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글은 월간지 <ECOVISION 21>(www.ecovision21.com)에 정기적으로 게재하는 <국제환경이슈>로써 2023년 3월호 pp.18-19 전문(全文)을 옮긴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의 ‘불편한 진실'
지구온난화는 확실한가? 기온 상승이 인류와 지구의 생존에 위협적인가? 그렇다면 탄소배출 감소의 대응책은 실효성이 있는가? 이러한 기본적 질문이 어이없이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지구과학 학설에 따라 지구의 기후변화를 오랜 기간으로 펼쳐보면, 현재는 100만년전부터 진행된 빙하기에 속한다. 엄밀하게 보면, 약 12,000년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는 10만～20만년 주기로 1만～3만년 동안 기온이 일시 상승하는 간빙기라고 한다. 말하자면 현재의 지구온난화 양상은 지구 전체의 역사에서는 일시적인 기온 상승기일 뿐 오히려 추운 기후에 속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학설을 차용한다고 해서 현재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 시기인 1850～1900년에 비해 1℃ 상승했고 향후 가파르게 상승하리라는 주장이 잘못되었다거나 무의미하다는 것은 아니다. 기후변화를 더욱 엄정하고 객관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에서 에너지부 과학차관을 역임한 물리학자 스티븐 쿠닌 교수가 2021년에 출간한 저서 <지구를 구한다는 거짓말>(원제: Unsettled)은 상당히 도발적인 주장을 담고 있다. 먼저, 지구온난화가 20세기말부터 긴급한 현안으로 제기되었지만 사실은 12,000년 전부터 지속되어온 현상이라는 것이다. 지구 기온의 상승과 이로 인한 환경적 영향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과학 자료가 부족하다고 단언한다. 더욱이 현대의 기후변화가 지구와 인류를 위험에 함몰시킬 정도로 새로운 위협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또한 현대의 기후변화는 인간사회의 탄소배출 증가의 직접적 영향이라고 입증할 과학적 근거가 미약하고 거대한 자연의 변동성 자체의 영향이 지배적이라고 판단했다.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도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실효성이 낮고, 설령 2050년경 탄소중립 단계에 도달한다 하더라도 대기 중 누적된 탄소량과 온실가스의 영향으로 지구 온도는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쿠닌 교수의 비판적 고찰에 기반하면 두 가지 중요한 분별력을 가지게 된다. 하나는 기후변화의 원인과 대응 목표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엄정하게 판단하면, 지난 50년 동안만이라도 기후변화 현상에 대한 자료는 축적되었지만 인과관계에 의한 원인은 규명되지 못했다. 예를 들면 뉴질랜드가 2011년 지진 발생과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역사상 세 번째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정도로 지난 2월 중순 폭우와 홍수가 발생했는데, 매우 이례적인 자연재해라고 해서 지구온난화의 결과라고 단정하기에는 과학적 논거가 빈약하다. 또한 이를테면 기온 상승 제한 목표인 2℃나 1.5℃를 산출한 과학적 당위성도 부족하다.
다른 하나는 기후변화 대응에 타당한 정책 추진방식에 관한 것이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 이후 6년간이나 논란이 되었던 국제 탄소배출권 시장 개설에 관한 세부 이행규칙이 2021년 제정되었지만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전 세계적 탄소배출 자체를 감소시키는 것은 아니다.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이전될 뿐이다. 유럽연합(EU)은 탄소조정국경세(CBAM)를 도입하였고 미국도 탄소세를 논의하고 있지만, 수입 규제 장치로 이용되어 본말이 전도될 우려가 크다. 각국이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을 제로(zero) 수준으로 감축하겠다는 실행방식은 국가별 구속력이 없어 실현 가능성이 낮은 정치적 선언으로 여겨질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인위적인 탄소배출 감소 자체가 지구 기온 관리에 얼마나 실질적인 기여도가 있을지도 검증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2021년 제6차 평가보고서(AR6) 중 제1실무그룹 보고서를 보더라도 지구온난화 1.5℃ 도달 시점이 2030～2052년으로 코로나19 팬데믹에 의한 산업활동 위축에도 불구하고 10년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됐다. 온실가스를 가장 적게 배출할 것이라는 최상의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적용하더라도 지구온난화는 지속되어 2081～2100년 시기에도 1.0～1.8℃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동행은 공감과 신뢰를 업고 간다. 기후변화에 생존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사실 확인으로 국제적 공감과 신뢰를 쌓아야 한다. 근시안으로 국내 정치적 업적을 이루거나 글로벌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지구환경과 회복력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 지구가 평온한 상태에서 기후 온난화로 황폐화되어 간다는 막연한 공포감은 신중해야 할 대응력을 자칫 성급하게 그르칠 수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덕분에(?) 온 세계의 하늘이 맑아졌다. 히말라야 산맥의 능선이 선명해졌다. 산업과 경제활동이 봉쇄되어 대기오염의 분량이 줄어들었다고 해서 바로 지구의 기온이 하락하는 것은 아니다. 언제 어떻게 쏟아질지 모르는 폭설과 폭염을 이겨나가려면 선동적인 눈속임이나 위협이 아니라 수긍할만한 합리적 설득력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