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글은 월간지 <ECOVISION 21>(www.ecovision21.com)에 격월 정기적으로 게재하는 <국제환경이슈>로써 2021년 10월호 pp.54-55 전문(全文)을 옮긴 것이다.
친환경 에너지의 불편한 진실
태양력, 풍력, 조력은 재생에너지라기보다는 자연에너지이다.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과 노을공원 아래에서 포집한 메탄가스를 열에너지로 활용하는 경우는 전형적인 재생에너지이다. 전기자동차는 탄소 배출량 감소의 획기적 수단으로 개발되었다. 페트병을 비롯한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야 한다는 글로벌 공감대와 실천은 필수적 일상이 되었다.
‘재생’과 ‘재활용’이 기후변화에 대응할 마법의 방패가 되길 바라는 기대감이 크다.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이 글로벌 친환경 행보에 숨겨져 있다. 먼저, 자연에너지의 불확실성이다. 태양과 바람과 바닷물은 결코 고갈되지 않을 것이므로 자연에너지는 영원토록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인간의 소망이지 자연의 약속이 아니다. 물론 인류의 종말을 지나서도 태양은 빛나고 바람은 바닷물을 일렁일 것이지만 우리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와 정도로 에너지를 선물해 줄 가능성이 얼마든지 가변적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아일랜드의 풍력 발전의 최근 변화가 사례가 될 수 있다. 유럽 해상 풍력 발전의 대국인 아일랜드는 아이리시해(海)의 풍속이 약화되면서 영국, 스코틀랜드로의 전력 수출이 중단된 것은 물론 자국 내 정전 사태를 우려해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테슬라는 직접 자동차를 만들지 못하는 자동차 기업이다. 2020년에 약 44만대를 판매했다. 전년도에 비해 45.1% 증가했고 세계 전체 전기자동차 시장의 15%를 차지했다. 전기자동차가 친환경이라는 시대정신의 후광을 입어 세계 최대의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그런데 충전하는 전기가 어떻게 생산되었느냐에 따라 친환경적이기는커녕 오히려 환경오염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 이를테면 석탄이나 석유를 사용하는 화력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한다면 전기자동차의 사용이 늘어날수록 탄소 배출량도 비례하여 증가할 것이다. 즉 전기자동차가 친환경적 수단이 되려면 전기 자체가 친환경적 방식으로 생산되어야 한다.
자연에너지는 생산되는 만큼 전통적인 화석 에너지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인식해야 할 불편한 진실이다. 500W 태양광 패널을 100만개를 설치하였다고 해서 화력발전소 발전 용량을 500MW 감축시킬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전기 생산과 공급은 안정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가정에서는 일시적인 정전을 감내할 수 있다 하더라도 정전으로 인한 산업설비의 가동 중단은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심각한 손실을 유발시킬 수 있다. 반도체 생산공장에 자가 발전 설비가 필수적인 이유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체계를 갖추기 위해서이다. 태양광이 가려지는 기상 변화를 인위적으로 조절하기란 불가능하므로 70-80%의 예비 전력을 확보해 두어야 한다. 즉 100kW의 태양광 패널 규모를 설치했다 하더라도 70-80kW 전력을 별도로 예비해 두어야 한다. 기존 화력발전 에너지를 자연에너지로 일대일 대응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유럽연합(EU), 미국, 중국, 일본, 호주와 더불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선도적인 탄소중립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혁신적인 노력이 불가피하다. 2050년에 목표를 달성하여 ‘탄소중립’ 상태에 이른다고 해서 탄소 배출이 사라지는 것은 전혀 아니다. 물론 배출량이 감소되어야 하겠지만 배출된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조건을 혁신적으로 조성함으로써 실질적인 순증가를 제로(zero)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삼림, 습지, 공원 등 자연환경을 대대적으로 확충하거나 대기 중 탄소를 채집하여 저장할 수 있는 기술적 장치(CSS)를 설치하게 된다. 초강력 탄소 흡수 장치를 획기적으로 개발하는 극단적인 경우에는 탄소 배출이 증가하더라도 탄소중립의 목표는 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플라스틱이나 비닐의 재활용에도 마찬가지로 불편한 진실이 있다. 우리나라 플라스틱 재활용 수거율이 85-90% 수준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인 재활용률은 30-40% 수준이다. 현재 선진국에서도 50%를 넘기가 어렵다고 한다. 설령 개인과 가정에서 플라스틱을 100% 분리해서 배출한다 하더라도 그대로 재활용되는 것은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이물질이 있거나, 재질이 혼합된 물품이 그대로 배출될 경우에는 재활용이 어렵다. 약 15㎝ 이하 크기의 물품을 선별하여 재처리하여 재활용하기에는 경제성이 낮기도 하다.
플라스틱이나 비닐을 대체하여 친환경 종이를 사용한다면 재활용 또는 폐기는 수월할 것이다. 하지만 종이 사용이 급증한다면 삼림 훼손도 비례해서 증가할 수밖에 없다. 폐기물 재활용을 위한 막대한 용수 사용도 수질 또는 토질 오염의 원천이 될 수 있다.
가장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방법은 바로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철저한 분리수거와 재활용보다 더 강력한 친환경 정책은 환경오염 유발 물품과 행위의 수요 자체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개인과 기업과 정부의 인식과 태도의 변화라는 불문율이 절실하게 지켜져야 한다.
