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글은 매월 정기적으로 게재하는 <e대한경제>의 [오피니언] [시론]란의 4월 칼럼으로써 2023. 4. 11(화) 게재한 전문(全文)이다.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304100843571900053
무역적자의 그림자
한국은 1997년 초유의 외환위기를 겪었다. 2008년 미국은 금리인상과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했다. 2010년에는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남유럽 국가들이 재정위기를 맞았다. 미국과 남유럽 국가들은 각각 자국 통화인 달러화와 유로화의 공급량을 조절하여 부족한 재원을 충당할 여지가 있다. 한국은 원화의 국제 결제력이 없다. 외환이 부족하면 국가부도의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외환위기는 외환의 유입량보다 유출량이 더 많을 경우 발생한다. 올해 1-2월 경상수지가 11년만에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은 뜨끔하다. 수출이 급감하면서 상품무역수지가 지난해에 이어 적자가 지속된 결과이다. 상품무역은 2017년 952억달러 흑자 기록 후 6년째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미국과 호주에 대한 상품 수출은 증가한 반면 홍콩과 중국에 대한 수출이 대폭 감소했다. 대중국 무역수지는 2021년 243억달러 흑자에서 2022년 12억달러 흑자로 축소되었다가 올 1-2월에는 51억달러 적자로 반전됐다.
무역 규모와 수지의 단기적 변동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구조적 변화가 예견되고 변화 방향과 내용이 바람직하지 못할 경우에는 조절이나 적응이 필요하다. 중국과의 상품교역에서 구조적 변화가 모색되고 불확실성이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30년간 누렸던 대중국 상품무역 흑자 기조가 전환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대중 수출 감소와 무역적자가 뉴노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대중 상품 수출에서 두드러진 현상은 자본재와 중간재 교역구조의 변화이다. 한국의 대중 자본재 수출은 2013년 335억달러를 기록한 이후 감소세를 나타냈다. 지난해에는 159억달러로 10년전의 47%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에 대중 자본재 수입은 10년전에 비해 1.7배 이상 증가했다. 중간재 교역도 유사한 양상이다. 대중 중간재 수출은 2021년을 제외하면 지난 10여년간 거의 정체되었지만, 수입은 2배 증가했다. 중국 시장에서 자본재와 중간재의 비교우위가 현저하게 약화된 추세를 방증한다. 자본재와 중간재의 수출은 1차 산품이나 소비재에 비해 기술력 경쟁우위와 고부가가치 창출의 기반이 된다. 교역 상대국 산업활동에 대한 경제적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매개적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올 하반기 상품수지와 경상수지가 개선되어 연간 실적으로는 흑자 전환을 전망하지만 녹록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대중국 상품무역의 적자가 고착화되는 경향이 우세할 것으로 전망된다. 첫째, 미중 패권경쟁의 심화로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기술의 자본재와 중간재 수출에 대한 제한이 지속될 것이다. 올해 한중일 관계의 형식적인 부분적 외교 협력은 다소 개선되고 범용 기술 상품의 교역은 점진적으로 확대될지라도 첨단 기술 장비의 대중 수출은 미국의 대중국 제재 구도에서 벗어날 수가 없을 것이다.
둘째, 우리 기업들의 대중국 진출 전략의 전환이 확대될 것이며 이는 대중 수출 감소로 귀결될 것이다. 기존 진출 사업의 축소는 점진적으로 이뤄질지라도 신규 투자의 축소는 가속화될 것이다. 중국 리스크에는 경제성장의 둔화도 포함된다.
셋째, 자본재와 중간재 교역구조의 변화에서 나타나듯, 한중 기술력의 격차가 축소되었을 뿐만 아니라 총생산비용을 고려하면 기술력의 역전이 발생할 것이다. 범용 기술의 자본재와 중간재의 대중 수출은 감소하고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산 재화의 수입이 증대될 것이다.
대중 무역적자는 일시적이며 흑자로 회귀할 것으로 기대하기에는 지정학적 요인과 경쟁요소의 변동성이 크다. 어쩌면 한일 무역구조처럼 대중 무역에서도 적자 구조로 전환될 수 있다는 긴장감이 대두된다. 대중 무역흑자의 축소 또는 적자의 뉴노멀은 우리 무역구조와 산업구조에 쉽지 않은 혁신적 선택을 요구할 것이다.
중국 산업과의 기술력 격차를 확대하거나 차별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산업 혁신의 칼을 벼려야 한다. 중국 리스크를 보완할 시장 다변화는 물론 글로벌 시장 침투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내 전략적 무역지원책과 국제 경제동반자적 산업통상 협력이 다층적인 연계성을 높여야 한다.
통상강국이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6개월간 원-달러 환율은 지난 10년간 최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수출은 감소세이다. 단순한 가격 경쟁력의 한계를 넘어 품질과 성능에서 비교우위를 창출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