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글은 대한경제 <오피니언> [시론]란 2025. 2. 5. (23면) 게재된 칼럼 전문(全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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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산’을 어떻게 넘을까
대한민국 경제가 ‘트럼프의 강’을 건너 ‘시진핑의 산’을 넘어야 한다. 당장 눈앞엔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의 물줄기가 소용돌이치고, 그 너머엔 먼발치 중국의 디지털 혁신의 뾰족한 바위산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고착화가 된 미중 패권경쟁의 틈새에서 보이지 않는 길을 찾아내야 한다. 생존이 달린 길이다.
2012년 시진핑 주석이 집권한 이래 현재 중국경제는 최대 난관에 직면해 있으면서도 최대 역량 발휘의 기회를 맞고 있다. 중국은 개혁과 개방을 표방한 1992년부터 2019년에 이르기까지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무려 9.5%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중국 경제는 지난 33년 동안 성장률이 6% 미만으로 둔화된 경우는 2023년(5.2%)과 2024년(5.0%)이 처음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의 직간접적인 중국 제재로 2024년 중국의 해외직접투자(FDI) 유입 규모는 27.1% 급감했다. 2019년 이후 중국 부동산 가격의 하락세와 전반적인 소비 위축세는 이어지고 있다. 청년 실업률은 2023년 6월 21.3%에 이르기도 했다.
그렇지만 중국은 첨단산업 부문에서 괄목할만한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왔다. 드론 산업에서는 중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이고, 인간과 유사한 행동과 기능을 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산업용은 중국이 세계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 2차전지 수출의 50% 이상을 중국업체가 공급하고 있다. 미국이 고사시키려 했던 화웨이는 중국 내수시장에서 애플을 제치고 휴대폰 판매 1위 기업이 되었다. 지난해 비야디(BYD)의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24%로 2위 테슬라(10%)의 2.4배에 이른다. 무엇보다도 지난달 말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Deep Seek)가 창업 1년 반 만에 출시한 생성형 인공지능(AI) 두 개 모델(V3와 R1)은 글로벌 AI산업은 물론 세계 경제, 사회, 정치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엄중한 반도체 공급 제재에도 불구하고, ChatGPT로 세상을 놀라게 한 미국 오픈AI팀에 비해, 저성능의 반도체를 이용하여 8분의 1의 연구진으로 18분의 1의 예산(약 80억원)으로 대등한 성능의 AI 모델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마치 동네 축구팀이 K-리그 결승전에 오른 셈이다. 대외적으로도 지난해 역사상 처음으로 남미 국가들의 중국과의 교역규모가 미국과의 교역규모를 추월했다.
시진핑 주석의 ‘중국몽’이 미중 패권경쟁의 확산으로 인해 안개처럼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르는 전조현상으로도 보일 수 있다. 물론 모든 산업 기술과 혁신의 심장과도 같은 반도체 생태계에서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좀처럼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경제가 침체 국면에서도 첨단산업 부문에서 대약진을 이룬 것은 역설적으로 산업과 시장을 지배하는 절대적 중앙집권의 시진핑 체제의 정책적 의사결정력의 결과이다. AI 천재 량원평이 우연히 ‘딥시크’를 창업했고, 139명의 20-30대 연구진이 우연히 역발상으로 AI 모델을 개발한 것이 아니다. 중국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3000개, 4000개의 잠재적 딥시크가 꿈틀거리며 고개를 내밀고 있다.
우리 경제로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무지막지한 관세전쟁도 우려되고 서서히 엄습해 올 시진핑의 거대한 바위산도 치열하게 직면해야 한다. 1993년부터 줄곧 대중국(홍콩 제외) 상품무역 흑자를 나타냈고 2013년엔 무려 628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던 우리 경제가 2023년과 2024년엔 각각 180억달러와 68억달러의 적자를 나타냈다. 교역 상품의 가공단계를 살펴보면, 소비재의 수출은 감소세이고 수입의 증가세는 뚜렷해졌다. 주목할 부분은 지난해 대중국 수출의 85.9%를 차지한 중간재의 경우 2012-2024년 동안 대중국 수출액은 17.4% 증가에 그쳤지만, 수입액은 81.4%가 증가했다. 품목마다 일률적이지는 않지만 전반적으로 중간재에 대한 양국 간 대외 경쟁 구도가 달라졌음을 방증한다.
중국 시장이 더 이상 우리의 편리한 수출 앞마당은 아니다. 우리 경제는 중국의 중앙집권력에 의해 시장환경과 통상 현안이 급변할 수 있음을 체험했다. 미중 대결 구도에서 선뜻 중국 시장으로 발을 더 내딛기도 어렵지만, 기존 시장을 섣불리 축소하려는 전략적 판단은 더욱더 신중해야 한다. 중국 경제는 노동집약적 산업구조를 탈피하고 있다. 이제는 한중 교역구조가 수직적 노동 분업구도에 의존하지 않는다. 한국과 중국 경제는 더욱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관계로 전환되었다. 대증적인 한 두 가지 정책으로 대중 대응책을 마련할 수는 없다. 우리의 유일한 선택은 더 늦기 전에 기술과 산업 혁신의 기반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