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글은 매월 정기적으로 기고하는 대한경제 <오피니언> [시론]란에 2024. 7. 4. (23면) 게재된 칼럼 전문(全文)이다.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407021642277610493
G8과 CPTPP로 산업통상 체력을 키우자.
두 아이가 놀이터에서 서로 자기 아빠가 부자라고 우기고 있었다. 한 아이가 “우리 아빠는 벤츠 탄다”고 으스댔더니, 다른 아이는 “우리 아빠는 사장님이다”라고 뻐겼다. 이때 두 아이의 엄마가 장맛비가 쏟아질 텐데 쓸데없이 형제끼리 싸우지 말고 얼른 장난감이나 챙기라고 소리쳤다.
글로벌 패권경쟁과 자국 우선주의의 경제전쟁이 가일층 격화되고 있는데, 우리 국회는 서로 딴 나라 국민을 대표하는 것처럼 대립하고 있다. 정부는 일손 놓고 그 도토리 키재기에 맞장구쳐야 하는 실정이다.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중심의 서비스업의 침체, 가계부채 부담의 가중, 이에 따른 국내 소비위축의 심화, 투자의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우리 경제의 내수 회복력은 약해지고 있다. 돌파구는 다시 글로벌 교역에서 찾아야 한다.
세계 경제의 전쟁터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다. 미중 패권경쟁에 국한되지 않는다. 유럽연합(EU)도 환경과 노동자 인권 보호를 중심으로 경제안보의 주도권을 내세우고 있다. EU는 탄소국경조정세(CBAM) 뿐만 아니라 공급망 실사지침(CSDDD), 핵심원자재법(CRMA), 디지털제품여권(DPP), 디지털시장법(DMA), 데이터법, 역외보조금규제(FSR) 등 대대적인 수입 규제 조치를 발동하거나 예고하고 있다. 미국은 11월 대통령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자국 우선주의 경제정책은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반도체, 이차전지, 전기자동차, 인공지능 등 첨단산업의 핵심 소재인 희토류를 비롯한 흑연, 갈륨, 게르마늄의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의 공급망은 세계 자본주의 경제의 신경망과도 같다.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지면 무척 아프고 경제는 마비될 수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은 단순한 상품 수출입 구조의 재편이 아니다. 핵심 전략 품목을 필요에 따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국제적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전반적인 무역의존도가 높고 낮고의 문제가 아니다. 이를테면 무역의존도가 20% 수준인 미국은 중국제재를 위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선도하고 있고, 무역의존도가 160% 수준으로 우리나라의 2배 이상인 네덜란드는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고 있다. 국가마다 산업구조와 원자재 보유 및 통상관계의 정도에 따라 다르다. 관건은 국내 조달이 어려운 핵심 전략 자원을 어떻게 국외에서 안정적으로 조달하느냐이다.
핵심 전략 광물 확보를 위한 정부의 가시적인 노력도 뚜렷하다. 우리나라는 2022년 6월에 출범한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의 의장국 역할을 이달부터 수행한다. 지난달 26일에는 한미일 산업 담당 장관들이 처음 회동하며 공동전선 구축을 확인했다. 지난해에 이어 한미 양자간 장관급의 공급망∙산업대화도 별도로 이어가고 있다. 정부의 안간힘이 핵심 전략 품목의 안정적 조달과 경제안보의 목표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기까지는 수시로 극복해야 할 글로벌 장애요소들이 산재해 있다. 한미일만 하더라도 민감성과 추진 강도와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핵심 원자재의 안정적 확보 전략은 시급한 현안이자 중장기적 대책이기도 하다. 정치경제적 글로벌 불확실성을 상시로 대응할 수 있는 완충장치와 기반이 필요하다. 다양한 선택지가 가능하겠지만 G8 회원국 참여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에 박차를 가할 필요성이 우선이다. 기존 G7에 더하여 우리나라만 추가되는 것은 일본의 반대와 더불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석좌교수가 지난달 말 국내 언론 기고문에서 주장한 것처럼, 한국은 국제사회에 신뢰성과 효율성의 글로벌 공공재를 제공할 역량을 갖추고 있음을 정부와 국회가 함께 대외적 설득력과 교섭력을 발휘해야 한다. G8 가입은 외형적 위상보다 글로벌 산업통상 현안에 대응한 국제협력과 주도력 확보의 선행적인 기반이 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CPTPP 가입은 우리 농수산물 시장 개방의 압력을 받을 것이고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하면 나머지 10개 국가가 기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이라는 점에서 실효성이 적다는 회의적 관점도 있다. 하지만 핵심 전략 소재와 품목의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서는 중첩적이고 보완적인 협력 체계가 필수적이다. 농수산업의 피해 우려에 대해서는 국내 협상을 통해 대응책을 모색해야 할 사안이다. 우리 경제는 하루살이 심정으로 영생의 길로 나아가는 체력을 키워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