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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는 마라톤이다.. 2003-09-26 23:11:08
작성자 : 김태황   조회 899, 추천 146



시장경제는 마라톤이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 폭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며칠 전 한국은행 총재도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6%대에서 올해 2%대로 낮아질 가능성을 내 비쳤다. 연초에 5%대를 전망한 것에 비하면 9월이 지나는 현재로서도 충격적인 조정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시장경제가 얼마나 활발한 동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경제성장이 좌우된다. 시장경제활동의 핵심적인 조정 수단은 가격이다. 한 상품의 가격은 무수한 공급자와 수요자의 ‘선량한’ 이익 추구 과정을 통해 결정된다. 시장경제는 계획경제와는 달리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모든 경제활동이 조직화되어 모두의 복지 수준을 향상시킨다는 신념에 기반하고 있다. 이 ‘보이지 않는 손’, 즉 시장의 기능은 신통한 마법과 같아서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각양각색의 개인과 기업의 경제활동을 술술 풀어준다. 이에 따라, 일반인들에겐 시장의 기능이 보혜사 성령의 역사를 능가하는 샘물과도 같다는 신념이 자리잡게 된다. 사람들은 유출입을 알지 못하는 바람과 같은 성령의 흔적을 믿기보다는 당장 아파트 가격의 변동을 알려주는 시장경제의 가격 조정 기능을 더욱 신뢰하게 된다.
  하지만, 시장경제가 능란하고 민첩하게 상품의 가치를 조정해 나아간다고 속단하기는 무리이다. 시장이 장기적으로는 상품의 공급량과 수요량의 변동에 따라 적절한 가격을 조정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시장가격이 매 순간 거래되는 상품의 가치를 그대로 반영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장가격이 거래 이전의 상품가치를 반영하여 결정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시장가격이 반드시 상품가치와 일치한다고 볼 수는 없다. 예를 들어, 동일한 위치의 아파트 가격이 상품 자체의 가치와는 별도로 당사자간의 협상력, 거래 시기, 개인적 선호도, 중개업자의 사업수완 등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시장경제에서는 시간과 공간의 변수가 중요하다. 시장이 가격과 물량을 조절해 나아가는 시간과, 실제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시켜주는 거래 공간이 중요한 영향력을 미친다. 주식 시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우, 시장가격이 상품가치와 근사하게 적절한 수준으로 나타나기까지는 이와 같은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상호 이동이 필요하다.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해 본 사람은 자기 절제를 통한 속도 조절의 소중함을 안다. 초보자일수록 초반에 1분 먼저 달리려다가 후반에 10분 뒤쳐지기 마련이다. 마라톤 완주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지구력을 파악하고 구간별 체력 소모와 시간 경과를 분석해야 하며 타인의 속도에 휘말리지 않으면서 자신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시장경제는, 전력 질주하는 100미터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과 같이, 참여자들의 경제활동과 시장 환경이 시간과 공간의 흐름을 겪으면서 수많은 조절 과정을 통해 작동하게 된다. 물론 우리는 오늘 배추 가격의 변동에 더 큰 관심이 있다. 하지만 하루하루 시장가격의 변동에 파도타기 하듯이 자신을 몰아세우는 것은 시장 참여자의 적절한 행동이 아니다.
  신앙인의 경제활동은 시장의 장기적인 흐름과 여건 변화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시장의 기능을 불신해서도 안 되지만 단기적으로 과신해서도 안 된다. 단기적인 과신은 곧 투기로 이어진다. 부동산 또는 금융 투기는 불꽃놀이와 같다. 화려한 장면이 지나면 순식간에 어두움이 뒤덮는다. 이제는 순간순간의 주가 변동에 일희일비하는 단거리보다는 42킬로미터 거리에서 자신을 절제하고 극복하여 마침내 최선의 결과를 얻게 되는 장거리 마라톤에 도전해 보자. 시장경제는 불꽃놀이가 아니라 마라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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