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글은 <e대한경제> [오피니언] [시론]란에 매월 정기적으로 게재하는 칼럼으로써 2021. 8. 11(수)에 게재된 전문(全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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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쟁과 경쟁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적폐청산과 통합의 협치를 강조했다.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사에서 “이제 치열했던 경쟁의 순간을 뒤로하고 함께 손을 맞잡고 앞으로 전진해야 합니다”라고 결연히 외쳤다. “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라고 선언했다. 지난 51월동안 적폐청산의 폭풍은 휘몰아쳤지만 통합과 협치의 훈풍은 싹이 돋지도 못했다.
정쟁과 경쟁은 이복형제처럼 보이지만 가문이 다르다. 정쟁은 비난의 강을 건너 땅을 차지하려 하고, 경쟁은 고통의 산에 올라 지평선을 보려 한다. 정쟁은 하향평준화로 치닫고 경쟁은 상향평준화를 지향한다. 운동경기에선 극명하게 나타난다. 시장의 경쟁은 때때로 기업을 몰락시키기도 하지만 혁신을 촉진시키는 촉매제가 되기도 한다. 혁신적 경쟁 없이 삼성전자, 쿠팡, 카카오, GAFA(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가 가능했을까? 조선소 설비 한 칸도 없었던 정주영 회장이 혁신적 경쟁의식이 없었더라면 기껏 동전의 거북선을 들이밀며 선박 건조 수주를 시도할 수 있었을까? 글로벌 개방경제에서는 경쟁 없이는 생산자의 이익도 없고 소비자의 편익도 없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유래가 없을 정도로 여러 쟁쟁한 인물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일찌감치 정쟁이 과열되어 당내 경선에서도 비난의 강이 범람하고 있다. 우리 민족의 고유한 가족의 가치와 인권을 모독하는 막말로 싸움박질을 해댄다. 운동경기나 경제활동의 경쟁자는 자신에 몰두하는 반면에 정치적 싸움에서는 자신보다는 상대방에 집중한다. 간섭과 조언도 마다하지 않는다. 정쟁 상대가 실수하면 속웃음을 지으며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텐데 훈수부터 먼저 둔다. 희한한 일이다. 상대방이 들을 리도 만무하다. 혹이라도 상대방이 조언을 수용하여 환골탈태하기를 바라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국민의 눈에는 정쟁이 그저 싸움질로만 보이는 이유이다.
정치가 경쟁 대신 정쟁의 늪에 빠지는 것은 단기 성과에 현혹되기 때문이다. 경쟁의 결과는 더디게 나타난다. 치열한 단련의 과정이 길다. 그런데 정쟁은 한마디의 말 잔치로 당장 관심을 끌 수도 있고 정략적인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정치가 경제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차용하여 선용해야 할 생존방식이 경쟁이다.
그런데 최근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은 정쟁의 마인드로 경쟁을 관리해 보겠다는 무모한 도전으로 엿보인다. 수요 규제 일변도로 부동산시장을 통제하려고 했다. 산업 현장의 안전관리는 최우선되어야 마땅하지만 중층적인 원하도급 생태계와 계약구조를 간과하고 일방적 규제로 징벌하려고 한다. 대통령실에 일자리 일일 상황판까지 설치했지만 민간부문의 자생적 일자리는 줄고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짜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불공정한 격차를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정부 방침이 공정경쟁의 원리를 대체했다.
정쟁과는 달리 시장의 경쟁에는 다수의 참여자가 있고 다양한 정보가 공개되어 있다. 정쟁의 상대자는 보이지만 시장의 경쟁자들은 대부분 안 보인다. 물론 시장 경쟁은 규칙을 만드는 제도적 틀 안에서 작동해야 한다. 시장 만능주의는 동의할 수 없는 대중선동이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체력을 다져온 시장 경쟁의 원리는 공동체의 발전을 위한 유효한 활용 가치가 있다.
경쟁의 황금알은 혁신이다. 우리나라의 경제와 과학기술 영역의 발전에 비해 왜 정치 영역의 발전이 후진적일까? 경쟁이 아닌 정쟁으로 권력을 잡아 휘둘렀고 지금도 그렇게 권력을 잡으려 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혁신이 없다. 우리나라의 ‘한탕주의’와 ‘빨리빨리’ 문화를 혁신의 문화로 승화시킬 전환기를 맞았다. 이번 대선 경쟁을 통해 경제와 과학기술을 지배하던 정치가 ‘섬기는 정치’로 쇄신할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일부 후보 그룹에서 기득권과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정치 진영의 혁신을 주창하고 있다. 고무적이다. 시대정신과 전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피리 소리가 도심 가로를 따라 울려 퍼질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도 정치 개혁의 목소리는 있었지만 슬로건으로 전신을 포장한 변방의 북소리였다.
정쟁을 넘어 경쟁을 통해 작은 나라 대한민국이 강건한 나라로 거듭나야 한다. 건국 후 70여년 만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룩한 대한민국이 함께 잘 살아가는 선진화의 혁신 사다리에 올라타기 위해서는 정치의 패러다임을 혁신해야 한다. 시장의 무수한 가격경쟁, 품질경쟁, 기술경쟁, 마케팅경쟁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저비용 고효율의 혁신적 정치상품을 개발하고 효능을 설득하고 신뢰를 얻어야 한다. 소비자는 판매자의 전투력만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선택하지 않는다. 소비자는 단기적인 관심을 끄는 특별할인 판매를 좋아하지만 반복된다면 정상가격을 의심할 것이다. 상습화된다면 결국 판매자가 부도날 것이다. 경쟁 이후 불공정 독점화는 제도적 장치로 대비해야 한다. 싸우는 정치가 아닌 겨루는 정치를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