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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유착은 필요악? 2003-11-29 18:54:43
작성자 : 김태황   조회 1,322, 추천 259


                                        
                                              정치와 돈은 상호 필요악인가?


  요즘 불법 정치자금의 거대한 몸뚱아리가 수면 위로 오르내리락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판에 하루라도 바람 잘 날이 있겠는가마는 이번에는 강풍이 될 조짐도 보인다. 비자금 바이러스가 현대와 SK에서 차단되지 않고 주요 대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몇몇 정치인들에 대한 일벌백계의 채찍은 시간문제이다. 누구보다도 윤리정치에 목소리를 높여온 현 정권의 권력 핵심 인물들이 불법 정치자금에 연루된 사실은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야당의 거액 대선자금 수수라는 통증을 외면하기 위해서라도 대통령 측근 비리에 더욱 눈을 부라려야 하는 전도된 자기방어 기질은 아편중독 증세와도 같이 퍼지고 있다. 어느 기업가의 말처럼, 돈 달라고 조를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돈 주었다고 매를 맞으라고 하느냐는 우리 사회는 정녕 안면마비 증상을 보이고 있는 건가? 국제투명성기구가 지난 10월 초에 발표한 2003년 국가 부패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33개국 가운데 50위로서 쿠웨이트나 사우디아라비아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정치판에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공짜가 없는 세상에서 바른 정치의 혜택을 입으려면 당연히 투자가 필요하다. 문제는 혜택을 독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한 정치인이 한 재벌로부터 거액의 정치자금을 받아서 정치발전을 위해 투명한 공금으로 활용하고, 그 혜택이 해당 재벌만이 아니라 공개된 시장에서 편만하게 배분된다면 정경유착은 한낱 기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정치자금에 의한 수혜가 자금 제공자에게 독점되지 않는다면 아무도 자의로는 나서지 않을 것이다. 세금과 정치자금의 차이가 여기에 있다. 불법 비자금이 정치권으로 다가가는 데에는 적어도 두 가지 확실한 효능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문제 해결의 효율성이다. 법적 절차가 까다롭거나 시장 경쟁 상황이 불확실하더라도 정치권력은 미로를 탈출해 나아가는 효과적인 수단을 알고 있다. 수 십 년간 개발이 금지되어 온 지역이 어느 날 분양 열기에 휩싸일 수도 있는 것도 돈맛에 익숙해진 권력의 마술로는 가능한 일이다. 둘째는 거래의 안전한 담보성이다. 비자금을 주고받는 자는 이러한 유착관계가 노출되는 것을 철저히 경계한다. 이들의 거래는 지극히 정상적인 법적 절차와 시장 경쟁 질서에 의해 은폐되어 있다. 독점적인 혜택을 확보할 때까지 그저 태연하게 보호색으로 위장하고 있으면 된다.

  자본의 논리는 부단한 자기증식이다. 돈이 되지 않는 곳에는 절대로 돈이 유통되지 않는다. 보다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방식으로 자본의 자기증식이 가능하다면, 돈을 가진 자의 선택은 명확하다. 자본 증식의 결과는 객관적이고 가시적인 반면에, 윤리적 판단은 자의적이고 의식적이다. 경제행위의 윤리적 필요성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하더라도 자본 증식의 목표는 윤리적 책무보다 우선적이기 마련이다. 반윤리적 행위를 거리낌 없이 자행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윤리적 책무에 대한 해석은 광의적이기 때문에 민감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모순이다. 부자 청년의 고민은 돈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영혼을 잠식시킨 돈의 매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하나님에 대한 신앙이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기독교적 경제관은 효율적인 돈의 관리문제만이 아니라 돈을 관리하는 사람의 존재론적 문제로 귀결된다.

  돈(물질)과 정치는 인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산물이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영향력이 심화되고 팽창하고 있을 따름이다. 역설적이지만, 돈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그 위력을 약화시키려는 반작용이 필요하다. 돈벌이 경쟁이 사회의 지배적인 가치판단 패러다임이 되어서는 안 된다. 돈벌이 경쟁은 가시화된 결과만으로 가치로운 삶의 모습과 그렇지 않음을 판단하기 쉽다. 돈은 눈에 보이는 가장 정확하고도 쉬운 비교 수단이다. 기업에서 불법으로 조성된 비자금이 정치자금으로 줄을 이어온 것은 기업이 성과 우선주의의 가치에만 몰입되어 왔기 때문이다. 돈의 가치 자체를 배제하려는 것이 아니다.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아는” 것은 돈의 영향력이 어떠하든지 간에 삶의 본질에 집중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니겠는가?

  돈과 정치가 유착되는 요체가 경쟁적인 성과 우선주의라면, 이는 비단 정치판에 국한된 문제만이 아니다. 비록 선의의 경쟁에 의한다 하더라도, 학문하는 자의 사회적 성취감이 소명감보다 앞선다면 보다 효율적인 경쟁수단을 확보하기에 몰두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필경에는 돈벌이가 부당한 정치권력을 필요로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성과 우선주의의 함정에 빠지기 십상이다. 함정의 위험은 모르거나 외면할 때 현실로 나타난다. 우리가 자본주의의 함정을 제거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피해 갈 수는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총회신학대학교 대학원 원보(2003년 11월 25일) 시론에 기고한 것이다......


^^ 2004-01-12 15:58:20
한겨레] 우리나라 한글을 글자가 없는 동티모르로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동티모르 우호협회(회장 이강철) 초청으로 방한중인 동티모르 대통령부인 커스티 구스마오 여사와 호세 라모스 홀타 외무장관은 지난 10일 오후 경북대에서 김달웅 총장과 동티모르인들의 말인 ‘떼뚬’을 한글로 표기하는 방안을 공동 연구하기로 합의했다.

동티모르는 1999년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한 신생국으로, 국민들의 80%가 떼뚬을 사용하고 있으나 이를 표현할 고유 문자가 없어 영어철자를 빌려 써왔다.

동티모르 국립대 관계자들은 오는 3∼4월께 경북대를 방문해 떼뚬을 한글로 표기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한 뒤 연구진과 실무팀을 꾸린다.

한글과 떼뚬의 연결은 동티모르 국립대학에 재직하고 있는 이은택 교수가 “모든 발음을 표기할 수 있는 한글이 떼뚬의 문자표기에 적합하다”고 제안함에 따라 이뤄졌다.

이 교수는 “현재 영어 철자를 빌려 쓰고 있지만 떼뚬의 정확한 발음을 표기할 수 없어 동티모르 국민들이 적지 않은 불편을 겪고 있다”면서 “떼뚬을 한글로 표기하면 정확한 발음 뿐만 아니라 컴퓨터 등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우리나라를 방문한 구스마오 여사는 동티모르 여성운동의 선구자이며 홀타 외무장관은 1996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이들은 11일 경주와 구미지역 관광지와 기업체, 복지시설 등을 둘러보고 12일 대구를 떠난다.

대구/구대선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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