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글은 매월 정기적으로 게재하는 <e대한경제>의 [오피니언] [시론]란의 2월 칼럼으로써 2023. 2. 10(금) 19면에 게재한 전문(全文)이다.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302081353425400356
한국경제의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한국경제의 성장과 무역에 나쁜 소식이 깊어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월 30일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7%로 3개월만에 0.3%포인트 낮추어 전망했다. 미국과 유로존 국가들에 대해서는 각각 0.1%포인트와 0.2%포인트, 중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각각 0.8%포인트와 0.2%포인트를 상향 조정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 전망치는 일본의 1.8%보다 낮으며 세계 전체 평균 2.9%보다도 한참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올 1월 무역적자는 127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적자 규모(475억 달러)의 27% 수준이다. 수출입 상품의 단가 비율을 나타내는 순상품교역조건은 2020년 5월 99.7에서 지난해 12월 83.4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동안 수출 물가지수는 18% 상승하였지만, 수입 물가지수는 33%나 상승한 결과이다. 외환보유고가 4300억달러 수준이라 하더라도 무역적자 폭의 급증세와 주요 원인이 우려된다. 2022년 대중국 수출액은 25.2% 감소한 반면에 수입은 11.5% 증가하여 대중국 무역수지는 1995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
동절기 기후 온난화 덕분에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 국가들의 물가상승 폭이 둔화된 점은 반가운 소식이다. 국제적 금리상승 요인이 약화된 점도 긍정적이다. 예상과는 달리 1월 한 달 동안 증권거래소의 코스피 지수는 오히려 13% 상승했다. 대외적 여건으로, 미국의 1월 실업률이 지난 50여년 동안 최저치를 기록했고, 중국이 코로나 차단 국면에서 경제활동 재개로 전환함에 따라 글로벌 경기는 진작효과를 나타낼 것이다.
1945-53년 격동의 시기에 재임한 미국 트루먼 대통령은 ‘외팔이 경제학자’를 찾았다. 경제학자가 정책의 장단점이나 양면성을 함께 제기하면서 정책효과를 단정적으로 제시하지 못하는 것을 듣기가 싫었고 무책임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는 정책을 명확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 오히려 더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경제활동과 경제정책을 일관성 있게 이행할 필요는 있지만, 일률적으로 추진하기에는 신중해야 한다. ‘외팔이 경제’가 명료하고 효율적으로 보일지라도 현실적 생동감을 반영하지는 못한다. 시장경제는 역동적인 순환체계이다. ‘양팔’의 균형이 필요하다. 경제활동과 정책 추진과정에서 무수한 가변성이 있지만 상호 보완과 조절 기능이 작동한다면 균형감도 발휘될 수 있다.
올해 한국경제에는 좋은 소식보다 나쁜 소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나쁜 소식을 좋은 소식으로 반전시킬 기회는 있다. 인생이 새옹지마(塞翁之馬)이듯이, 거시적 경제환경도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
1995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루카스 교수는 한국이 1960-90년대 평균 8% 이상의 고도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던 원천을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로 결론지었다. 굶더라도 교육과 직업훈련에 투자한 개인, 기업, 정부의 의지가 세계경제사에서 유례가 없는 경제성장을 달성했다는 것이다. 한국경제는 미중 패권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붕괴의 과정에서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경제구조의 혁신과 창의적 경제활동에서 대반전과 재도약의 동력을 창출해야 한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생률과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는 저성장 구조를 심화시킬 것이다. 탈출구는 생산성의 혁신에서 찾아야 한다.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를 생산성의 향상으로 보강해야 한다. 한국경제의 글로벌 공급력이 글로벌 수요를 창출하려면 질적 경쟁력을 높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경제구조를 혁신해야 한다. 자국 우선주의와 탈세계화가 심화되더라도 경쟁력 있는 글로벌 공급력의 강화는 필수적인 우선 과제이다. 대중국 무역수지 급감의 나쁜 소식은 교역 다변화와 중국 리스크 감소의 좋은 소식으로 반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반도체 수출 급감의 나쁜 소식은 반도체 투자 규제 혁신의 촉진제가 될 수 있다.
창의적 경제활동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창의 생태계 조성이 급선무이다. 한두 건의 성공사례를 창출하기 위해 수백 건의 실험적 시도를 용인하는 기업가 정신과 적극 행정이 확산되어야 한다. 조성진과 손흥민은 수천수만 명 가운데 성공한 극소수이지만 다시 수천수만 명의 희망적인 도전과 시도를 이끌어냈다. 한국경제의 잠재적 역동성을 새롭게 길러내어 나쁜 소식을 좋은 소식으로 반전시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