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글은 매월 정기적으로 게재하는 <e대한경제>의 [오피니언] [시론]란의 3월 칼럼으로써 2023. 3. 10(금) 게재한 전문(全文)이다.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303082234275420889
챗GPT, 인간과 AI 간 지속가능한 분업체계 과제
챗(Chat)GPT가 왜 인간보다 강력한가? 라고 챗GPT에 질문했더니 적확한 대답이 나왔다.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여 인간보다 빠르게 언어를 처리하거나 문장을 생성할 수 있는 반면에 인간의 인지 능력과 감성에는 필적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이번에는 왜 챗GPT가 인간보다 아름다운가? 라고 유도 질문을 했더니, 아름다움은 주관적이고 사람마다 다르므로, 하나가 다른 것보다 아름답다고 말할 수 없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지난해 12월부터 몇 달 사이 챗GPT 열풍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개인과 기업은 물론 정부, 경찰, 법조계에 이르기까지 알라딘의 마술램프를 문지르듯 탄성을 쏟아내고 있다. 국내 관련 기업의 주가는 두세 달 사이 3-4배 폭등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챗GPT가 사회 경제 패러다임을 변혁시킬 동인이 될 것으로 예견한다. 아직 얼떨떨하지만 뭔가 꿈틀거리고 있음은 확실하다.
1940년대 컴퓨터가 개발된 후 1970년대 후반부터 개인용 컴퓨터의 상용화가 이뤄지고 2000년대 들어 스마트폰이 손안에 쥐어질 때도 천지개벽인 듯했다. 2016년 이세돌이 알파고(AlphaGo)에게 1승 4패로 물러났을 때는 인공지능(AI)을 만든 인간의 승리라면서 에둘러 위안삼기도 했다. AI에 대한 열등감에 억눌리지는 않았다.
AI가 인간보다 더 똑똑한가? 지식과 정보의 분량이 똑똑함의 기준이라면 맞다. 독창적이고 합리적인 관점과 생각과 의사결정 능력이 그 기준이라면 맞지 않는다. 이를테면 수백억 권의 책을 읽고서 3초 만에 작성한 문장이 단지 수백 권의 책을 읽고 3분 만에 작성한 문장보다 속도가 60배 빨랐다는 점만으로 더 똑똑한 결과물이랄 수는 없다. AI가 무려 억 배의 정보량을 가졌으니 이에 비례하는 결과물을 제시하는 것이 당연하다. 10년치 운동량을 소화한 사람과 단 1주일치 운동량을 채운 사람의 근육량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헛된 일이다. 수천억 개의 자료를 습득한 AI가 ‘가짜뉴스’에 현혹되어 엉뚱한 대답을 확증하듯이 제시한다면 인간보다 더 똑똑하기는커녕 기피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챗GPT의 활용도가 획기적으로 높아지는 것은 편리성 향상과 의존도 심화의 양면성을 내포한다. 즐겁기도 하지만 우려도 된다. 그럴수록 인간과 AI의 공존, 협력, 경쟁, 대결, 종속 관계를 예단하기 전에 인간의 비교우위의 가치와 역량에 초점을 둬야 한다. 인간이 어마어마한 디지털 위력을 길들여서 유익하게 활용할 담대한 의지와 실천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간파해야 한다.
아마존, 월마트, JP모건 등 글로벌 기업들은 지난 2월 사내 챗GPT 사용을 오히려 제한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사용자가 부지불식간 사내 기밀이나 민감한 정보를 챗GPT에 먹잇감으로 흘리는 것을 예방하려는 조치이다. 대세에 역류하는 것이 아니라 휩쓸려 허둥대지 않으려면 편리함에 희희낙락할 수만 없는 사회경제적 단련이 절실하다.
챗GPT의 확산으로 일자리 창출과 소멸, 일하는 방식의 변화, 교육과 학습 구조의 변혁, 자본 순환의 다변화, 사회적 소통과 관계의 변화 등은 중대한 이슈이다. 챗GPT를 인본주의적 감성으로 배척하거나, 무의식적으로 끌려가거나, 사회적 지배 수단으로 남용해서는 스스로 역풍의 함정에 빠질 것이다. 인간과 AI의 지속가능한 분업체계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챗GPT와 분업체계를 효과적으로 가동하기 위해서는 AI가 아니라 인간이 판단력과 분별력과 의사결정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AI는 태생적으로 자기성장이 보장되도록 설계된 반면 인간은 수고하지 않으면 퇴보하고 타락하는 유전자 속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인간이 더 많이 관찰하고 학습하고 생각하고 선택하는 훈련을 강화해야만 챗GPT의 분업 파트너로서 역할을 누릴 수 있다. 질문과 요구 수준에 따라 챗GPT의 대답 수준도 천차만별이 된다. 안일하게 허세를 부렸다가는 우롱당하기가 십상이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무수히 많은 타인이 참여하고 정보가 유통되지만 결국은 나의 선택이 결정적이다. 동일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누군가는 팔고자 하고 누군가는 사고자 한다. 챗GPT의 무수한 정보로 내가 무엇을 위해 어떤 판단과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챗GPT의 가치도 달라진다. 챗GPT가 유익하게 작동하도록 유도할 영양제는 인간이 제공해야 한다. 그렇지만 인간을 위한, 인간에 의한, 인간의 챗GPT가 불가사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