적 정책 방향이기도 하다. 현 정부의 정책 목표와 방향이 효력을 나타내려면 보강이 필요한 우리 경제의 체질과 체력을 진단하고 적합한 대응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경제 재도약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모두가 공감한다. 어떤 방식으로 어떤 재도약을 지향할 것인지는 전략적 선택사항이다. 아무래도 좋다는 방관주의나 뾰족한 수가 없다는 체념주의가 아니다. 경제 정책은 주어진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답을 찾아가는 선택의 연속이다. 이를테면 동일한 고금리 정책이나 통화 긴축정책이라 할지라도 양약이 될 수도 있고 독약이 될 수도 있다.
한국경제는 성장통이 아니라 정체성의 위기를 맞고 있다. 열정적이고 성실한 태도로 자부할만한 성과를 이뤘지만, 인생의 향방을 어디로 설정해야 할 지가 고민되는 중년의 위기와도 같다. 평균 소득 수준은 향상되었으나 빈부격차는 심화되고 취약계층의 독립적 생활력은 약화되었다. 세계 6위 수출 대국이지만 상품과 교역국 편중도는 심화되었고, 교역조건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경제 규모와 한류 문화의 영향력으로는 세계경제에서 중추적 위상을 드러내지만, 글로벌 경제체제에 영향력을 끼치거나 충격을 완충시키는 포용적 체질은 여전히 허약하다.
기획재정부의 4대 정책 방향 가운데 네 번째 ‘미래 대비 체질 개선’은 경제 재도약을 위한 기반으로 직결된다. 그렇지만 ‘재도약’을 위한 구조적이고 선도적인 전략적 선택은 미진하다. ‘재도약’을 엄중하게 인식하지 못하거나 전략적 선택의 혜안이 부족한 탓이리라. 1997년 외환위기 직후엔 한 때 20%에 달하는 고금리와 재정 긴축정책으로 대대적인 산업 및 기업 구조조정의 잔혹한 터널을 경험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도 수출 급감과 유동성 자금 경색으로 극심한 투자 위축을 감내했다.
경제 ‘재도약’은 다시 한번 힘냅시다 라며 분위기 띄우기로 될 일이 아니다. 한일 축구전 하듯이 90분간 혈투를 벌일 일도 아니다. 중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왕년의 자신이 아니라 현존하는 자신을 수용하고 자기 정체성과 자존감을 재확인한 후 인생 이모작을 위한 비법(비교우위)을 체화해야 한다. 수련과 학습이 필요하다. 우리 경제가 재도약하려면 출생률 세계 꼴찌의 국내 생산력과 수요력 급감 추세를 부담하는 경제 구조조정이 우선적으로 강구되어야 한다. 우리 경제 체질이 어떻게 혁신되어야 한다는 창조적 예지력과 직관력이 제시되어야 한다.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이차전지, 조선 산업의 애국심을 공유할 신산업의 성장 동력을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발굴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이 기존의 사업구조도 혁신하고 새로운 사업구조도 창출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제시해야 한다.
올해 한국경제 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 환경의 핵심의제는 디지털 경제, 그린딜(Green Deal), 글로벌 공급망 재편, 경제안보가 될 것이다. 중장기적 의제이다. 우리 정부의 정책 방향이 정치적 단기 성과에 치중해서는 안 된다. 한국경제의 ‘재도약’은 한두 번 도약해 본 경험에 대한 향수가 아니라 새로운 도전에 기반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